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부끄러움을 아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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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부끄러움을 아는 사회
  • 신영주
  • 승인 2019.07.25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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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주 서귀포시 여성가족과
신영주 서귀포시 여성가족과

“공무원이라는 직업을 가지면 말이야, 내 생각에, 부자가 되지는 못한다. 대신 사람들 앞에 섰을 때 떳떳할 수는 있어.”

첫 출근을 한 지 6개월도 채 되지 않은 시기에 식사자리에서 과장님이 말씀하셨다. 철없던 신규공무원인 나는 당시 이렇게 생각했다.

“공무원이 되면 과장님처럼 오래 일을 해도 부자는 못 되는구나!” 한 달 두 달 시간이 지나고, ‘나도 이제는 공무원이구나.’하는 실감이 날 때마다 “공무원은 사람들 앞에 섰을 때 떳떳할 수는 있어.”라는 말이 머릿속을 스쳤고, 그 말은 ‘나는 과연 떳떳한 공무원을 성장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했다.

며칠 전 「MBC100분토론」의 사회자인 김지윤 정치학 박사의 강연 영상을 보았다. 제목은 「쪽팔리게 살지 맙시다」. 김 박사는 감독관이 없이 시험을 치르는 고등학교를 졸업했으며, 그럼에도 그 학교에서는 부정행위가 단 한 차례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점수를 몇 점 더 받자고 ‘쪽팔리게’ 커닝을 할 수는 없다고 고등학생들은 생각했기 때문이다.

김 박사는 강연에서 오늘날 부정행위를 저지르는 것에 대하여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회 분위기가 만들어 졌으며, 그렇게 된 이유는 우리 사회가 급격한 성장을 이루는 과정에서 바르지 않게 사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것이 아니라, ‘못 사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성공하기 위해서 자잘한 부정을 저지르는 것은 요령을 아는 것이요, 원리원칙을 다 지키는 고지식한 사람은 업신여김의 대상이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또한 강연에서 애리얼리 교수의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개인이 양심의 소리를 따를 것인가 부정을 저지를 것인가 고민하며 선택의 기로에 서 있을 때, 결정을 내리는 데 가장 지대한 영항을 미치는 것은 바로 ‘그 사회가 부정행위를 얼마나 용인해 주느냐’라고 했다. 부패한 관리들이 비리를 들켰을 때 ‘그때는 그게 관행이었다, 위에서 해 오던 대로 했을 뿐이다’라고 말할 수 있었던 것은 어쩌면 우리가 만들어 놓은 사회 분위기 탓일지도 모른다.

15분 정도 하는 짤막한 강연을 보고, 떳떳한 공무원으로 성장하기 위해서 이렇게 마음먹기로 했다. 부정을 저지르는 것을 창피하게 여길 것. 훗날 사소하나마 부정행위를 함으로써 이익을 얻을 만한 기회가 온다 하더라도 “그것이 탐난다고 ‘창피하게’ 그런 행동을 할 수는 없다.”고 당당하게 말하고 미련을 가지지 말자고 말이다. 그리하여 부정행위를 창피하게 여기는 사회 분위기를 만드는 데 동참하는 것이 청렴한 사회를 만드는 시작이 될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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