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가장 큰 피해를 주는 시기는, 8-9월의 태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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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가장 큰 피해를 주는 시기는, 8-9월의 태풍"
  • 고현준
  • 승인 2019.06.25 0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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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0주년 기념 특별인터뷰)정종운 국가태풍센터장에 듣는다
"기후변화로 단시간에 강수량 집중, 돌발홍수 발생 증가 추세.."

 

정종운 국가태풍센터장

 

 

“저는 환경분야 전문가는 아니지만 제주도에 인구와 관광객이 증가하다보니, 개발로 인해 아름다운 자연이 곳곳에서 파헤쳐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제주도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는 만큼, 개발도 중요하지만 개발제한구역을 엄격히 정해서 청정하고 아름답고 힐링할 수 있는 제주로 남길 바랍니다.“

올 1월 제주로 부임해 온 정종운 국가태풍센터장은 “제주도는 자연환경이 아름다워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기 때문에 개발은 이제 그만 지양하고 환경보전에 더 치중해야 할 것 같다”는 의견을 전했다.

“도내 곳곳이 파헤쳐지는 모습과 좁은 길이 더 좋은 데도 왜 길을 그렇게 넓게 만드는 지 모르겠다”는 것.

태풍에 대해서는 "기후변화로 인해 이전에 우리가 경험하지 못했던 현상들이 나타나는 만큼, 분야별로 체계적인 대비태세를 갖추고 설계기준 등을 새롭게 정비하는 등 세심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종운 센터장은 “센터가 참 좋은 곳에 위치해 있는 것 같다”는 기자의 의견에 “보기에는 좋아보여도 사실 40여명의 직원들이 생활하는 데는 어려움이 한 두가지가 아니"라고 말했다.

“주변에 아무런 시설이 없어서 출,퇴근하기도 어렵고 생활에 불편한 점이 하나 둘이 아니”라는 얘기다.

실제로 그랬다.

국가태풍센터가 위치한 곳은 수망리에서 서귀포로 이어지는 길옆에 홀로 서 있다.

주변은 그저 오직 숲과 길 뿐이다.

"많은 제주출신 직원들과 객지에서 관사에서 생활하고 있는 직원들이 함께 어우러져 오직 책임감으로 똘똘 뭉친 직원들과 함께 하는 즐거움이 크다"고 전하기도 한 정종운 센터장과의 인터뷰는 그런 대화를 나누며 시작됐다

 

다음은 본지 창간10주년 기념 정종운 국가태풍센터장과의 특별인터뷰 일문일답 내용이다.

'태풍은 8-9월에 많이 발생한다'고 말한 정종운 센터장

 

 

-국가태풍센터가 지난 2008년 개소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미 10년이 지났는데 제주도에 세워진 의미와 태풍센터의 역할에 대해 소개해 주시지요.

 

“먼저 제주환경일보 창간 10주년을 축하드립니다.

제주도는 우리나라에 상륙하거나 영향을 미치는 대부분의 태풍이 지나는 길목에 위치하고 있어서, 북상하는 태풍의 감시가 용이합니다.

국가태풍센터는 열대저압부와 태풍의 발생감시, 예측, 연구 업무를 수행하며, 열대저압부 발생부터 태풍 소멸까지 예측 정보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즉, 북서태평양 지역에서 발생하는 모든 열대저압부와 태풍을 감시하는 전초 기지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개발도상국 태풍예보관들을 대상으로 연수프로그램을 운영하여, 태풍 예보에 관한 선진기술과 시스템을 회원국에 교육, 전수함은 물론 세계기상기구의 태풍위원회 등 태풍관련 국제 활동과 주변국과의 기술교류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나라를 강타한 주요 태풍에 대한 소개와 피해정도는 어느 정도였는지요.

“과거에는 우리 생활수준이 낮고 기반 시설이 취약해서 태풍으로 인한 인명피해가 컸습니다. 가장 큰 인명피해를 기록한 태풍은 1936년의 8월에 영향을 준 태풍 3693호로 무려 1,232명의 인명 피해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태풍하면 누구나 기억하는 1959년 9월 우리나라를 관통한 태풍 사라(SARA)가 있습니다. 사망 849명, 부상 2,533명, 실종 206명이라는 어마어마한 인명피해를 남겼습니다.

가장 많은 재산 피해를 남긴 태풍은 루사(RUSA)입니다.

루사 태풍은 2002년 8월 30일부터 9월 1일까지 우리나라 전역에 영향을 미치면서, 당시 국가 총 연구개발(R&D) 예산보다 많은 5조 3천억 원의 재산 피해를 남겼습니다.

루사는 강한 폭풍과 호우를 동반한 태풍으로 제주도 고산 지역에서는 8월 31일 10시 21분경 최대순간풍속이 56.7㎧의 강풍이 불었습니다.

또한, 강릉에서는 8월 31일 일강수량이 870.5㎜를 기록하여 전국 기상관서의 기상 관측 이래 일 강수량 최고값을 기록하였으며, 이 기록은 현재까지도 유지되고 있습니다.

다음은 2003년 9월에 발생한 태풍 매미입니다. 태풍 매미는 최성기의 위력을 그대로 유지한 채 우리나라에 상륙했다는 점에서 특이한 태풍이라 할 수 있습니다.

즐거웠던 추석 연휴에 찾아온 이 태풍은 9월 12일 17시경 제주도 동쪽 해상을 통과하면서 제주 고산에 최대순간풍속 60㎧를 기록하였고, 131명의 인명피해와 4조 2225억여 원의 막대한 재산피해를 가져왔습니다.

이 태풍은 수많은 선박 침몰과 부산항 크레인 11대를 붕괴시키는 등 강력한 위력을 보였습니다. 8월과 9월이 우리나라에 피해가 가장 많은 시기입니다. “

 

- 그만큼 국가태풍센터의 역할과 중요성이 참 의미가 크다는 생각이 듭니다. 더불어 태풍은 언제 어떤 시기에 가장 많이 발생하는지 설명해 주시지요.

 

“태풍은 북서태평양상에서 연중 발생하며, 30년 통계값을 보면 1년에 25.6개 발생합니다.

특히, 8월에 5.8개, 9월에 4.9개로 2개월 동안에 전체 발생태풍의 42% 정도 발생합니다.

아울러,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태풍은 6월부터 10월에 걸쳐 분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국가태풍센터에서는 5월 15일부터 11월 14일까지를 태풍 현업 기간으로 지정하고, 태풍예보관이 주야간 공유일도 없이 24시간 근무하면서 감시하고 분석하여 태풍정보를 생산, 국내외에 발표하고 있습니다.“

 

-이미 10여년 전부터 우리나라에도 슈퍼태풍이 발생할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는데, 슈퍼 태풍은 어느 정도의 태풍을 말하는 것인지요. 과연 우리나라에도 나타날까요?

 

“기상청에서는 ‘슈퍼태풍’ 이라는 용어를 공식적으로 사용하고 있지 않습니다.

슈퍼태풍은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JTWC)에서 사용하는 용어로 1분 평균 최대풍속이 67㎧ 이상인 태풍을 말합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러한 강한 강도를 가진 태풍이 30년전에는 8개중 1개 정도 발생하던 것이 최근에는 4개중 1개 정도로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다행히도, 아직 우리나라에 67㎧ 이상의 최대순간풍속을 갖는 태풍이 영향을 준 사례는 없습니다.

2003년 9월 발생한 태풍 매미가 최성기일 때 최대풍속이 75㎧ 였으나,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칠 때에는 세력이 약해져 제주도 동쪽 해상을 통과하면서 최대순간풍속 60㎧를 기록하였습니다.

태풍의 세력이 강해지는 원인으로는 대표적으로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면온도의 상승을 들 수 있습니다.“

 

-태풍 내습 시 대비책이 있을까요? 그리고 국민들은 태풍에 대한 대비를 어떤 방식으로 하는 것이 좋겠습니까?

 

“국민들께서는 기상청에서 발표하는 태풍정보와 태풍특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하시고, 가급적 외출을 자제하며, 실내에서 모든 창문을 닫고 계시는 것이 안전합니다.

다들 잘 아시다시피 태풍이 접근하면 매우 강한 바람이 불고, 많은 비가 내리며, 해안가에서는 해일로 인한 월파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하천변, 해안가 등 물에 잠길 수 있는 지역과, 산과 계곡, 산사태 위험지역 등 위험 지역은 피해야 하고, 바람에 의해 간판 및 공사자재가 넘어질 수 있으니 각별히 주의하셔야 합니다.

국가태풍센터는 국민들이 태풍 전개 상황을 쉽게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금년에 태풍정보서비스를 강화하였습니다.

태풍의 영향으로 강풍이 실제로 나타나는 영역, 태풍 위험 영역, 태풍과 사용자 간의 최근접 거리, 태풍의 이동속도 및 강도변화 경향 등의 부가정보를 기상청 대표 홈페이지(http://www.weather.go.kr/weather/typoon/detail.jsp)로 서비스합니다.

또한, 기존 24시간 간격으로 제공되던 태풍 예상 진로를 48시간 이내 구간에서는 12시간 간격으로 발표할 예정입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이전에 우리가 경험하지 못했던 현상들이 나타나는 만큼, 분야별로 체계적인 대비태세를 갖추고 설계기준 등을 새롭게 정비하는 등 세심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정 센터장은 '기후변화로 열대야와 폭염일수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기상이변 등 환경문제가 지구적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10년 전과 지금의 기상이나 환경에 대한 변화는 어떤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는지요?

“잠깐 2018년을 기억해 보며, ‘폭설에 제주공항 세 차례 폐쇄’, ‘대프리카 더위 뛰어넘는 서프리카’, ‘2주 더 불가마’, ‘태풍 콩레이 오늘 낮 부산 관통...제주 500㎜ 큰 비’ 등 충격적인 기사 제목들이 떠오릅니다.

기상청에서 발간하는 ‘2018년 이상기후 보고서’를 보면, 1912년부터 2017년까지 106년 동안 전국 연평균기온이 10년마다 0.18℃ 상승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매 10년마다 여름일수가 1.2일, 열대야일수는 0.9일씩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폭염일수(일 최고기온 33℃이상인 날)는 최근 10년이 최근 30년보다 0.9일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연강수량은 변동성은 크지만 최근 10년 전국 10년 평균 연강수량이 최근 30년 평균보다 다소 적어지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제주도도 최근 환경보전과 개발에 대한 첨예한 대립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제주에 계시면서 제주도의 환경문제를 어떤 시각으로 보고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제가 환경분야의 전문가는 아니지만 제주도에 인구와 관광객이 증가하다보니, 개발로 인해 아름다운 자연이 곳곳에서 파헤쳐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제주도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는 만큼, 개발도 중요하지만 개발제한구역을 엄격히 정해서 청정하고 아름답고 힐링할 수 있는 제주로 남길 바랍니다.“

 

-제주환경을 잘 지키면서 쾌적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유지하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동네마다 쓰레기 분리수거장이 정비되어 잘 관리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언론에 발표되고 있는 기사를 보면, 제주도는 쓰레기 처리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제주도가 갖고 있는 국제적 명성에 걸 맞고, 제주도의 지리적 특성과 기후변화시대의 미래 자연환경에 맞는 특화된 정책이 필요하다도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전문가들의 연구와 해외사례 벤치마킹 등을 통해 제주도 만의 특성에 맞는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국민들과 제주도민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면 해주시기 바랍니다.

“제주도는 화산섬이라 물 빠짐이 좋은 지질 구조로 되어 있어 그 동안 홍수에 비교적 안전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기후변화로 인해 단시간에 많은 강수량이 집중되는 돌발홍수의 발생이 증가되는 추세에 있습니다.

도민들께서도 과거 비가 많이 오더라도 안전에 이상이 없던 때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집중호우 예상 시에는 기상청에서 실시간 발표하는 기상정보를 확인하시고 그에 따라 행동하시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제주도는 바람이 강한 섬이기 때문에 비닐하우스 등 각종 시설물관리와 월파에 대한 대비도 필요합니다.

특히, 관광객은 도민에 비해 제주도의 기상상황에 더욱 취약합니다.

제주도 중심에 한라산이 있어, 동서남북의 기상현상이 각각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주공항이나 제주항에서 관광객을 대상으로 제주도 특성을 반영한 안전 유의사항을 팜플렛 등을 통해 안내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장시간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대담,사진=고현준 취재본부장)

 

 

 

태풍발생현황 통계

 

1

2

3

4

5

6

7

8

9

10

11

12

합계

평년

0.3

0.1

0.3

0.6

1.0

1.7

(0.3)

3.6

(0.9)

5.8

(1.1)

4.9

(0.6)

3.6

(0.1)

2.3

1.2

25.6

(3.1)

2018

1

1

1

 

 

4

(1)

5

9

(2)

4

(2)

1

3

 

29

(5)

()안의 숫자는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태풍의 수를 나타냄.

위 표는 태풍 발생일 기준(KST)으로 작성되었음.

평년1981-2010년을 의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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