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 탱자나무에 접 붙여 심어도 다시 탱자나무로 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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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귤, 탱자나무에 접 붙여 심어도 다시 탱자나무로 변해.."
  • 고현준
  • 승인 2019.09.16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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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프올레걷기)올레11코스 모슬봉기슭-무릉외갓집..태풍이 지나니 '정글의 숲길'

 

 

 

갈등의 시작

 

칡나무와 등나무는 함부로 옮겨 심지 말라고 했다.

한번 심어놓으면 잘 죽지도 않을뿐더러 생명력이 강해 주위를 온통 칡이나 등나무줄기로 가득 할 것이기 때문이다.

갈등이라는 말도 그래서 칡과 등나무에서 나온 말이다.

갈등의 시작이 그 두 나무를 옮겨심지 말라는 뜻에서 그렇다.

 

 

지난 8일은 태풍 링링이 지나간 다음날이었다.

난전 선생은 비가오나 눈이오나 걸어야 한다고 해서 우산을 쓰고 고광언과 셋이 제주올레 11코스 나머지구간 걷기에 나섰다.

그래야 추억이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난전전생의 올레걷기 전략(?)이다.

난전선생은 “비가 온다고 하니 걷지 말자고 해서 정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며 “올레를 걷지말자는 말은 앞으로 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하기까지 했다.

올레에 빠지면 이 정도는 돼야 올레꾼이라고 할 수 있다.

비가 내리는 올레길..노란우산, 검은 우산을 쓰고 걷는 맛도 꽤 운치가 있다.

 

 

 

11코스의 중간스탬프 이후의 절반은 거의 들길이다.

바다나 오름은 구경도 할 수 없는 길이다.

그러나 가끔 만나는 농지는 예술을 만들기도 한다.

길을 걷다 보니 한 농가 창고와 어우러진 농토가 참 예쁘게 자리잡고 있었다.

그러나 이 길을 지나쳐야 하는 올레길은 엉망이었다.

천주교 대정성지 앞은 그야말로 큰 내를 이루고 있었다.

냇물이 흐르듯 길을 온통 물길로 만들고 흘러가는 중이었다.

 

 

 

비도 이런 비가 없다.

조금 걷다보면 나오는 물웅덩이들..

걷다보니 신평-무릉사이곶자왈 입구로 들어섰다.

이 곶자왈 초입에는 해충기피제 자동분사기가 비치돼 있었다.

진드기방지용이었다.

우리는 모두 기피제를 온몸에 뿌리고 곶자왈로 들어섰다.

곶자왈에서는 비가 내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곳 상황은 여기저기 태풍에 쓰러진 나무들이 참 많이 보였다.

 

 

 

 

 

올레길을 걸으며 물이 고인 물웅덩이를 만나면 곤혹스러웠지만 무엇보다 최고의 난코스는 신평-무릉곶자왈 중간지점 쯤에 있는 새왓(띠밭)이었다.

평소에는 평범한 들길이었지만 비가 내린 후의 이곳은 완벽한 습지로 변해있었다.

아마 예전에는 봉천수가 고이는 곳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물이 많이 고여 있었다.

길가 흙탕물이 있는 곳은 옆길을 따라 걷기도 했지만 이곳 습지는 아예 물이 잠겨버려 옆길로도 걸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모두 신발을 신은 채로 올레길 그 물속으로 들어가 첨벙거리며 걸어나오는 방법을 선택했다.

 

 

 

 

마치 스콜이 내리는 정글속을 걷는 느낌이었다.

처음으로 신발을 신은채 첨벙첨벙 걸어 이길을 나서며 “어려운 일이 있어야 추억을 만든다”는 난전선생의 말처럼 좋은 추억을 만들었다.

난전선생은 “비가 오는 날은 꼭 11코스를 걸어봐야 한다고 전해야겠다”고 이 지독한 경험을 즐거워했다.

하지만 비가 오면 이 새왓길을 폐쇄해야 할 길로 여겨지기도 했다.

신평-무릉곶자왈은 탱자나무가 참 많은 곳이었다.

길을 걷는 내내 탱자가 주렁주렁 열려 있었다.

곶자왈 안쪽에 세워진 안내판에는 옛날에 이곳에 들어와 살던 정씨라는 사람이 심어놓았다는 설명도 있는 것으로 보아 탱자를 재배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참 많았다.

 

 

 

파란 열매는 약재로도 쓰인다고 하니 고광언은 “지금이 탱자열매를 약재로 쓰는데 적기라고 한다”고 얘기해 줬다.

감귤이 제주에서만 많이 재배됐던 이유도 이 탱자나무가 비밀이었다.

예전 귤나무를 심을 때는 탱자나무에 접을 붙여 감귤나무로 키웠다고 한다,

하지만 “감귤나무도 잘 자라는 북방한계선이 있어 육지지방에 감귤을 탱자나무에 접을 붙여 심어도 시간이 지나면 탱자나무로 변해버린다”는 것이었다.(난전선생 설명)

이날 올레를 걷는 동안 비는 조금씩 오다말다 했지만..올레를 다 걷고난 후에는 엄청난 비가 쏟아져 내렸다.

하늘의 신도 우리가 올레길에서 비맞은 것을 바라지 않았던 듯..

우리는 올레를 다 걷고 나서 쏟아지는 비를 마음껏 감상할 수 있었다.

태풍이 지나간 다음날이기도 한 이날 우리 올레꾼 셋은 태풍이 지나간 흔적을 곳곳에서 많이 보았다.

감귤나무에서 떨어진 낙과는 물론 가는 곳곳 만나는 물웅덩이 그리고 신평-무릉곶자왈에서 만난 부러진 나무 등등..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렇게 신고할 정도로 보이는 피해는 별로 없었다는 점은 좋은 일이었다.

물이 고인 땅도 시간이 지나면 다 스며들 것이기 때문이다.

무릉2리 마을로 들어서니 흙탕물로 변한 구남물이 우리를 반겼다.

 

 

 

구남물

 

구남물의 유래는 오래전 큰 구나무(굴참나무)가 있어 훗날 ‘구남’으로 불렸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초록빛 구남물 주변에는 아름드리 팽나무가 연못을 향해 한껏 몸을 늘어뜨렸다. 이곳 주변에 팽나무는 모두 세 그루다.

이중 두 그루는 수령이 300년도 훌쩍 넘는다. 모두 원시림들이다.

구남물 앞에 돌확 2기가 있다. 여성들은 돌확 위에다 물을 붓고 빨래를 했다. 소들이 먹는 물이 오염되지 않도록 한 주민들의 배려다.

돌확 안에는 구멍을 뚫어놓아 빨래 쓰던 물을 다시 비울 수 있도록 했다는 안내판이 서 있었다.

 

그런 아름다운 이야기를 간직한 이 조그마한 연못은 이날 누런 흙탕물로 변해 있었다.

연못으로 다가가니 개구리 한 마리가 밖에 앉아있다가 쏜살같이 흙탕물로 뛰어들었다.

숨도 못쉴 텐데..앞도 보이지 않을 흙탕물 속으로 들어가더니 그 다음엔 밖으로 나오지도 않았다.

신평 곶자왈을 어렵사리 지나니 무릉마을로 들어섰고 이날의 목적지인 11코스 종점인 무릉외갓집에 도착했다.

마침 쉬는 날이라 무릉외갓집을 만든 홍창욱 실장은 만나지 못했지만 무릉외갓집은 지역경제를 위해 좋은 일을 많이 하는 곳이라 늘 기대가 되는 곳이다.

 

 

12코스 하프걷기는 지난 14일 추석명절 다음날 난전선생 부부와 고광언 등 4명이 함께 걸었다.

무릉외갓집에 도착한 시간은 11시 20분경..

생태학교가 있는 옛 무릉초등학교에 도착해 오랜만에 강영식에게 연락을 했더니 다른 곳에 있다며 이날은 만날 시간이 안된다고 해서 섭섭히 이곳을 떠날 때 학교앞에 흐드러진 오래된 등나무길을 걸으며 갈등에 대한 위의 이야기를 난전선생이 전해준 말이다.

날씨는 걷기에 조금 더운 날씨이긴 했지만 몸으로 느끼는 계절은 완연한 가을이었다.

 

 

 

 

 

 

 

 

 

 

(이 기사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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