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문화]제주 유일 학교 건축물..시흥리 시흥초등학교옛건물(멸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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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토문화]제주 유일 학교 건축물..시흥리 시흥초등학교옛건물(멸실)
  • 고영철(제주문화유산답사회장)
  • 승인 2019.07.29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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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현무암을 건축재료로 활용해 제주건축의 풍토성 잘 살린 건물

시흥리 시흥초등학교옛건물(멸실)

 

위치 ; 성산읍 시흥리 1021번지
유형 ; 건물
시대 ; 대한민국

 

 


이 건물은 제주 근대시기에 지어진 현존 제주 유일의 학교 건축물이다.

비록 소금밭에 건축됐지만, 주민 스스로 설계하고 제주현무암을 건축재료로 활용해 제주건축의 풍토성을 잘 살린 건물이다.


성산읍 시흥리의 첫 초등학교는 시흥리 향사터였다. 현 시흥리 764-2번지 시흥리민회관 앞 작은 창고자리다. 1947년 5월 당시 동남교 1학년생 31명이 첫 입학생이었다.

4·3 사건으로 반전시 체제인데다 학생수 마저 불어 제대로 수업을 진행하기 어려웠다. 제주 4.3사건 난민 수용소로 사용하던 학교 옆 초가 1동을 빌어서 복식수업을 진행했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시흥교 학구민과 재일본 관서지구 시흥리 출신 모임인 '성진회' 등은 새 학교를 짓기로 의견을 모았다.

드디어 1949년 9월 3개 교실을 착공했다. 새 교사 자리는 성산읍 시흥리 1021번지 염전이었다. 주민들이 학교 부지를 내놓았고, 건축자재와 노동력도 부담했다.


4.3사건과 한국전쟁으로 전시체제였지만, 학교를 세워 자식교육을 시켜야한다는 부모들의 열정을 막을수 없었다.

그러나 바닷물이 드나들던 자리여서 학교를 짓는 데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게다가 준공 다음해 한국전쟁이 터졌고, 4.3사건이 수습되기 전이어서 건축자재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학교는 한국전쟁이 끝난 후 본격적으로 지었다. 마을 주민들은 학교 부지에서 2km 떨어진 '가은납'이란 돌산에서 석재를 실어날랐고, 석수들은 그 돌을 가공했다. 마을 주변에서 구해온 소나무는 목수들이 잘 다듬었다.


5년여 긴 공사 끝에 마침내 1954년 3월 3개 교실이 완공됐고, 다음해인 1955년 10월 교사를 옮겼다. 일식 기와를 얹었지만, 긴 '一'자형 형태의 이 건물은 주민 스스로 건립한 학교 건물로 한때 마을의 자랑거리였다.

학교 대지는 약 2400평, 건축 면적은 104평이었다. 이후 몇 개 교실이 증축됐고, 석조함석으로 된 숙직실이 학교 뒷편에 지어졌다.


그러나 이 시흥교 교사는 소금기가 많은 해안 저지대에 위치, 개교 16년만인 1971년 시흥리 1214-4번지 두산봉 아래 현 시흥교 위치로 학교을 옮기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1회 졸업생이자 구 시흥교 소유주인 김충호씨(2004년 62세)씨는 '교정에 나무를 심어야하는데, 일제시대 염전이어서 소금기가 올라와 나무가 자라지 않았다. 비가 오면 운동장은 바닷물이 밀려와 바다가 돼 버렸다. 그 덕에 운동장에선 심심치 않게 숭어 등 여러 고기들을 볼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김씨는 1972년 학교 부지를 매각한다는 광고를 보고, 당시 돈 1600만원을 주고 일가 친척과 함께 샀다.

1973년 학교 숙직실을 가정집으로 개조해 지금까지 살고 있다. 기와 대신 슬레이트가 지붕을 덮고 있고, 그 지붕 군데군데 땜질 흔적이 있었지만, 건물 뼈대는 잘 보존돼 있었다.


김씨는 비가 오면 물이 질퍽거리는 운동장을 경작지로 만들기 위해 3년간 15톤 트럭으로 700차 분량의 흙을 실어날랐다. 1961년 학생수 증가로 증축한 50평 규모의 부속 건물은 몇 년 전 철거됐다.

과거 갈대밭이던 학교 인근에 도로가 개설되면서 주변 미관을 헤친다는 이유였다고 한다. 교실 일부는 김씨의 모친이 사용하다 지금은 다른 사람이 살고 있다.(제주일보 2004년 10월 21일 '제주근대 건축과 삶' 참조)


아래 사진은 2007년 8월에 찍은 것인데 9월에 있었던 태풍 '나리'의 영향인지 2008년 1월에 봤을 때는 지붕 일부가 날아가고 없었다.(위 사진)


2008년 3월 완전히 철거해 버려 벽을 쌓았던 석재들만 흩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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