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힘들어..극단적인 길 선택한 유기농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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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 힘들어..극단적인 길 선택한 유기농 부부"
  • 고현준
  • 승인 2019.08.01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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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포커스)가난은 나랏님도 못 구한다고....한 유기농 부부가 선택한 슬픈 현실

 

 

 

최근 경제상황이 어려워지면서 제주도의 경우도 업종별로 엄청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다.

제주경제상황에 대해 제대로된 조사만 되지 않았을 뿐 심각한 상황인 것만은 틀림이 없다.

미-중 경제전쟁과 한-일 갈등 등 대내외로 극단으로 치닫는 가운데 국민들은 허우적대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좋아질 기미조차 안 보이는 이같은 경제현실은 오늘을 살아야 하는 많은 사람들에게는 절망으로 다가온다.

제주도의 경우도 건축경기가 사라지면서 건설업계가 불황에 허덕이고 있다고 한다.

특히 농가는 애써 기른 농작물이 비로 망가져 마지막 희망마져 앗아가 버렸다.

이런 때에 안타까은 비보가 전해졌다.

서귀포에서 유기농 친환경 농업을 오랫동안 하고 있는 윤순자 씨는 한 유기농 부부의 슬픈 내용을 전하며 제주도 농업인들의 어려움을 전하고 있다.

이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이들 농부들을 위한 어떤 정책도 행정에서는 만들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들의 어려운 사정을 외면했다는 얘기나 다름없다.

부부가 사라지자 이제 세상에는 아이들 둘만 남게 된 현실..

함께 살아가야 할 세상에서 구원군이 없다는 것은 사실 절망이다.

 

다음은 윤순자 씨가 그의 페이스북에 사진과 함께 올린 내용이다.

 

 

 

이른 아침 뱅기에서 내리자 마자 비보를 전해 들었습니다.

고00,구00 부부께서 극단적 선택으로 운명을 달리 하셨습니다.

오랫동안 유기농사를 같이 하고, 판로가 없어 장터도 같이 다니던 동지이자, 유쾌한 오라버니이자, 늘 물건 팔아달라, 돈빌려 달라는 쫌은 귀찮은조합원인. 하지만 존경하며, 감탄에 마지 않는 두분 입니다.

몇년전 감귤을 산더미만큼 쌓아 놓고 제발 좀 팔아달라고 수염을 길게 기른 고 선생님이 제게 왔습니다.

안타까워 물건을 전부 가져왔지만 너무 늦어 신선도로 판매는 못하고, 감귤즙을 만드는 것으로 해결은 했는데....

그때부터 어제까지.

고회장님과 몇년동안 밭농사를 같이 짓고 있고, 그런 내 어깨는 1t 트럭이 올라와 있는 듯 무겁고 힘겨웠습니다.

너무너무 좋은 사람이라 내칠수도 없고 딱 봐도 내심정과 상황이 너무너무 같아서 거리를 둘 수도 없었습니다.

두부부는 저에게 정말 잘 했습니다.

언니는 며칠전엔 샌들도 한켤레 저에게 선물 하고, 좋은 것 있으면 저에게 우선 갖다 주는 두부부였습니다.

세상에 믿을 곳이라고는 저밖에 없다고 노랫가락처럼, 듣기 싫을 만큼 고맙다 감사하다, 죽어도 은혜 잊지 않겠다 했습니다.

저는 이 말을 너무너무 듣기 싫었구요.

내 농산물도 버거웠는데, 5만평 가까운 이분의 물건을 팔아줘야 되는 입장이 어떨땐 울고 싶고, 도망가고 싶었거든요.

가난은 나랏님도 못 구한다고....

수도 없이 돈을 빌려 주어도 늘 빚에 쪼들렸고, 특히 파종기가 되면 씨앗값 좀 달라고 엊그제도 손목을 놓치않고 애원 하셨습니다.

당장 봄감자 70t. 비트 6톤, 양파 30톤 마늘 10톤, 미니밤호박 10톤을 팔지 못해 수십번 전화를 주시어 빼달라 합니다.

그제는 마침 두레생협 백형호상무가 제주에 내려 왔길래 유기농감자 좀 빼 달라 했더니 가공용으로 좀 알아봐 주겠다 해서, 그 이야길 전하였더니 마치 다 팔기나 한 것처럼 좋아 하셨습니다.

“늘 농사짓는 것은 천재인데.... 파는 것은 윤이사가 천재란 말야!” 라며 판로의 어려움을 전하셨습니다.

그제는 그림에도 나오는 8만평 메밀밭을 갈며 기가막히게 잘 지어 빚 갚을테니 인건비 좀 달라 하고, 쌓여 있는 감자,비트,단호박,마늘,앙파를 부탁하며 둘러도 보았습니다.

저녁 7시가 훨씬 넘은시간 만남을 뒤로 120마력 트렉타를 밭으러 향했는데...

 

지지리도 농사복이 없는 분입니다.

작년엔 그림보다 더 아름답던 매밀밭이 마지막 태풍으로 훅 가고, 감자알이 다 드러나 다시 심고, 무. 당근,배추,대파 등등 잘 된 것은 판로가 없어 거의 다 폐기하고 올 봄 농사 또한

감자, 비트, 미니밤호박,옥수수, 마늘, 양파. 고추를 지었지만 2주내내 내렸던 비로 고추는 다 병들고, 다른 건 임대한 냉장고비만 쌓이도록 그대로 쌓여 있습니다.

뱅기 안에서 생각 해 보니 이분은 몇 번인가 살고 싶지 않은적이 있었고... 저에게 싸인을 보냈습니다.

제 무게가 너무 무거워 호되게 나무라기만 할 뿐 근본적인 대책이 되어 주지 못했었습니다.

오늘은 그랬던 제 자신이 너무 밉습니다.

유기농업은 왜 해가지고....

남의 모습 아닙니다.

내 모습의 시간차 뿐 입니다.

두부부랑 수,목욜이면 같이 참여했던 바로마켓에 두 분은 없습니다.

두부부의 아들,딸을 데리고 뱅기안에서...

 

 

 

사진은 윤순자 씨가 보내온 고 모씨 부부가 경작하고 생산하던 농사의 현장이다. 엊그제 까지 타고 다닌 경운기가 그대로 놓여있고 단호박이 산처럼 쌓여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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