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 몰앙 갈 땐 구짝이 좋고, 밤이 들러퀼 땐 과짝이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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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쇄 몰앙 갈 땐 구짝이 좋고, 밤이 들러퀼 땐 과짝이 좋고.."
  • 고현준
  • 승인 2019.04.26 09: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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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김성은 제주도 국제관계대사의 제주어 사랑

 

 

 

탑동 썰물

 

탑아래서 산지꼬지 쌀물이 질게 나민

바당 소곱이단 듸가 신천지로 욜아진다

용왕이 맹그라 준 풍요로운 물땅 바당

좀녀들이 야생오리덜고찌 물에 텅

하늘 고득 바끄는 숨비 소리에

바당더레 터정돗단 나도 고찌 들엉

아!허고 감탄사가 지냥으로 나온다

먹돌 호나만 데싸도

먹을 것이 한한허던 탑아래

늘짝늘짝 걷는 폿깅이

모살 소곱에 곱앙 돌 서늉허는 돌킹이

겁이 하난 확 도라나는 듬북깅이

먹보말.수두리보말.메옹이.물도새기.솔치

구쟁기.오분재기.듬북.퍼래.김.톳.미역

바게쓰나 대구덕.주전자에 솜빡 담으멍

바당을 촛는 사름덜은

바롯잡이로 허기를 달랫주

이제도 보리낭 불에

불 췌는 좀녀들의 허벅다리가 생각남져

뭉게 뽈판에 물린 것고찌 울락 불락

제주도를 멕영살린 저 눈물나는 반점

먹돌 호나 데싸도 먹을 것이 푸진 바당

귀허고 귀헌 탑아래 쌀물이

내가 시기지 아니헌 오몽으로

요자락 몬짝 어서질 쭝 알아시민

사진 이라도 하영 찍엉 간직헐 것을.

 

제주말로 고운 시를 쓰고 있는 고훈식 시인의 예쁜 제주어 시다.

사라지는 제주말 단어가, 이 시에 쓰여진 시어에서는 잘도 많이 남아 있는 듯 하다.

언제부터인가..관광객이 많아지면서 제주말을 잘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쓰기 시작한 서울말 표준어가 이제 제주도의 뿌리를 송두리째 사라지게 만들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 제주 어르신들이 쓰는 제주말을 처음 듣는 사람들은 도무지 모슨 말인지를 모른다고 할 때가 많다.

그래서 이를 번역(?)해서 무슨 딴 나라에 온 것처럼 치장을 할 때가 많아지고 있다.

하긴 요즘 어린 학생들은 제주말을 사용하지 않아 제주에 살면서도 우리의 소박한 제주말을 잃어간다고 하니 심각한 상황이긴 하다.

최근 제주말을 학생들에게 다시 사용하게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아져 학교에서도 제주말을 가르치고 있다고 하니 다행스러운 일이다.

제주가 제주인 것은 제주말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제주말이 사라진다는 것은 제주도가 사라진다는 말과 같다.

최근 제주어보전회(이사장 김정민)가 주축이 돼 제주어말하기 대회나 제주어연극 등을 통해 제주말 확산에 많은 노력을 하고 있어 제주말 살리기운동의 귀감이 되고 있다.

이들과 제주어사랑의 뜻을 함께 하고 있는 제주도 김성은 국제관계대사의 말은 참 의미심장하다.

외교관으로써 외국생활을 오래 해 온 김 대사는 얼마전 제주에 홀로 거주하는 연로하신 어머니와 함께 하기 위해 다른 나라로 갈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고 제주에 부임해 왔다.

제주출신인 그가 제주에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제주어 살리기 운동이었다.

그는 제주도민과 함께 하는 자리가 생길 때마다 제주어 사용의 중요성을 알려가고 있다.

얼마전 기자를 포함한 여러 사람들과 자리를 함께 했을 때 그는 “제주말로 개미와 배짱이가 뭐꽈?”라고 물었다.

다들 “개얌지는 알겠는데..배짱이는 뭐지..?”하고 생각하는 차에 “개얌지(개염지)와 말축 마씨..”라고 말했다.

“그렇지 말축..참 오랜 만에 듣는데..이제 나이먹은 우리조차도 우리 말을 잃어가네요..”하며 많은 반성의 시간을 서로 갖기도 했다.

김 대사는 요즘 제주도의회에서도 제주말로 도정질의에 나서는 제주어 운동을 펼치고 있다고 한다.

도의원도, 도지사도 제주말로 묻고 답하자는 것이다.

“그런 노력을 하지 않으면 제주어는 소멸되고 제주도의 존재이유도 사라진다”는 얘기가 제주말을 소중하게 생각해햐 한다는 그의 뜻이다.

요즘에는 그래서 그런지 도의회에서 제주말로 질의를 하는 의원도 몇몇 있다고 한다.

도정질의를 통해 “도지사는 무사 제주말을 안 썸수과..?”라고 묻고 “무사 안 씀니까..쓰쿠돠..”라던가 “경 배낀 못 허쿠과?...호꼼이라도 잘 해야 헐꺼 아니꽈. 허는 첵이라도 해줍서..”등등 제주말로 표현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이야깃꺼리를 민들 수 있다는 차원에서도 기대되는 도전이다.

이처럼 “제주말이 사라진다는 것은 제주도가 사라진다는 거우돠..”라는 김성은 대사의 한마디가 이날 가슴을 울렸다.

제주말을 사용하자는 당연한 그 말이 ..

당연하기만 한 우리의 책무이기도 한 일이지만..

어쩌면 한국인들에게 한국말을 쓰자고 하는 말 만큼이나 우리가 제주도와 멀어져 가고 있구나 하는 반성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구짝 과짝 뽀짝 베짝

 

쇄 몰앙 갈 땐 구짝이 좋고

밤이 들러퀼 땐 과짝이 좋고

뭉게 심을 땐

물 쌍 뽀짝해사 좋고

지만 잘 땐

방구들 베짝해도 심상해사주

베짝이영 구짝이 붙으민

좋아도 베랑 좋건 아니고

뽀짝이영 구짝이 붙으민

좋아도 호썰은 구진거고

베짝이영 과짝이 붙어도

좋아도 그자 좋은 거고

뽀짝이영 과짝이 붙어사

베게로 입막아도 막 좋주.

 

위 시는 고훈식 시인의 시집 ‘할타간다 할타온다’에 나오는 '구짝 과짝 뽀짝 베짝'이라는 제목의 제주어 시를 고른 것이다.

이처럼 자꾸 사라지고 파괴돼 가는 제주환경문제와 함께, 우리에게서 멀어져가는 제주말 살리기도 이를 잘 지켜나가고자 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똑같은 입장에 처해 있는 것 같다.

제주환경도 살리고, 제주말도 살리고..

해야 할 일이 점점 많아져 간다는 책무를 느끼게 하는 또 하나의 도전이 ‘제주말을 많이 쓰자’가 되고 있다.

제주에서는 제주말로 허게 마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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