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문화]인어의 전설..귀덕2리 굼둘애기(굼둘래기)물(용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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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토문화]인어의 전설..귀덕2리 굼둘애기(굼둘래기)물(용천수)
  • 고영철(제주문화유산답사회장)
  • 승인 2019.07.30 08: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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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중날 이곳에서 목욕하고 물맞으면 잔병이 없어진다는 약수로 알려져

귀덕2리 굼둘애기(굼둘래기)물(용천수)
 

위치 ; 한림읍 귀덕2리 신서동 해안
유형 ; 용천수, 마애명
시대 ;

 

 


굼둘애기물은 귀덕2리 신서동 동쪽의 해안에 있는 용천수이다.

귀덕2리 장로동과 신서동의 경계를 이루는 해안 '풍체앞'에 있는 이 물은 바위 틈에서 솟아나 언제나 깨끗하고 시원하며 수량이 풍부하여 여름철과 백중날 이곳에서 목욕하고 물맞으면 잔병이 없어진다는 약수로 널리 알려져 있다.

1일 용출량은 2,200㎥이고 수온은 평균 15.3℃이다. 옛날에는 여름철이면 이곳에 목욕하고 물맞으러 오는 이웃마을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고 한다.


이 물 앞에는 크고 둥근 바위가 있는데 뚜렷하지는 않지만 한자 3글자가 새겨져 있다. '開□洞' 또는 '開洞□□'으로 추정되는데 정확하지는 않다.

신서동의 박성운씨(2000년 77세)는 자기가 태어나기 전부터 글 새겨진 바위가 있었다고 기억한다.

굼둘애기물에는 예부터 전해오는 전설이 있다.


그 옛날 귀덕 앞바다에는 절반은 사람이고 절반은 물고기인 인어(人魚)가 살고 있었다. 인어는 마을사람들의 눈을 피해 낮에는 바다 속에서 헤엄을 치며 놀다가 해가 지고 어둠이 짙게 깔려서야 마을 앞 방파제 역할을 하는 ‘큰여’와 ‘작은여’에 올라가 지친 심신을 풀었다고 한다.

마을사람들 역시 이런 인어의 존재를 알고 있었으나 피해를 준 적이 없기 때문에 혹시 인어가 눈에 띠더라도 보지 못한 척 평화로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인어에게 불행이 닥쳐온다.


바다 속에서 여유롭게 헤엄을 치며 놀고 있었는데 자신의 몸집보다 큰 고기들의 습격을 갑자기 받고 쫓겨 다니다가 깊은 상처를 입게 된 것이다. 결국 인어는 큰 고기들의 습격을 피해 ‘큰여’에 올라가 잠시 몸을 피신하기로 한다.

‘큰여’에 올라온 인어는 자신의 몸을 보고 깜짝 놀란다. 큰 고기들의 습격을 받아 온몸이 만신창이가 된 것이었다. 인어는 고민하기 시작한다. 이대로 두었다가는 상처가 더욱 깊어져 목숨이 위태롭기 때문이었다.

특히 바닷물은상처를 더욱 악화 시킬 수 있었다. 인어는 결심한다. 마을 앞에 흐르는 용천수로 가서 상처를 씻고 오기로 한 것이다.

아픔 몸을 이끌고 사력을 다해 마을 앞에 도착한 인어는 주위를 둘러볼 시간도 없이 용천수에 몸을 그대로 던지고 목욕을 하며 상처를 깨끗이 씻는 데 열중한다.


그런데 인어가 마을 앞에 모습을 드러낼 당시 용천수 주변에서는 마을사람들이 빨래를 할 때였는데 상처를 입은 인어를 보고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보지 못한 척 했다.

그러나 이런 사실을 인어는 알지 못했다. 상처를 모두 씻고 바다로 다시 돌아갈 때여서야 인어는 자신의 모습을 마을사람들이 보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인어는 자신을 보고도 보지 못한 척 해준 마을사람들의 따뜻한 마음과 배려를 느끼게 되고 마을을 향해 고맙다고 인사를 꾸벅꾸벅 올리고 바다 속으로 사라졌다.


그 후로 이 용천수에 몸을 씻은 사람들은 신비하게도 잔병이 없어졌다고 한다.

'굼둘애기'란 물오리가 물고기를 잡으려고 바닷속으로 재빠르게 들어가는 모습을 뜻하는데 인어가 물오리처럼 바닷물 속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묘사하여 굼둘애기라 부르게 된 것 같다고 한다.


평시에도 거대한 대어미(거북)가 저녁 노을 황혼이 짙을 무렵이면 이곳 굼둘애기물에 나타나 마을을 향해 인사나 하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물속을 노닐다가 바다를 향해 떠나가곤 했다.

이럴 때면 동네 개구쟁이들이 거북이를 보려고 몰려들면 마을 어른들은 떠들지 말라고 타이르곤 했다고 한다. 이렇게 굼둘애기물에 거북이가 나타나는 해에는 라신동에 경사가 생긴다고 하여 반가워하곤 했다.


나신동에는 4개의 종교단체가 있는데 이들 종교단체의 의식에는 모두 굼둘애기물과 관계가 있다. 해운사에서는 불공을 드리는 날 반드시 굼둘애기물이 있는 속칭 '풍체앞'에서도 불공을 곁들인다. 풍체는 부처의 뜻이다.

용화사서부포교소에서도 정신수양을 바탕으로 환자를 치료하는데 일명 '물먹는敎'라고 하여 이 굼둘애기물을 먹게 하였으며 여름에는 이 물에서 목욕을 시켰는데 많은 환자들이 효과를 보았다고 한다.(귀덕2리지 94∼9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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