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문화]고개를 앞으로 쭉 내민.. 표선리 매오름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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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토문화]고개를 앞으로 쭉 내민.. 표선리 매오름전설
  • 고영철(제주문화유산답사회장)
  • 승인 2019.09.20 07: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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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양살이 온 용왕의 아들들에게 제대로 대접해 준 사람이라곤 없었다.

표선리 매오름전설
 

위치 ; 표선면 표선리 매오름
유형 ; 전설유적

 


옛날, 제주섬이 오늘날의 모습으로 되기 전에도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한다. 바로 그때의 일이다. 남해용궁 아들 삼형제가 남해 용왕국의 국법을 어긴 죄로 제주섬으로 귀양을 오게 되었다. 그러나 가난한 제주 섬사람들은 그들에게 따뜻한 밥 한끼니도 제대로 주지 못했다.


아무리 잘못은 저질렀지만 제주 섬으로 귀양보내 아들들을 생각하니 용왕님의 마음도 편안할 리가 없었다. 조용히 용왕은 자기의 사자인 거북을 불렀다.


"거북아-."
"예-."
"너, 지금 제주섬에 올라가서 귀양 보낸 내 아들들이 어떻게 귀양지에서 살아가고 있는지 알아보고 오너라."
"예, 분부대로 하겠나이다."


거북사자가 제주섬으로 오고 보니, 아무리 귀양살이 온 용왕의 아들들이지만 그 고생은 이루 말로 형언할 수 없을 정도였다.

제주섬 사람들도 가난하여 목구멍에 풀칠하기가 어려운 판에 귀양살이하는 용왕의 아들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니, 입다 남은 옷 한벌을 제대로 주지 못하는 판이었다.

거북사자는 용궁으로 돌아가 용왕에게 사실대로 알렸다.


"용왕님, 가고 보니 아무리 귀양간 죄인이지만 그 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는 형편이옵니다. 이제 그만 죄를 사하여 용궁으로 오도록 조처를 하옵소서."


"지금 당장 귀양을 풀어버리는 것은 국법을 어기는 결과이지만, 그렇게 고생을 하고 있다니 어쩔 수 없구나. 지금 당장 제주섬으로 가서 내 아들 삼형제를 데리고 오는 것도 좋겠지만, 그보다 먼저 신세를 진 사람이 있거든 단단히 은혜를 갚아두고 오는 게 우리 용왕국의 도리이니, 그것부터 알아보고 오너라."


"예,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거북사자는 제주섬으로 와서 여기저기를 다니며 염탐해 봐도 겨우 박씨 성을 가진 한 사람만 먹다 남은 마 뿌리 한 사발을 줬을 뿐, 귀양살이 온 용왕의 아들들에게 제대로 대접해 준 사람이라곤 없었다.

거북사자는 다시 남해용궁으로 들어가 용왕을 만나 사실대로 일렀다. 용왕은 기분이 매우 언짢았던지,


"제주섬 사람들 괘씸하구나. 당장 그 땅을 모조리 돌밭과 가시덤불로 만들어 버리기 위하여 며칠 동안만이라도 물로 잠겨 버리게 하라."


"마뿌리 한 사발을 줬던 박씨는 어떻게 했으면 좋겠습니까?"


"음, 그 제주 섬을 물로 잠기게 만든 동안만 산꼭대기로 잠시 도망가 있도록 일러 몸을 피하도록 조치해라."


거북사자는 다시 제주섬으로 나와 우선 박씨에게 가 귓속말로 속삭였다. 섬사람들이 이 사실을 알면 온 섬이 야단법석이 날 것이기 때문이다.


"내일 아침에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저 봉(표선면 표선리 경상에 있는 지금의 매오름)에 올라가서 앉아 있으시오."


박씨는 거북사자의 말을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았다.
"왜 내가 아침 일찍 그 산으로 올라가서 부처님처럼 앉아 있는단 말이요."


박씨가 제대로 말을 듣지 않자 거북사자의 입장이 이만저만 딱하지 않았다. 어쩔수 없이 거북사자는 요술을 부려 박씨를 매로 환생시킬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나중에 다시 사람으로 환생시킬 속셈이었다.

거북사자는 박씨를 매로 환생시켜 두고는, 지금의 매오름으로 가서 3일만 고기가 보이더라도 쪼아먹지 말고 기다리고 있으면 좋은 세상을 만날 것이라고 타일렀다. 그 때야 매로 환생한 박씨도 고개를 끄덕였다.


거북사자는 바로 그날 아침, 남해용궁에서 귀양온 아들 셋을 데리고 남해용궁으로 돌아가기 위하여 바닷물 속으로 풍덩 빠지는 순간 당장 바닷물을 불려 제주섬을 온통 물바다로 만들어 버렸다.

그런데 거북사자가 말을 마치고 바다로 들어가는 찰나였다. 그만큼 타일렀는데도 매로 환생한 박씨는 매오름에 앉아 있으면서 바로 앞에 있는 물고기를 잡아먹으려고 고개를 내밀고 있는 것이다. 그 고기를 잡아먹는 날이면 용궁에서 벌이 내려질 것은 뻔한 일이었다. 거북사자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안되겠군!"
거북사자는 매로 환생한 박씨가 고기를 잡아먹으려고 고개를 앞으로 쭉 내민 순간 요술을 부려 다시 바위로 만들어 버렸다.

그랬기 때문에 표선리 매오름(鷹峰) 꼭대기에는 매가 바다를 향하여 고개를 앞으로 쭉 내민 듯한 모습의 바위가 서 있고, 그때 용궁에서 요술을 부려 한동안 제주 섬을 온통 바닷물로 잠겨버리게 했기 때문에 지금도 제주섬은 가시덤불과 돌밭으로 가득한 거치른 땅으로 변해 버렸다는 것이다.<남제주군 성산읍 신풍리 오문복 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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