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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한무영
땅 따로 물 따로, 샤일록식 국토관리한무영(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빗물연구센터장)
한무영  |  myhan@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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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승인 2009.12.01  00:4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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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무영(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빗물연구센터장)
세익스피어의 희곡 <베니스의 상인>에는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이 빚을 갚지 못하는 안토니오의 가슴살을 베어내려는 장면이 있다. 판사인 포샤는 가슴살은 베어내되 피는 한 방울도 흘려서는 안 된다는 명판결을 내린다. 살과 피가 함께 어우러져 몸을 이룬다는 것을 모르는 샤일록은 큰 코를 다친다.

우리의 국토는 살이고, 거기에 있는 물은 피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우리들은 겉에 보이는 국토의 기능과 경관만을 고려하고, 그 속에 있는 물의 중요성은 무시해 왔다. 그 결과 전국적으로 상류에 있는 개천이 말라 버리고, 하천의 수질은 나빠졌다. 또 지하수위도 낮아져 지하수를 퍼올리려면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해야 한다.

가뭄 때 용수의 부족도 심각하다. 이것은 지하수는 공짜며 먼저 퍼서 쓰는 사람이 임자라는 국민들의 인식은 물론 가뭄 때 퍼 쓴 만큼 채우지 않고, 물관리를 고려하지 않은 무분별한 개발 탓이다. 즉 지금까지 땅 따로, 물 따로의 샤일록식 관리를 해온 것이다.

대부분의 생명체는 지표면 근처의 물기에 무척 민감하다. 지표가 마르면 지표 근처에 살던 동식물은 살지 못한다. 지하수위가 낮아지면 개울이 마르게 되고, 이렇게 되면 개울에 살던 어류, 양서류 등 동물들은 모두 죽게 된다.

또한 지하수를 마구 뽑아 쓰거나, 개발 시 아스팔트나 시멘트로 포장해 빗물이 땅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막으면 지하수위가 내려가서 지표가 마르게 되어 자연에 심각한 영향을 준다. 그러나 이러한 증상은 천천히 나타나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해결에도 시간이 많이 걸린다. 예를 들면 일년간 내리는 모든 빗물(우리나라 평균 약 1300㎜)을 전부 땅의 틈새(공극률 50%)에 집어넣어도 지하수위는 일년에 2.6m 정도밖에 올라가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현재 수십m가 낮아진 지하수위를 회복시키려면 아무리 열심히 해도 2, 3세대가 지나야 원상태로 회복된다.

그러므로 정부의 물관리 정책은 근본적인 변환이 필요하다.

첫째, 공짜로 떨어지는 빗물을 그냥 버리기보다는 전 국토의 땅 속에 저장하는 쪽으로 바뀌어야 한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논이나 연못에서 지하수로 충전시킨 양만큼을 돈으로 보상하는 것이다.

둘째, 지하수 사용료를 징수하거나, 쓴 양만큼 다시 저장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 셋째, 도로나 택지 등을 개발하면 침투되는 빗물의 양이 그만큼 줄어들므로, 그것을 보충하는 비용을 원인제공자에게 징수하는 것이다. 즉, 개발 전후의 물의 상태를 같이 만들었던 선조들의 동(洞, 水+同) 개념을 다시 살리자는 것이다. 넷째, 연구와 시범사업을 통해 우리나라의 지형과 기후에 맞는 빗물 저장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우리의 땅 따로, 물 따로 식의 국토관리에도 포샤와 같은 명판사가 나와서 새로운 패러다임의 물관리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 대부분의 혜택은 지금의 우리보다는 후손이나 하류의 동식물과 같은 생명체가 받을 것이다. 그러나 선조들이 남겨준 금수강산을 잘 보전해 후손에게 넘겨주는 것이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우리 시대 사람들의 사명이다.

<한무영|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빗물연구센터장>

 

(본 기고문은 한무영 박사님이 경향신문에 기고한 글입니다. 한무영 박사님의 허락으로 전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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