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말을 한다는 것을 당신들은 알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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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말을 한다는 것을 당신들은 알고 있는가?"
  • 고현준
  • 승인 2019.12.05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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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프올레걷기)제주올레15코스 한림항-금산공원, 한라산과 함께 하는 '공존의 길'

 

 

제주올레는 요즘 예전처럼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그런 길은 아니다.

인기있는 몇 개의 코스만이 사람들의 많은 방문을 받는 것 같다.

서귀포와 제주시지역 올레구간은 그렇게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찾는가 하는 기준처럼 올레꾼들의 흔적에서 차이가 난다.

서귀포 올레와 달리 제주시 올레는 올레꾼들이 거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마을을 몇 개나 지나 오름을 오르고, 바다를 향해 걸어가는 우리들의 올레.

어쩌면 제주올레는 제주도가 지켜내고자 하는 마지막 몸부림일 지도 모른다.

매년 갈 때마다 올레모습은 늘 변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

 

지난 11월30일은 제주올레15코스를 걷는 날이었다.

이 날은 유독 행사가 많은 날이었다.

오전 10시부터 시작하여 2시, 3시, 4시, 6시30분 등 하루 종일 가야할 많은 행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올레친구인 고광언은 또 이날 결혼식 3곳을 기야 한다고 해서 서둘러 집을 나섰다.

15코스 출발점은 한림항..

비양도로 들어가는 도항선 매표소 앞에서 걷기는 시작됐다.

그곳에 도착한 시간은 09시08분.

비양도로 들어가는 뱃 시간이 지났는데도 사람들이 참 많았다.

아마 다음 배편이 또 있는 지도 모를 일이었다.

사람이 많으면 수시로 증편을 한다고 했으니..

 

 

 

이곳은 한수리라는 곳.

바다에는 항상 괭이갈메기가 떼지어 머물던 곳이다.

하지만 얼마전 이곳에 매립을 한 후에는 바다 안쪽으로 멀리 쫓겨나 있었다.

사람들이 괭이갈메기의 휴식처를 빼앗아 갔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철새처럼 보이는 많은 새들은 마을 안쪽 파레가 가득한 작은 호숫가에 떼 지어 앉아 있었다.

이 새들은 사진을 찍으려고 카메라를 들이대자, 미안하게도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먼 바다로 날아가 버렸다.

 

 

 

우리는 당초 바다쪽 해안도로를 따라 15코스를 걸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날 걷다보니 마을 안쪽 길로 들어서는 바람에 긴 시간을 걷는 올레걷기에 나서게 됐다.

가도 가도 중간스탬프는 나타나지 않고..

결국 납읍리 난대림화장실까지 걷는 강행군을 했다.

덕분에 시간을 맞추지 못해 이날 연속적으로 있었던 모든 행사에는 유감스럽게도 하나도 참석하지 못했다.

그래도 모든 행사는 잘 마무리 됐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어서 위안했다.

 

15코스는 한림에서 애월까지 걷는 동안 마을을 5개 정도 지났던 것 같다.

 

한림읍 수원리는 제주시내에서 28km 떨어진 곳에 넓은 해안과 잘 정리된 농경지로 광활한 옥토를 이룬 넓은 평야를 가진 마을이다.

예전에는 38개 성씨를 가진,523세대가 살았던 비교적 큰 마을이었다.

1970년대 초 전국 최초로 밭 100ha가 경지정리되어 지금도 마을에는 드넓은 밭에 여름이면 기장이나 밭벼가 푸르름을 간직한 패 펼쳐져 있고, 가을부터 겨울에 이르기까지 양배추며, 브로콜리, 비트, 콜라비, 쪽파 등 월동채소가 재배되고 있어 소득을 올리고 있다.

마을 공동어장에서 생산되는 각종 해산물(소라, 성게, 톳 등)은 고소득 작물로 해녀들의 높은 소득을 올리고 있으며 3km에 달하는 해안은 전국에서 유명한낚시터로 널리 알려져 있다. 재주 제일의 청정지역 수원리를 기억해 달라는 안내판이 마을 입구에 서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이곳에서 바라보는 한라산은 밭작물과 더불어 참 아름다웠다.

걷다 보니 한라산이 보이는 길가에, 보기 드문 선돌이 하나 서 있어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선돌을 설명하는 표지판에는..

이곳은 장엄한 대석군이 쌓여 있으며 그 중앙은 반석 위에 수려하고 위엄스러운 거대한 공돌이 있어 선돌이라고 불리어 오는 곳이다.

서기 1702년 이형상 목사의 탐라순력도에 유적지로 표시되어 있어 그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선조들은 선돌과 선돌을 둘러싼 암석군이 장엄하고 신령스러워 마을에 안녕을 주고 액운을 막아 마을을 지키는 혼이 깃든 곳이라 믿어 경외하고 의지하였으며 1975년까지 마을제를 봉행하기도 하였던 곳이며 2007년도에는 제주도에서 마을상징석으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다는 자세한 설명이 되어 있었다.

 

올레15코스를 걸어가는 동안 이쪽 지역은 그나마 아직 난개발의 흔적은 보이지 않아 마음이 편안했다.

마을을 수호하는 듯한 많은 이야기를 지녔을 거목들이 마을 곳곳에 산재해 있었기 때문이다.

귀덕리를 지나는 동안 이 중산간마을 위로 영세생물이라는 습지가 눈에 띄었다.

 

 

이곳은 암반 위에 고여 있는 연못으로 깊은 곳은 1미터가 넘는다고 하며 옛날 이 연못 자리의 찰흙을 파다가 집을 짓자 자연스럽게 물통이 생기고 물이 고였다고 한다.

제비들이 찾아와 노니는 모습을 보러 마을 사람들이 자주 찾았던 곳으로, 염세서물, 영서생이물, 영새성물, 영세성물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운다는 영새생물이 올레안내판 설명과 함께 그곳을 알게 했다.

보기 드문 연못습지.. 연못 가득 수련이 가득 했고, 그 옆 길을 지나는 돌담에는 수세미가 가득 자라고 있었다.

 

15코스는 걷는 내내 한라산이 함께 했다.

어디를 걸어도 한라산은 보습을 달리 하며 걷는 이를 보살피듯 우리 앞에 나타났다.

억새가 가득 한 가을..

걷는 내내 함께 한 한라산은 어느 곳에서나 나타나  올레길을 빛냈다.

가을풍경이라는 것이 그런 것이리라.

한라산과 함께 걷고, 길 옆에는 억새가 흔들리는 ..

15코스 올레길은 걷는 많은 길이 올레길 답게 계속 이어져 있어 눈을 즐겁게 만들기도 했다.

 

 

 

 

귀덕1리에 들어서니 그동안 ‘영등할망 밭담길’이 조성돼 있었다.

FAO세계중요농업유산 제주밭담 보존관리 사업의 일환으로 제주밭담과 농촌의 문화, 환경을 체험하고, 지역 홍보와 활성화를 위해서 2019년에 조성된 밭담길이라고 하니 최근에 만들어진 모양이었다.

귀덕1리 영등할망 밭담길은 약 4km로 1시간 정도 걷는다고 안내돼 있었다.

 

걷고 또 걸어 선운정사라는 절에 도착했다.

이 절에는 법성도라는 시설이 절 한가운데 만들어져 놓여 있었다.

화엄사상에서 비롯된 것으로 부처님의 세계를 갖가지 꽃으로 장엄된 일승의 진리로운 세계를 상징해 놓은 모습이라는 설명도 있었다.

우리는 돌로 만들어진 이 길을 따라 들어가 한번 걸어보기로 했다.

열심히 걷고, 나중에 보니..

신발을 벗고 들어가라는 안내문이 있었다.

소원을 비는 돌도 있었고 입구에는 웃는 부처상이 환하게 웃고 있었다.

고광언은 대웅전으로 들어가 인사를 하고 나와 제주환경일보가 잘 되기를 소원했다고 전해주었다.

이절 입구에서 고광언을 기다리며 돌담에 앉아 있을 때 생각나는 시가 있었다.

 

 

 

 

 

안개

 

작은 고양이의 걸음으로

안개는 온다.

 

안개는 항구에 웅크리고 앉아

선박과 거리를 응시하다가 조용히 그곳을 떠난다.

 

-칼 샌드버그

 

미국 시인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칼 샌드버그의 시다.

우연히 시를 공부하는 유튜브에서 이 시와 만났다.

시인의 눈이 얼마나 날카로운 가를 보여주는 글.

나는 이 시를 읽고 갑자기 시를 배워보고 싶은 충동을 느낀 적이 있다.

 

올레길에서 만나는 가을..

돌담을 따라 단풍이 든 이름 모를 식물들의 가을이라고 부르짖는 아우성처럼..

금 새 시 하나가 안개라는 제목의 시를 따라 그곳에서 만들어졌다.

 

단풍

 

밭담을 몇 개나 지나

단풍은 발을 뻗는다.

 

단풍은 울퉁불퉁한 돌담을 따라 더듬어 길을 내고

울긋불긋 반짝이다 그곳에 머문다.

 

절을 나와 들길을 따라 걷다보니 이번에는 숲가에 버들못 농로라는 곳이 나타났다.

주위에 버드나무가 많았던 연못이라는 설명과 함께 못 주변에서 오리가 노는 것이 아름답다고 하여 곽지리 10경 중 하나로 꼽힌다는 올레표지판이 안내했다.

보이는 건 밭 뿐인데 어디에 연못이 있었던 것인지..알 수는 없었다.

다음에 나타난 길은 다시 숲속길 오르막이었다.

올레15코스 B코스는 가는 내내 오르막 길만 나타나는 느낌이었다.

길을 오르고 또 올랐다.

그런데..한 나무를 보니 얼마나 오래전에 묶였던 줄이었을까.

줄을 파고 들어가 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이 길을 다 나오자 웅장한 숲 하나가 우리 앞에 나타났다.

 

 

 

제주시 납읍리 난대림지대(금산공원)..

우리가 이날 걸어야 하는 마지막 중간스탬프 포스트가 있는 곳.

이곳은 언제 봐도 아름다움을 고이고이 숨기고 있는 곳이다.

이곳에 중간스탬프 포스트가 서 있다.

스탬프를 찍은 시간은 12시48분.

이날은 3시간 40여분 정도를 걸었다.

고광언은 “오늘 1만8천보를 걸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곳에 있는 화장실은 문이 닫혀 있었다.

앞으로 가 봤더니 화장실 사용이 전면 금지돼 있었다.

화장실 입구에는 ‘10년 무상사용 기간이 만료돼 사용할 수 없고, 2020년 철거 예정'이라는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남은 기간 동안이라도 사용하면 될 것을 아예 출입구 막아버려 사용할 수 없도록 조치돼 있었다.

화장실 사용이 어려울 텐데..어떡 하나 하는 괜한 걱정까지 했다.

 

 

 

다음은 인디언 추장의 연설문에 소개된 글이다.

 

“나무가 말을 한다는 것은 당신들은 알고 있는가?

그렇다. 나무들은 말을 한다.

서로에게 말을 하며, 당신이 들을 줄 안다면 당신에게도 말을 한다.

문제는 얼굴 흰 사람들이 들으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디언에게도 귀를 기울이지 않는데, 어떻게 자연의 소리를 듣겠는가?

하지만 나는 나무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

때로는 날씨에 대해, 때로는 동물에 대해, 때로는 위대한 정령에 대해”

 

우리는 올레길을 걸으면서 제주도가 말하는 그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한다.

그게 신음소리인지..반가움의 따뜻함을 전하는 목소리인지..

하지만 인디언의 지적처럼 귀를 기울여야 제주가 말하는 그 소리가 들리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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