"태어나고 진화하기에 바쁘지 않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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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고 진화하기에 바쁘지 않으면.."
  • 고현준 기자
  • 승인 2012.02.22 0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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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전기작가가 쓴 스티브 잡스의 취재담

스티브 잡스 전기 표지


스티브 잡스의 전기를 집필한 월터 아이작슨은 잡스와 깊은 인연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잡스로부터 처음 전기를 써달라는 요구를 받았을 때 이를 거절했다.

그는 그 이유로 "지금은 아니고 20년 후쯤이면 몰라도.."라며 당시 부침을 거듭했던 "애플의 미래를 확실히 본 후 집필하겠다는 생각을 했었다"고 전기 서문에서 밝히고 있다.

그가 집필을 하기로 결정한 건 잡스의 부인인 로렌 파월 의 "죽을 때가 얼마 남지 않았다"며 "서둘러 달라" 고 요청하면서부터다.

그는 18개월간 잡스를 만나 인터뷰를 하며 전기를 쓰기 시작했고 잡스는 정작 그가 쓴 자신의 전기는 보지 못하고 죽었다.

월터는 “전기는 쓰겠지만 잡스가 죽은 후에 이를 발간하겠다”고 했으며 “발간하기 전에는 내용도 볼 수 없다”고 못을 박았기 때문이다.

잡스는 죽기 얼마전 월터에게 "나에 대해 나쁜 말도 많이 들어가 있겠지?"라고 물었다.

월터는 "아마 그럴 것"이라고 답했다.

그때 잡스의 대답이 압권이다.

"적어도 내 전기는 사내 책자 같지는 않겠군"이라고 했다고 한다.

잡스의 마지막 말은 무엇이었을까.

전기작가는 잡스를 에디슨이나 포드에 버금가는 인물이라고 평했다.

잡스는 완벽주의와 비범함 재능 열망 예술성 악마성 통제에 대한 집착 등이라는 그의 성격과 열망으로 그만이 갖는 맹렬함을 만들었다고도 했다.

그의 이러한 맹렬함은 이분법적인 세계관을 만들어 그의 동료들을 영웅이 아니면 얼간이로 만들기도 했다는 것.

천문학자인 캐플러가 말한 "자연은 단순함과 통합성을 사랑한다"는 이론을 받아들인 잡스는 최초의 PC를 만들어냈고 음악을 듣고 소비하는 아이팟, 휴대전화를 웹기기로 만든 아이폰, 새로운 콘텐츠산업인 앱스토어, 신문 잡지 책을 읽는 아이패드 등 수많은 업적을 이뤄냈다.

작가는 그가 예외적으로 똑똑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그는 천재라고 말했다.

“그의 상상력은 직관적이며 예측불허이고 때로는 마법처럼 도약했다”고 쓰고 있다.

“그는 마치 탐험가처럼 정보를 흡수하고 냄새를 느끼며 앞에 펼쳐진 것들을 감지할 수 있는 마법사 천재의 전형”이라는 설명이다.'

잡스는 "혁신을 꾀하려면 끊임없이 밀어붙여야 한다"고 말했다.

"밥 딜런은 그저 저항가요나 계속 부르며 많은 돈을 벌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고 그가 일레트릭 음악을 연주하기 시작하자 청중들은 그에게 '유다같은 배신자'라는 욕을 듣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비틀즈도 그처럼 끊임없이 진화해 나아가면서 그들의 예술을 갈고 닦았다는 것이다.

잡스는 "진화. 바로 그것이 언제나 내가 노력하며 시도한 것"이라고 말했고 "끊임없이 나아가야한다. 딜런이 말했듯이 '태어나느라 바쁘지 않으면 죽느라 바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그는 "우리는 우리가 가진 재능을 사용해 깊은 감정을 표현하고 이전 시대에 이뤄진 모든 기여에 대해 고마움을 표현하고 그 흐름에 뭔가를 추가하려고 노력한다. 이것이 나를 끌어준 원동력"이라고 밝혔다.

잡스가 우리에게 남긴 마지막 말은 "나는 일에서도 행운을 누렸다. 할 수 있는 것은 다했다"는 말이었다.

40여회에 걸쳐 잡스를 만나 취재한 전기작가 월터는 잡스의 전기를 쓰게 만든 계기를 이렇게 말한다.

잡스는 "어릴 때부터 항상 저 자신이 인문학적 성향을 지녔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전자공학도 무척 마음에 들었거든요. 그러던 어느 날 저의 영웅 중 한명인 폴라로이드사의 애드윈 랜드가 한 말을 읽었어요. ‘인문학과 과학기술의 교차점에 설 수 있는 사람들의 중요성’에 관한 얘기였는데 그걸 읽자마자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결심했지요"라고 말했기 때문이라는 것.

"그는 마치 전기에서 주제로 다뤘으면 하는 부분을 제안하는 것 같았다"고 말한 작가는 "인문학적 감각과 과학적 재능이 강력한 인성 안에서 결합할 때 발현되는 창의성은 벤자민 프랭크린과 알베르토 아인슈타인의 전기에서 내가 가장 흥미로워한 주제였다. 그리고 나는 바로 그것이 21세기에 혁신적인 경제를 창출하기 위한 열쇠라고 믿었다"고 말하고 있다.

과연 잡스는 왜 그에게 전기를 쓰도록 요청했던 것일까.

작가는 잡스가 거의 마지막 즈음에 그를 다시 만났다.

잡스는 "이 프로젝트가 많이 혼란스럽다. 정말 걱정된다"는 말을 했다.

작가가 물었다.
"그런데 왜 전기를 써달라고 했지요?"

잡스는 말했다.

"우리 아이들이 나에 대해 알았으면 했어요. 아이들이 나를 필요로 할 때 항상 곁에 있어주진 못했지요. 그래서 아이들이 내가 무엇을 했는지 이해하기를 바랐습니다. 그리고 몸이 아프기 시작하니까 내가 죽고 나면 다른 사람들이 나에 관한 책을 쓸 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하지만 그들이 뭘 알겠습니까? 제대로 된 책이 나올 수가 없을 겁니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직접 내 애기를 들려줘야겠다 싶었지요"

작가는 잡스는 책을 쓰는 2년동안 책에 무슨 이야기를 쓰고 있는지 혹은 어떤 결론을 도출하고 있는 지에 대해 한번도 물은 적이 없었다고 한다.

잡스는 자기가 좋아하지 않을 만한 내용이 많이 들어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열받기 싫으니까 당분간은 안 읽겠다"며 "1년후까지 살아 있다면 그때 읽어보겠다"고 했다고 한다.

그후 그는 갔고 그가 죽은 후 그의 전기가 세상에 나왔다.

잡스는 갔지만 “끊임없이 진화하는 삶을 살려고 노력하며 새롭게 태어나려고 바쁘지 않으면 죽느라 바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그의 말이 가슴을 친 그의 전기를 다 읽은 소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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