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들꽃]피뿌리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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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들꽃]피뿌리풀
  • 김평일 한라야생화회 회장
  • 승인 2019.06.17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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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평일 한라야생화회 회장

피뿌리풀

 

비다운 비가 오랜만에 내렸다.

매년 고사리 채취철인 4월이면 지겨울 정도로 내리던 봄비가 올해는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

들판이 마르니 고사리도 생육이 좋지 않아서 고사리를 채취하러 간 사람들에게 큰 만족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소리를 종종 들었다.

 

대지가 움트는 봄철인데 두 달여 동안 비다운 비가 내리지 않아 대지는 마르고 농작물이 타들어가는 가뭄이 농지뿐만 아니라 산중이라고 다를 바가 아니다.

한라산 백록담 물이 말라서 맨 바닥을 드러내 놓은지도 여러 날이 되었다고 한다.

목마름에 생기를 잃은 식물들은 병약해서 힘없이 비틀거리는 사람처럼 시들시들해졌고 산이나 오름, 들판은 마른 장작처럼 되었다.

 

봄철이면 초록으로 들판을 물들이던 들풀들이 나올 생각을 안 한다.

이렇게 손꼽아 기다리던 봄비가 부슬부슬도 아니고 폭우 수준으로 내렸다.

하루아침에 대지가 다시 생기를 찾고 되살아났다.

 

나뭇잎들의 색도 단번에 짙어졌다.

얼마나 기다렸던 단비인가.

목마름에 지쳤던 생물들에게 신의 은총을 내려 생기발랄해졌다.

 

하늘엔 선명한 무지개도 피어올랐다.

오랜만에 나타난 영롱한 무지개는 오랫동안 사라지지 않고 사람들에게 각인이라도 시키려는 양 동쪽 하늘을 아름답게 수를 놓는다.

무지개를 보니 오름을 아름답게 장식하고 있을 커다란 꽃다발을 연상하게 하는 들꽃인 피뿌리풀이 머리에 떠오른다.

 

피뿌리풀은 꽃다발처럼 모습이 아름답기 때문에 제주 들녘에서 가장 많이 수난을 당하고 있는 식물 중 하나다.

제주에서 아름답기로 소문이 난 그 어떤 난초보다 더 수난을 받고 있는 식물이 피뿌리풀이다.

몇 년 전 만해도 오름 이곳저곳에서 방긋방긋 사람들을 반겨 주던 꽃인데 요즘은 보기가 매우 어려워졌다.

아예 보일 질 않는다.

 

2019년 5월 19일 내리던 비가 그친 것 같아서 피뿌리풀을 찾아 오름을 올랐다.

제주시내는 해가 비치기 시작해서 비가 그친 줄 알았는데 피뿌리풀이 있는 오름으로 갈수록 세찬비가 바람과 함께 쏟아져 내리고 있다.

며칠 전 지인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는데 작년 모처에서 보았던 제주에 극소수로 남아 있던 피뿌리풀이 감쪽같이 사라졌다는 전갈을 받고 앞으로 제주 땅에서 피뿌리풀을 볼 수 없겠구나 생각을 했는데 다행히 다른 지인으로부터 다른 장소에서 5일전에 피뿌리풀을 발견했다고 하는 전갈을 받고 현장을 확인하고 사진도 찍을 겸해서 그 지인과 함께 길을 나섰다.

 

비바람을 막기 위해 비옷과 우산으로 무장을 하고 산행을 시작했다.

오름 현장에 도착을 했는데 5일전에 찍었다는 꽃이 자취를 찾을 수가 없다.

아무리 찾아도 꽃 그림자도 발견할 수가 없다.

누가 그사이에 그 꽃을 발견하고 도채를 해 간 것 같았다.

 

폭우 속에 감행을 한 일이 허사가 되었다.

허탈한 심정으로 터덜터덜 산길을 되돌아 내려왔다.

마음이 심란하다.

피뿌리풀이 제주 땅 어느 곳에 남아서 끗끗하게 터전을 지키고 있어 주길 간절히 소망했는데 그 소망이 허물어졌으니.....

 

사람들은 너무 이기적인 것 같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던 피뿌리풀. 지금은 무분별한 도채로 인해 만나기 어려운 식물이 되어 국가에서 멸종위기식물 2급으로 지정한 안타까운 식물이다.

멸종위기의 주된 원인이 환경개발이나 지구온난화 때문만이 아니고 그보다는 사람들이 비양심적 행위로 인한 것이기 때문에.....

들리는 말로는 육지 모처에 있는 개인 식물원에 피뿌리풀 동산이 만들어져 있다고 한다.

그 식물들이 언제 왜 고향 제주를 떠나서 낮선 그 곳에 가있는지...

 

돈 몇 푼 벌겠다는 일부 도채꾼들의 욕심이 제주의 아름다운 산하를 삭막하게 바꾸어 놓고 있다.

피뿌리풀은 고려시대 몽골의 침략으로 몽골군이 제주에 군영을 설치하고 군마를 길렀는데 말먹이로 가져온 건초에 피뿌리풀이 섞여 들어왔거나 말의 치료제로 들여왔다는 추측은 있으나 확실한 근거는 없다.

피뿌리풀은 우리나라에서는 한반도 북쪽지방이나 만주, 몽골, 시베리아 등지에서 자라는 식물인데 당시로 봤을 때 제주는 한반도 북쪽과는 거리상으로 동떨어진 곳으로 어떻게 멀리 떨어진 섬에 자생을 하게 되었는지는 알 수가 없으나 지금은 자생지에서는 사라지고 자생지가 아닌 엉뚱한 곳(?)에 가야 볼 수 있다고 하니........

 

몽골에서 피뿌리풀은 초원지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잡초에 가까운 풀이다.

가축들도 쳐다보지 않은 독이 있는 식물이다.

피뿌리풀은 몽골어로 '달랑투루'라고 한다.

'달랑투루'라는 말은 '70개의 머리를 가진'이란 뜻으로 결혼식 때 사용하는 부케처럼 여러 개의 작은 꽃들이 모여 하나의 꽃을 이루고 있는 형태를 보고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피뿌리풀의 꽃말은 ‘슬픈 정열’이다.

제주의 오름을 오랫동안 장식했던 꽃다발 피뿌리풀이 꽃말처럼 도채꾼들에게 지금 큰 슬픔을 당하고 있다.

 

피뿌리풀.

피뿌리풀은 팥꽃나무과 피뿌리풀속의 여러해살이 풀이다.

뿌리를 캐어 즙을 내면 피와 같이 붉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다른 이름으로는 피뿌리꽃, 서흥닥나무, 처녀풀등으로 불리 운다.

멸종위기식물로 지정되어 보호하고 있는 식물이다.

오름의 양지쪽 햇볕이 잘 들어오면서 조금 그늘이 지고 물 빠짐이 좋은 풀밭에서 자란다.

꽃은 5 ~ 6월에 속은 처음에는 겉은 희고 나중에는 붉은빛이 돌며 꽃 뒷면은 붉은색인데 전체적으로 볼 때 붉은색으로 보이는 꽃이 줄기 끝에 피는데 꽃이 10~40여개가 모여 피므로 커다란 꽃다발처럼 보인다.

 

잎은 서로 붙어서 어긋나게 달리고 길이는 2~3cm정도 되며 끝이 뾰쪽하다.

잎 가장자리에는 톱니가 없이 밋밋하고 잎 앞면은 녹색인데 뒷면은 푸른빛이 도는 옅은 회색이며 잎자루가 짧다.

줄기는 30~40cm정도 자라고 여러 줄기가 한데 어울려서 뭉쳐난다.

열매는 타원형의 수과(瘦果 : 성숙해도 열매껍질이 작고 말라서 단단하여 터지지 않고 가죽질이나 나무질로 되어 있으며 1방에 1개의 씨가 들어 있는 얇은 열매껍질에 싸인 민들레 씨와 같은 열매)이고 뿌리는 굵고 독성이 있으며 붉은색이다.

 

 

한비 김평일 한라야생화회 회장은..

   
한비 김평일 선생

한비 김평일(金平一) 선생은 지난 40여년동안 도내 초등학교에서 교편생활을 했다.
퇴직 후 (사)제주바다사랑실천협의회를 창설, 5년동안 회장직을 맡아 제주바다환경 개선에 이바지 했으며 지난 2015년도 한라일보사가 주관한 한라환경대상에서 전체부문 대상을 수상한 인물이다.
전국 실버인터넷경진대회(2002년)에서도 대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교직근무시에는 한국교육자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사진에 취미를 가지고 풍경사진 위주로 제주의 풍광을 담아 오다 제주의 들꽃에 매료되어 야생화 사진을 촬영하고 있으며 현재 한라야생화회 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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