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숲길 금오름은 지금, 절망의 숲으로 변했다"
상태바
"희망의 숲길 금오름은 지금, 절망의 숲으로 변했다"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9.09.03 16: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명품 숲길, 치유의 숲, 힐링 공작소라고 표현했던 금악오름 방치 상태

 

금오름은 검은오름으로(거문. 거믄오름)도 부르며 지역적인 입지를 고려하여 금악오름이라고도 부른다.

한자로 금악(今岳)이라 표기를 하는데 이는 대역이며 흑악(黑岳)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또한 옛 자료에는 금물오음(今勿吳音)이라는 용어가 있는데 이해에 다소 어려움이 따른다.

어쨌거나 금오름을 검은이나 거문으로 부르고 표기를 하는 데 있어서는 입지나 특성 등을 고려할 때 무리는 아닐 것이다.

 

보통의 오름들이 그러하듯 외부에서 바라볼 때는 원뿔형이나 반달형 등으로 보이지만 오르고 나면 다르게 나타나게 마련이다.

금오름 역시 멀리서는 평범한 산 체로 보이지만 실제 정상에 오르면 화구호를 이룬 원형 굼부리와 산세의 특징을 확인할 수가 있다.

원형을 두른 봉우리는 남북으로 두 개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며 동서 쪽은 다소 낮은 모양새를 지니고 있다. 타원형으로 이뤄진 분화구 내부에는 양은 많지 않으나 연중 물이 고이거나 습지를 이루는데 심한 가뭄이 들 때는 마르기도 한다.

이러한 환경과 관련하여 굼부리의 별칭을 금악담(今岳潭)이라 부르기도 한다.

 

원형 굼부리의 넓이가 무려 3만 평에 달하며 금악담의 면적만도 약 5천 평이고 바깥 둘레의 굼부리가 약 1.2km에 달한다.

전반적인 상황을 짐작하더라도 정상부와 굼부리를 중심으로 산 체의 특성이 잘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가 있다. 북쪽의 기슭과 사면은 밋밋한 편이지만 다른 쪽은 조림된 해송과 삼나무를 비롯하여 자연 식생을 이룬 잡목들로 숲을 이루고 있다.

정상부에는 이동통신 기지국과 방송국 송신 기지탑이 들어선지 오래되었으며 북쪽 봉우리에는 경방 초소가 있다.

산 체의 여건과 입지 등을 고려할 때 사방을 빙 둘러 전망을 즐기기에 충분하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해안을 포함하여 한라산을 비롯하여 오름 군락과 전원 풍경을 즐감하며 청정의 시각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런 금오름은 더러 변화가 이뤄져 아쉬움도 느끼게 된다.

정상부에는 기지국과 통신탑이 세워졌고 활공장이 들어서면서 산 체의 허리와 어깨를 따라 정상부 가까이까지 길을 만들었다.

패러 글라이딩을 즐기는 동호인이나 업체 또는 개인 취미로 찾는 이들을 위하여 길을 만든 후 차량 출입이 빈번한 상태이다.

이러한 상황으로 인하여 일부 오르미들이나 여행객들도 정상부까지 차량을 이용하여 가는 경우도 흔하다. 사유지를 포함하는 오름이라 판단과 허용을 두고 심히 고민을 했겠지만 자연미를 잃어버린 점은 어쩔 수가 없다

 

그런 가운데 산 체의 바깥 허리둘레를 따라 만들어진 산책로는 그나마 숲길과 오름이라는 덧셈의 힐링을 느끼게 해준다. 숲 둘레길은 훼손이나 큰 변화가 없이 구성이 된 코스로서 희망의 숲길이라 정해졌다.

지난 2009년에 구성이 된 희망의 숲길은 금오름 기슭의 외부를 따라 이어지는 숲길 탐방로이며 자연미가 많이 살아 있다. 보통의 도보여행지와는 다른 차원이며 숲과 오름의 능선을 따라 진행을 하는 때문에 힐링의 요소를 잘 갖추고 있다.

아름다운 세상 만들기 희망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오름 둘레를 따라 만들어진 탐방로는 그 길이가 약 2km 정도이다. 명품 숲길이라 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아름다운 구성은 둘레길의 모체인 금오름과 연계가 된다.

 

그러나 지금의 희망의 숲은 절망의 숲으로 변해 있다.

여름철을 맞은 둘레길은 잡초가 무성하여 산책로를 구분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절기이니까 그럴 수도 있다고 하기에는 너무 황당하고 어처구니없는 실정이다.

더욱이 재선충병을 이겨낸 소나무들은 넝쿨과 덩굴들에 의하여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대로 그냥 방치했다가는 고사할 위기에 처했지만 아무런 대책도 관리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금오름이 어떤 곳인가. 규모나 입지를 감안할 때 서부권 한림 지역에서 으뜸이며, 특히나 금악리 주민들에게 있어서는 보물과도 같은 존재가 아니던가. 그럼에도 이토록 무관심하고 관리나 보호를 하지 않는 것은 엄청난 실수이고 어리석은 방관이라 아니 할 수가 없다.

입구 표석 옆에는 오름관리 지정 단체명이 붙어 있지만 역시나 남의 일이라 여기는 모양이다. 머리는 활공장에 빼앗기고 어깨는 문명의 이기를 따라 이동통신 기지국에 헌납했으며 허리둘레는 희망의 숲길에 바쳤다.

그럼에도 이지경이 되도록 방치한 행정과 오름 단체를 비롯하여 관계자들의 무심함에 금오름의 존재는 심한 중병을 앓고 있다.

이럴 거면 차라리 애초 희망의 숲길이라는 둘레길을 만들지 말았어야 맞는 게 아닌가.

 

낮은 경사를 따라 오르기 시작하는데 오래전 깔아 놓은 매트는 근년에 갈기갈기 찢어져 있었는데 지금은 아예 흔적조차 없다.

어느 면에서 보면 자연 그대로의 길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다소 억지스러운 표현이 될 것 같다. 그나마 키가 큰 숙대낭(삼나무) 사이를 지나는 과정인지라 크게 의식은 안 하겠지만 재정비가 이뤄져야 할 것 같다.

 

기대를 많이 했었다.

여름이 지나는 길목인 만큼 푸름과 청정의 환경을 기대하였고 그런 환경을 의식하여 애써 이곳을 찾았던 것이다. 그러나 불과 몇십 미터도 못 가서 수풀로 에워싼 모습을 확인하게 되었다. 아예 길의 흔적조차 없는 데다 아직도 성장의 진행형을 이루는 숲은 넝쿨을 포함하는 잡초들이 대세였다.

한두 번 찾은 곳도 아닌 만큼 길의 구성을 알고 있었지만 자랄 대로 자란 수풀들 때문에 여간 버겁기 짝이 없었다.

포기를 할까 심하게 망설이다가 조금 더 전진을 해보기로 했다. 이런 환경을 탓하며 다니기보다는 더한 악조건에서도 진행을 여러 차례 했었고 이날은 카페 회원들과 몇이 함께 한 상황이라 조심스럽게 전진을 했다.

금오름은 서부권의 여러 오름들에 비하여 재선충병의 수마를 덜 겪은 곳이다. 오래된 소나무들이 산 체를 지키고 있는 때문에 외부에서 보면 사계절 푸르게 보이면서 분위기를 고조시켜준다.

그런 소나무들이지만 대부분은 송악과 하늘래기를 비롯한 넝쿨들의 터전으로 변해있다. 공생이 아닌 기생인 만큼 더 늦기 전에 손을 써야 할 상황이건만 어느 소나무도 그러한 치유나 치료를 받은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금오름의 존재를 두고 환경적으로 대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행정에서 전혀 모르고 있는 걸까.

결국 포기를 했다.

기슭 아래를 따라 내려온 후 또 하나의 둘레를 따르는 옛길을 이용하여 회귀를 했다. 이곳 역시 소나무들은 이방인들의 횡포를 받아들인 채 심한 몸살을 앓고 있었다.

송악 등 기생 식물들을 처리하는 것이 요즈음이 적기인데 일정 인원을 동원하여 조금씩이라도 치료를 해야 할 상황이다. 부디 한림읍 등 관계 기관에서 지금의 상황을 살피고 정비를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여러 차례 추켜세웠던 희망의 숲길.

명품 숲길이라 외쳤었고 치유의 숲이라 했으며 힐링 공작소라고도 표현을 했었는데 너무 아쉽고 더러 화가 치밀었다.

마음 같아서는 예초기 짊어지고 둘레길을 정비하고 소나무를 괴롭히는 기생식물들을 자르고 싶었지만 난공불락인지라 감히 엄두를 낼 수 없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