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문화]생산·물고·호적 관장 본향신..저지리 허릿당(오름허릿당, 허릿궁할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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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토문화]생산·물고·호적 관장 본향신..저지리 허릿당(오름허릿당, 허릿궁할망)
  • 고현준
  • 승인 2019.09.05 1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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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가 많이 못젼딘 사름덜(아기가 많이 아픈 사람들)’은 스무사흘에 가면 효험

저지리 허릿당(오름허릿당, 허릿궁할망)
 

허릿당
위치 ; 저지오름 동북쪽 허리에 있다. 찾아가는 길 - 저지리파출소 → 오름 가는 길 팻말 → 닥오름 표석 30m 좌회전 → 빈터 끝
유형 ; 민간신앙(본향당)
시대 ; 조선~현대

 

 

 

楮旨公設共同墓地 안내표석 바로 동쪽에서 올라가면 감나무밭을 지나서 들어갈 수 있다. 동서로 길게 뻗어 있는 마을 중간에서 약 400m 가량 떨어진 곳이다.

팽나무와 볼레나무, 잡목들이 우거져 있는 밭 경계에 위치한다. 이 중에서 팽나무를 신목으로 삼고 있으나 팽나무는 당의 울타리 밖에 있다. 작은 돌을 쌓아 제단 형태를 갖추었다.

이 당에서는 '허릿당 일뤠중저 호근모루 정씨부인 큰딸애기'를 모신다. 이 신은 저지리 사람들의 생산·물고·호적을 관장하는 본향신이다. 허리굿당, 본향당, 할망당이라 하기도 한다.


제물로는 메 2그릇과 돼지고기를 제외한 모든 음식을 올린다. 메 1그릇은 할망신 몫이고, 1그릇은 이 마을 다른 당에 좌정해 있는 하르방신 몫이다.

이 당은 차씨 심방이 4∼5대 이상 매어 왔다. 일정한 단골은 따로 없고, 마을 사람 전체가 이 당에 다닌다. 뿐만 아니라 인근 6개 마을에서도 이 당에 다닌다고 한다.(김원순 2008년 4월 6일 증언)


본풀이가 『무가』와『보고』에 실려 있다. 이 당에서 모시는 신은 거문오름 웃당밧 당신인 황서국과 거문오름 알당밧 당신인 호근마을 정씨 부인의 첫째 딸이다. 그 둘째 딸은 상명리 축일본향신이 되었고, 셋째 딸은 조수리 축일본향이 되었다.

'저지 돼지를 사서는 안된다'고 할 정도로 할망당의 영기가 세었다고 전해진다. 또한 얼굴에 부스럼이 나면 본향당에 걸어 두었던 물색을 가져다가 불에 태워 그 재를 기름에 섞어 바르면 곧 낫는다고도 한다.(제주도청 마을 홈페이지)

제주의 일렛당은 육아와 치병을 다스리는 신이 살고 있는 곳이다. 이곳 저지오름허릿당 역시 일렛당으로 제일은 매 7일인 셈이며 아이가 아팠을 때, 피부에 부스럼이 생겼을 때 당을 찾아가 기도하면 낳는다는 성소이다. 그러나 이 마을 사람들은 매 7일을 제외한 초사흘과 열사흘에도 당에 간다.


특히 ‘애기가 많이 못젼딘 사름덜(아기가 많이 아픈 사람들)’은 스무사흘에 가면 효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이 당에 다녔다는 임신생(1921년생,여)에 의하면 당에 갈 때는 메 2보시, 돌래떡 7~5개, 과일을 올리며, 생선이나 돼지고기는 준비되는 대로 올린다고 했다.

그러나 마마가 마을에 들어왔을 때는 마마손님을 대접할 몫으로 메 1기를 더 올렸다. 오름허릿당 당멘 심방은 ‘여병이 아방’이었는데 그가 죽자 요즘은 ‘여병이 큰어멍(형수)’이 맡아 있다.


당의 제단은 반원형의 자연석 돌담이 쌓아져 있으며 주변에 나무가 에워싼 형국이다. 원래 담 너머에 있는 큰 나무가 신목인데 지금은 그 앞으로 돌담이 둘러져 있으며 나뭇가지에 지전과 물색이 걸려 있고 당 주변에는 초를 켰던 흔적과 술병들이 널려 있다.

그 곳에는 당에 올 때 제물을 들고 왔던 것으로 보이는 구덕이며 돌 틈새에 똘똘 말려 꼽혀 있는 플라스틱 봉지들은 어디에 소용되는 물건인지 모르나 빼곡히 돌틈에 꽂혀 있다. 청소를 하지 않은 것이라기보다는 뭔가에 쓰임이 있어 그렇게 둔 것으로 보이는 이색적인 풍경이다.

바람막이로 쓰였을 당 입구의 천막들 또한 마을사람들의 필요에 의한 물건처럼 보였다. 성소의 모든 것이 무질서한 듯 보이지만 또 그렇게 조화롭게 놓여 있을 뿐만 아니라 나름의 용도가 있어 보였다.


오름허릿당은 지금도 아이들이 아프거나 집안에 흉사가 있으면 구덕에 제물을 담아 수시로 드나드는 곳으로 마을사람들과 신의 의사소통 장소이다.

옛날 제주여성들은 의료시설이 충분치 못한 오지에서 아이에게 병이 나거나 피부에 허물이 생기거나 집안에 무슨 좋지 않은 일이 생기면 그 연유를 신에게 물었다.

그곳에서 현실의 적극적인 해결은 아니지만 그때마다 삶의 고비를 해소하며 지혜롭게 살아왔다. (제주의소리 2011년 7월 5일 장혜련 글)

허릿궁할망 본풀이 ; 대정 호근모르 정좌수의 부인이 남펜네 부베간 정리는 아니 무어도 유태를 가져 아방눈에 골리나고 어멍 눈에 시찌나. 귀양정배 보내멍 '어서 느 가고픈 데로 가라' 하니 '어딜 가린?' 해서 나산 게 검은오름 도신머들에 의질 허연.

애긴 낳는 게 한살모지로 하나, 두 개, 일곱갤 낳고 그 애길 업을 수가 엇어 업고 안고 걸루고 하니 이젠 일곱 애길 질룰 수가 엇어. '어떵 질루린?' 허연 '마을마을마다 만민자손에 서천제민(모든 단골의 온갖 정성) 공연을 받자' 허연.

민(面) 차지 마을 차지 인물도성책 차지하여. '큰아들랑 어딜 이 애길 보내리?' 생각하다가 괴수풀(명월리 고림동) 삼백관 산신대왕으로 보내고. 샛아들은 멩월 종구실 고완이 본향으로 차질 보내고. 말젯아들은 영역하고 똑똑하여 요왕황자 요왕태자로 보내여 용궁을 차지하되 인간백성이 아이 어룬을 가리지 못하니 장적차지 인물도성책 차질하고 멩월 삼문 읍중 상교(鄕校) 상청 차지 호적문을 차지, 양반 중인 하인을 다 골리잡은 문세를 잡고. 안여드레작은또 늬쳇아들은 올라사민 하원당(명월리신당) 처가부처는 상가왓당술일한집. 작은말젯아들은 널개 큰당알로 좌정한 축일한집. 이 할으방은 같이 사는 할망이 늬발탄 걸 먹으난 '추접하다' 하여 손두물 머리로 가 좌정하니 용궁또로서 가는 선 오는 선 차지하고 그영허난 이 할망은 널개 큰당한집이 됩네다.

'큰딸애긴 어딜 가린?' 허난 당멀(당모르) 육골 차지하여 허릿궁할망으로 좌정하고 호적장적 인물도성책 차지한 토지본향. 샛딸애긴 상명 느지리캐인터 차지하고. 작은딸은 가지갈란 조숫물, 낙천은 매아진밭. 맨작은딸은 가지갈라 한 개(금등리) 작은당에 좌정하여수다.


제일은 매3일, 7일, 13일, 17일이다.(무가본풀이사전 557~558쪽)


당 옆에는 큰볼레낭(보리장나무)이 있는데 이걸 따 먹으려고 하면 '할망하르방 볼래 타먹으레 와수다' 하면서 절을 하지 않으면 신발을 잃어버린다는 전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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