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문화]돈짓당..세화리 갯곳할망당(정순이빌레할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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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토문화]돈짓당..세화리 갯곳할망당(정순이빌레할망당)
  • 고영철(제주문화유산답사회장)
  • 승인 2019.08.22 06: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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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정이 되면 해녀와 어부들은 ‘요왕맞이’를 한다. 용왕(龍王)을 맞이하는 의식이다.

세화리 갯곳할망당(정순이빌레할망당)

위치 ; 구좌읍 세화리 바닷가
시대 ; 조선~현대
유형 ; 민속신앙(해신당)

 

 

해녀박물관 아래 모래사장을 건너 바다 암반 위에 둥그렇게 돌을 에워싸서 이루어진 당이 있다. 해녀박물관에서 보면 정북 방향에 보인다.

자연석을 쌓고 틈새에는 시멘트를 발라 제장을 두르고 그 안에 제단과 궤를 마련하였다. 궤 안에는 물색을 넣어둔다.

해녀들 마음의 안식처이면서 신이 좌정해 있는 거처로 ‘정순이빌레할망당’이다. ‘정순이빌레’는 장소를 지칭한 것이고 할망당은 여신을 모신 당을 의미한다.

과거에는 흔히 ‘돈짓당’이라 불렀다. ‘송씨할망 송씨할으방 개할으방 개할망 돈지에미 돈지도령’을 당신으로 모신다. 이 신들은 어선, 해녀, 육아를 관장한다.

이 당은 원래 평대리 갯마리와 세화리 통항동 어부들이 공동으로 위하던 당이었다. 그러나 포구를 넓히게 되면서 당을 옮겨야 했다.

결국 심방(巫堂)의 조언에 따라 세화리 지경의 정순이빌레로 옮겨지게 되었다. 따라서 자연스레 여신의 명칭도 ‘정순이빌레할마님’이라 불리게 되었다. 이밖에도 갯가에 있다 해서‘갯것할망당’, 위쪽에 생수가 솟는 물통이란 물통이 있어서 ‘물통알당’이라고도 불리고 있다.


갯것할망당은 어부들을 전담하는 해신당이다. 정월에는 만선(滿船)을 소망하는 어부들이 오색 깃발이 잔뜩 달린 깃대를 이곳에 가져다 놓을 때도 있다.

이곳에 좌정하고 있는 여신은 ‘들어오는 배 나가는 배 모두가 위하는 어물(魚物)에 대한 영험이 좋은 여신’이다(현용준, 『제주도무속자료사전』, 2007).(제주의소리100604)


갯것할망당은 가고 싶다고 해서 아무 때나 갈 수 있는 당이 아니다. 물때가 맞아야만 갈 수 있다. 밀물 때면 바닷물이 마치 속인들의 발길로부터 이 당을 보호라도 하듯이 에워싸고 만다. 그래서 할망당은 작은 섬이 된다.

그러나 하루에 두 번, 썰물 때가 되면 하얀 모래밭을 건너 찾아갈 수 있다. 밀물 때에는 암반이 섬처럼 고립되는 곳이며 큰 파도가 치면 물이 올라올 것 같다.


구정이 되면 해녀와 어부들은 ‘요왕맞이’를 한다. 용왕(龍王)을 맞이하는 의식이다. ‘바다의 신 용왕님께 새해 인사를 드립니다.’라는 뜻이라 할 수 있겠다.

물질도 잘 되게 해 주고 건강도 돌봐달라는 가슴속 소망을 전하는 일이다. 해녀 중에는 한 달에 한 번, 혹은 일 년에 열두 번 요왕맞이를 해야 마음이 놓인다는 사람도 있다.(제주의소리100604 김순이 글)

제일이 2월 11일과 서물(음력 11일 26일)날로 정해져 있었으나 현재는 택일해서 다닌다.(북제주군문화유적분포지도 256쪽) 2월 12일, 7월 12일, 10월 12일이 삼제일이며 10월 12일에는 새 곡식으로 제물을 만들어 제를 지낸다. 해녀들이 하는 요왕맞이는 한 달에 한 번 날을 보거나, 물질 시작 때 메, 과일, 계란을 가지고 가서 제를 올린다.(해녀박물관)


당에 가기 며칠 전부터 정성들여 제물을 준비한다. 쌀밥 한 그릇, 삼색채소(고사리 미나리 콩나물) 한 보시, 사과 배 한 알씩, 삶은 계란 세 알, 생선구운 것 한 마리, 무명실타래, 지(한지에 쌀을 넣어 둘러싼 것), 감주 한 병, 그리고 양초 두 자루. 제물 중에서도 ‘지’를 만드는 일에는 더욱 정성을 다하였다.

햅쌀을 사다가 소반에 놓고 반으로 짜개지거나 성치 못한 것들은 밀쳐내고 온전한 쌀알로만 골라서 한지(韓紙)에 세 줌 덜어 곱게 말아서 싸곤 무명실로 빙빙 돌려 여민다. 이렇게 만들어진 지에 자식들의 이름과 생년월일을 하나하나 써 넣는 것이다. 이걸 바다에 던지는 것을 지드림이라고 한다.(제주의소리100604 김순이 글)


*여기서 갯것의 '것'은 곳에 가까운 발음으로 주변이라는 뜻을 가진 제주어 '아래아 발음'이다. 표준어로 옮긴다면 갯가할머니당이다.

(작성 080221, 보완 11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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