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들꽃]사람주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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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들꽃]사람주나무
  • 김평일 한라야생화회 회장
  • 승인 2019.10.29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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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평일 한라야생화회 회장

사람주나무

 

조이(鳥黐)라는 말이 있다.

조이(鳥黐)

鳥(새 조) ~ 새, 새의 총칭(總稱)

黐(끈끈이 리, 끈끈이 이) ~ 끈끈이(작은 새나 벌레, 파리 따위를 잡는 데 쓰는 끈끈한 물질), 새 잡는 풀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끈끈-이(명사)

1. 작은 새나 벌레, 파리 따위를 잡는 데 쓰는 끈끈한 물질. 또는 그런 물건.

2. 성미가 끈끈한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

조이(鳥黐)를 우리말로 번역을 하면 “새를 잡는 끈끈이” 라고 할 수 있다.

라틴어에 Sapium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달라붙는다’라는 뜻을 가진 말이다.

조이(鳥黐)라는 말은 Sapium 이라는 말과 연관이 깊은 말인데 Sapium 은 사람주나무를 일컫는다.

 

사람주나무라는 식물이 있다.

사람주나무는 ‘새를 잡는 끈끈이’를 만들 수 있는 나무라는 뜻이어서 흥미를 갖고 이력을 추적해 봤다.

그런데 이 나무에 사람이라는 말이 쓰이게 된 것은 ‘새를 잡는 끈끈이’와는 거리가 너무나 멀다.

이 나무에 사람주나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이 나무의 껍질이 사람의 피부처럼 희고 매끄러워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정태현, 1942년)

옛날사람들은 여름철이면 귀찮을 정도로 사람이나 가축들을 괴롭히는 날아다니는 작은 곤충들을 잡기 위해 사람주나무에서 나오는 끈끈한 수액을 뽑아 “작은 새나 벌레, 파리” 따위를 잡는 데 쓰는 약을 만들어 썼다고 하니 사람들 입장에서는 매우 유용한 약을 공급해주는 고마운 식물인 셈이다.

 

사람이라는 단어가 들어 간 이름을 쓰인 것은 동식물을 통틀어서 사람주나무가 유일하다.

처음 이 식물과 대면했을 때 이쑤시개만큼 조그마하고 길쭉한 꽃자루에 녹색이 자잘한 알갱이가 다닥다닥 붙어있는 볼품없어 보이는 초라한 꽃일 때였다.

무심히 보았는데 가을철에 다시 이 식물을 만났을 때 잘 생기고 매끈한 열매가 달려 있는 걸 보고 봄에 보았던 식물과는 연관이 되지 않아서 이건 무슨 나무의 열매일까? 하고 도감을 찾아보았더니 봄에 본 볼품없이 생긴 꽃에서 만들어진 열매라는 걸 알고 이 나무에 대한 선입견이 바뀌게 되었다.

이 나무는 열매뿐만이 아니라 단풍이 들면 가을철 어느 나무의 단풍에도 비길만하게 단풍이 매우 고운 나무라는 사실도 현장을 찾으면서 알게 되어 사람주라는 이름처럼 나에게 다가오는 이미지가 멋져 보였다.

사람주나무는 모든 것을 사람에게 주는 나무라서 사람주나무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사람주나무는 제주에서는 쐬돔박낭 또는 쇠동백으로 부르는 나무이다.

우리나라 중부 이남의 산골짜기에 많이 자라며 단풍이 아름다운 작은 교목이다.

이름이 특이하여 한번 들으면 잊어버리지 않는 나무가 사람주나무다.

화가이면서 시인인 김진수님의 두 번째 시집 『당나귀풀과 사람주나무』을 보면 자연 속 생명에 대한 경외심이 잘 나타나고 있다.

‘당나귀풀과 사람주나무’라는 시집의 제목에서 나오는 ‘당나귀풀’은 ‘나도옥잠화’의 다른 이름이고 ‘사람주나무’는 대극과에 속하는 갈잎 작은키나무다.

갈잎의 작은키나무를 “살아갈 지상의 모든 작고 어린 것들이 가엾어, 밤마다 낙엽이 진다”(사람주나무에서) 라고 표현을 했다.

지난해 떨어진 그 갈잎을 들추고 고개를 내민 ‘나도옥잠화’를 보고, “갈잎 헤쳐 나온 초록의 봄길 따라, 어린 당나귀들이 산을 내려옵니다”(당나귀풀에서)라고 시인은 자연의 사물들을 경외하며 자신을 돌아보는 마음에서 시를 쓴 것 같다.

 

사람주나무.

사람주나무는 대극과 사람주나무속의 낙엽활엽 소교목이다.

다른 이름으로 귀롱목, 쇠동백나무, 신방나무, 아구사리라고 불리 운다.

꽃은 암수한그루인데 6월에 새로 자란 가지 끝에서 녹색 꽃이 피는데 꽃차례의 윗부분은 수꽃이 달리고 밑부분은 암꽃이 달린다.

잎은 끝부분은 뾰족하고 가장자리는 밋밋한데 어긋나게 달리며 달걀을 거꾸로 세운 모양의 타원형이고 자르면 하얀 즙액이 나오는데 잎자루는 붉은빛이 돈다.

줄기는 키가 5m 정도 자라고 줄기가 회백색을 띄며 오래된 줄기는 얇게 갈라진다.

열매는 10월에 둥글고 세 갈래로 갈라진 열매로 녹색이 도는 갈색으로 익으며 열매 속에 3개의 씨앗이 들어 있다.

종자는 기름을 짜서 쓰는데 종자에서 짠 기름을 아마인유 대용으로 사용한다.

사람주나무는 우리나라 전역에 자생하는 키가 작은 낙엽활엽수로 주로 해안가와 인접한 지역의 산 중턱 또는 골짜기에서 쉽게 볼 수 있고 양지와 음지를 가리지 않고 잘 자라며 건조에는 약하나 추위와 공해에 잘 견디므로 현재 국가 기후변화 지표종으로 지정되어 우리나라 기후변화를 알아내는데 도움이 되는 식물이다.

 

 

한비 김평일 한라야생화회 회장은..

   
한비 김평일 선생

한비 김평일(金平一) 선생은 지난 40여년동안 도내 초등학교에서 교편생활을 했다.
퇴직 후 (사)제주바다사랑실천협의회를 창설, 5년동안 회장직을 맡아 제주바다환경 개선에 이바지 했으며 지난 2015년도 한라일보사가 주관한 한라환경대상에서 전체부문 대상을 수상한 인물이다.
전국 실버인터넷경진대회(2002년)에서도 대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교직근무시에는 한국교육자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사진에 취미를 가지고 풍경사진 위주로 제주의 풍광을 담아 오다 제주의 들꽃에 매료되어 야생화 사진을 촬영하고 있으며 현재 한라야생화회 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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