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 분화구도 천연의 야외공연, 음악당 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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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 분화구도 천연의 야외공연, 음악당 될 수 있어.."
  • 고현준
  • 승인 2019.05.21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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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창간10주년 특별인터뷰)현행복 제주도문화예술진흥원장에 듣는다
'문화예술의 진정한 패트런으로 위치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 밝혀
현행복 제주도문화예술진흥원장

 

“제주에는 현재 5개 단체의 도립예술단이 있지만 아직껏 이들 단체들끼리 연합해서 행사를 기획하고 협동공연을 시도해 본 사실이 거의 없었습니다. 앞으로 명실상부한 도립예술단의 유관 활동으로서 협동공연이 가능하도록 도 문화정책과와 보조를 맞추어 그 분위기와 여건을 조성하는 일에 앞장서도록 하겠습니다. 특히 오페라 작품을 무대화 하는 경우, 각 예술단이 합심만 한다면 어떤 작품도 충분히 소화해낼 역량이 충분하다고 믿습니다.”

 

본지는 창간10주년을 맞아 현행복 제주도문화예술진흥원장과의 특별인터뷰를 통해 제주도 문화예술계의 현주소를 알아보는 기회를 마련했다.

 

현 원장은 인터뷰에서 “그동안 현장에서 쌓아온 풍부한 경험과 역량을 바탕으로 제주 예술인들의 처우 개선과 함께 각종 행사 참여 기회의 폭을 더욱 늘려 잡는 일에도 관심을 기울여나가겠다.”고 강조하고 “열악한 재정 형편에 예술의 꿈을 간직하고 살아가는 신진 작가 혹은 청년  예술가들의 경우, 그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도록 문화예술의 진정한 패트런으로 위치하려고 노력할 것”이라는 다짐도 전했다.

이어 “앞으로 기회가 마련된다면 적당한 규모의 오름 분화구를 천연의 야외공연장으로 새롭게 조성하여 고대 그리스의 아크로폴리스 광장과 같은 야외음악당이 꾸며진다면 이 또한 제주의 큰 자랑거리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고 밝혀 제주도의 문화예술 발전을 위한 그의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오름도 특별한 자연음악당이 될 수 있다는 현 원장

 

다음은 현행복 원장과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늦었지만 예술원장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먼저 제주도문화예술진흥원은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소개해 주시지요.

“감사합니다. 제가 문화예술진흥원장에 부임한 건 지난 2017년 9월로서, 당시 처음으로 실시된 개방형직위 제주특별자치도 문화예술진흥원장 선발 전국 공모에서 뽑힌 첫 사례에 해당합니다. 현재 문화예술진흥원에서는 크게 두 가지 체제의 사업을 펼치고 있는데요, 한 가지가 문예회관 공연장 및 전시장의 운영 관리이고, 다른 한 가지는 도립무용단의 조직 운영입니다.”

 

-원장님은 음악이면 음악, 방선문축제나 동굴음악회 등 공연기획이면 기획, 한서번역 등 도대체 전문이 무엇인지 모를 정도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본인은 스스로를 어떤 인물이라고 규정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평소 제주에서 예술 활동과 관련된 여러 가지 사업을 기획하고 전개해 왔는데, 특히 제주 자연환경의 가치를 예술로 승화시켜 보고자 하는 의도에서 나름대로 노력해 왔습니다. 제주만이 지닌 독특한 제주자연의 신비성과 제주인의 역사를 배경으로 삼으면서 동시에 예술 활동을 펼쳐나감이죠.

예컨대 우도동굴음악회나 용연선상음악회, 방선문계곡음악회 등의 사례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저는 이곳 자연경관의 신비성은 물론 이런 장소에 스민 제주인의 역사성에도 주목하여 관심의 영역을 넓히곤 했습니다.

곧 소재의 다양성을 확보하여 예술 활동에 접목시켜보려는 시도라고나 할까요. 그래서 제가 단행본으로 저술한 책이 《우도가》, 《취병담》, 《방선문》 등입니다. 이런 나의 광폭 활동을 보고서 어떤 인사는 ‘문화 게릴라’란 표현을 썼던 적도 있었어요. 이른바 토탈 아티스트라고나 할까요.”

그는 항상 에밀레종을 치고 회의를 진행한다고 한다

 

-동굴음악회만 해도 특별한 퍼포먼스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이 등장해 인기가 높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종합예술제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 당초 그 기획은 어떤 계기에서 시작하게 됐는지요.

“소리의 발성기법을 자연에서 터득하려는 수련생에게 있어서 동굴은 매력적인 공간으로 다가옵니다. 그래서 동굴 같은 공간은 우선 자연 공명 상태가 뛰어나기에 이런 장점을 키울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자연음향을 소중히 생각하는 동굴음악회의 특징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언플러그드(Unplugged) 음악’의 실천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마이크 스피커 등 인위적 전기기계 장치에 의해서 증폭된 음이 아닌 자연 그대로의 소리를 듣고 즐기는 것이죠. 다만 야외음악회가 갖는 한계로서 행사 당일 악천후 고민 등 여기서 생겨나는 여러 해프닝 등의 부작용은 음식으로 치면 양념치기 같은 것으로서 그 자체를 즐길 마음의 여유만 있다면 얼마든지 수용 가능합니다.”

 

-그동안 많은 창조적인 공연기획을 많이 만들어 오셨는데..아직도 제주에 태어나야 할 문화예술분야의 숨은 장르나 기획할 만한 내용이 있다면 무엇이 있는지..구상하거나 생각하고 있는 분야는..

“한때 문화예술의 중심지를 서울로 생각해서 중앙무대만을 동경하던 때가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세상은 이제 많이 달라졌습니다. 이를테면 섬 속의 섬 우도에서 열리는 동굴음악회를 구경하기 위해서 일부러 서울에서 내려오는 관객들도 제법 생겨날 정도입니다. 요컨대 지역 특성을 살리면서 고유하고 멋진 브랜드 가치를 지닌 예술무대를 끊임없이 창출해 나감이죠.

게다가 구수한 허벅장단에 의해 들려지는 제주민요의 가창이나, 제주의 전통 떼배인 테우를 선상무대로 삼아 이동하면서 전개되는 선상음악회 추진 등 다양한 제주 전통문화 콘텐츠의 전개는 문화 관광도시 제주의 이미지를 제고하는데 큰 역할을 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앞으로 기회가 마련된다면 적당한 규모의 오름 분화구를 천연의 야외공연장으로 새롭게 조성하여 봄직도 합니다. 곧 고대 그리스의 아크로폴리스 광장과 같은 야외음악당이 꾸며진다면 이 또한 제주의 큰 자랑거리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번 해봅니다.”

현 원장은 여민락의 가치를 늘 추구하겠다고 말했다

 

-제주대교수로 봉직하다가 제주도문화예술진흥원장으로 오셨는데..이 원장이라는 자리는 본인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요..

“대학에서 강의를 하다가 그만 두고 나온 지는 거의 10년 정도 되었고요, 그동안 주로 제주의 야외 자연무대에서 예술 활동을 펼치거나, 틈틈이 제주 향토사 관련 자료를 찾아내어 이의 번역작업을 펼쳐오곤 했습니다. 흥미로운 건 연주활동과 번역작업이 전혀 별개의 것이 아닌 유관한 관계를 내보인다는 사실입니다.

그것은 바로 ‘해석’이란 리트머스 시험지와 같은 중간 과정을 밟아야만하기 때문입니다. 곧 악보를 읽고서 그것을 소리로써 무대화 해나가는 과정이나 한문의 원전 텍스트를 읽고서 번역작업을 펼치는 작업이란 인내와 끈기를 바탕으로 한 해석을 요하는 점에서 공통적이면서, 그 결과는 청중과 독자를 대상으로 하여 청각적이거나 시각적 매체를 통해 전달하는 차이가 있을 뿐이죠.

내게 주어진 문화예술진흥원장이란 직임은 제주의 대표 문화공간인 문예회관 대소극장의 원활한 운영을 통해 제주의 공연문화를 선도함은 물론 효율적인 전시 공간 운영을 통해 늘어나는 생활 예술인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일에 있다고 봅니다. 더불어 도립무용단의 왕성한 활동을 통해 제주인의 역동적 삶의 몸짓을 무용이란 예술 장르를 통해 담아내고 표현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 한가운데 늘 제주도민이 존재하고, 더불어 도민과 함께 즐거움을 나눈다는 의미에서 ‘여민락(與民樂)’의 정신 구현을 가치구현의 중심으로 삼고 있습니다.”

 

-재임기간 중 특별히 추구하는 정책방향이나 관심을 더 두고 추진하고자 하는 내용이 있다면 이 기회에 소개해 주시지요.

“제주에는 현재 5개 단체의 도립예술단이 있습니다. 제주도립교향악단 · 제주합창단 · 서귀포관악단 · 서귀포합창단 · 도립무용단 등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런데 아직껏 이들 단체들끼리 연합해서 행사를 기획하여 협동공연을 시도해 본 사실이 별로 없습니다. 그러면서 표면적으로는 도립예술단이란 명칭을 즐겨 차용하곤 하죠.

명실상부한 도립예술단의 유관 활동으로서 협동공연이 가능하도록 도 문화정책과와 보조를 맞추어 그 분위기와 여건을 조성하는 일에 앞장서도록 하겠습니다. 이를테면 오페라 작품을 무대화 하는 경우, 각 예술단이 합심만 한다면 어떤 작품도 충분히 소화해낼 역량이 충분하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는 도민의 문화향유 기회를 확대함은 물론 제주 문화예술계의 자생력 확보를 담보하는 일이라고 봅니다.”

 

-현장에서 볼 때 제주도의 문화수준은 어느 정도라고 보시는지, 또한 예술인들의 능력이나 실력에 비해 이들 문화예술인들이 제대로 평가를 받고 있는 지도 궁금합니다.

“공연장 시스템 운영면에서 유료 관객의 확보는 한 지역 문화수준의 미래를 가늠해보는 바로미터로 작용하곤 합니다. 우리 지역 제주의 경우도 예전과는 달리 공연 작품의 수준에 따라 유료 관객수가 점차 증가해나가고 있는 추세입니다.

지역 예술인들이 자긍심을 느낄 수 있도록 공공기관으로서의 위상을 재정립하고, 예술기관으로서의 제 기능을 회복하는 일에 무엇보다도 주력해 나갈 생각입니다. 아울러 그동안 현장에서 쌓아온 풍부한 경험과 역량을 바탕으로 제주 예술인들의 처우 개선과 함께 각종 행사 참여 기회의 폭을 더욱 늘려 잡는 일에도 관심을 기울여나가겠습니다.”

청년 예술가들에게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다는 현 원장

 

-도문화예술진흥원의 이들 문화예술인들에 대한 지원과 더불어 앞으로 제주도가 꼭 이뤄야 할 문화예술 분야의 개선책이 있다면 원장님의 각오와 함께 말씀해 주시지요.

“어느 시대 어떤 지역이건 예술 작품의 경제적 물질적 담당자일 뿐만 아니라 예술가를 이해하고 작품을 평가하고 예술가를 지원하는 몫을 담당해왔던 패트런(patron)이란 존재가 있어왔습니다. 도 문화예술진흥원이 이런 패트런 역할을 잘 수행해나가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하곤 합니다.

순수 예술관객을 확장하기 위한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면서도 다만 수익성만을 내세우기보다 공익성을 앞세우며, 중앙과 지역 예술인들 간의 원활한 소통 능력을 바탕으로 시의성 있는 주제를 담은 프로그램 구성을 모색하면서 다각적인 재원조성을 마련해나갈 생각입니다.

아울러 열악한 재정 형편에 예술의 꿈을 간직하고 살아가는 신진작가 혹은 청년 예술가들의 경우, 그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도록 문화예술의 진정한 패트런으로 위치하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도민들에게 꼭 전하고자 하시는 말씀이 있으시면 해 주시기 바랍니다.

“문화역량의 가치 구현이란 결코 단발성 구호의 나열이나 외침으로만 이뤄지는 게 아니란 사실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어찌 보면 문예회관이란 공간 하나가 그 도시의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조망해볼 수 있는 요인을 제공할 수도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보게 됩니다.

더욱이 제주는 다른 지역과는 달리 지정학적으로 한국 본토를 중심으로 일본, 중국과의 중간지대에 위치해 있으면서 국제 관광도시로서의 위상과 면모를 갖추어 나가고 있습니다. 동북아시아 거점도시로서의 기능을 충족시키면서 아시아 중심 예술기관으로서 기능과 역할을 수행해 나감과 동시에 민간외교사절로서의 역할 수행 가운데 역사 문화적 공감대 형성에도 주력해나가야 할 소임이 있다고 믿습니다.

미력이나마 힘을 보태어 문화예술 도시로 거듭나기 위한 현단계 문화예술진흥원의 소명을 완수하고, 제주 자연환경의 우수성을 전 세계인들에게 널리 홍보하는 일에도 적극 관심을 기울여 나갈 생각입니다.

끝으로 제주의 자연환경의 가치를 소중히 생각하는 제주환경일보의 창간 10주년을 온 도민과 더불어 축하해 마지않습니다. 감사합니다.”

 

-장시간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그의 좌우명을 창봉 박둉규 선생이 써 주었다고 한다

 

(대담 및 사진 = 고현준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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