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문칠 문화칼럼)때 늦은 한라산의 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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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문칠 문화칼럼)때 늦은 한라산의 눈꽃
  • 강문칠 기자
  • 승인 2012.04.02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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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문칠(전 제주예총 회장)

 

 

3월 25일(일) 정오, 서귀포에 볼일이 있어 제2횡단 도로를 달렸다. 제주시엔 이미 따뜻한 봄기운이 만연한데, 한라산의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 정상에는 하얀 눈이 쌓였고, 도로 주변 나무에는 눈꽃 송이로 아름다움을 연출하고 있다.

아직도 겨울이 남아 있는 것일까? 아직도 아쉬운 그 무엇이 있어서, 미련만큼이나 복잡한 인연들로 하여 아직 봄으로 들어서지 못하는 것일까? 봄이 오는 것을 두려워하는 걸까? 아니면 우리에게 봄은 아직도 호사스러운 것일까?

 

바쁜 숨을 몰아쉬면서 가던 길을 잠시 쉬는 동안에 내 시야에 들어오는 많은 눈들의 평야, 여기는 7-800고지, 봄의 기운이 느껴지는 마을에서 올라온 많은 사람들이 진기한 모습에 모두가 감격을 한다. 추운 기운이 돌고 있지만 장면의 아름다움에 취한 사람들, 사진을 찍고 떠들썩거리며, 웃음을 웃으면서 신비로운 장면에 감사함을 보낸다.


인생에서도 이와 비슷한 경우를 만난다.

 

바쁘게 살다보니 주변의 것들에 관심이 덜 갖게 된다. 그러나 천천히 걸어가면 주변이 샅샅이 보인다.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것에 익숙해진다. 이런 상태가 될 즈음이면, 그는 인생을 통달했다고 말을 한다.

마치 그림이나 영화에서 본 듯한 그림들이 실재 현실에 나타나 직접 접하는 순간, 아름다움에 목말라하는 사람에게는 오아시스와도 같은, 지나 간 세월에 대한 아픈, 그리운 추억에 대한 떠올림과도 같다.

계속되는 멋진 풍경들, 바쁜 일정이 있기에 아름다운 풍경도 잠시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나무 가지 마다에 소홀함이 없이 하얀 눈꽃송이들이 가득 벚꽃처럼 피어난다.

 

 

봄이 시작된 것 같은데 한라산은 아직도 겨울이다. 아니 겨울의 마지막에 이른 것이다. 지나간 것들, 어차피 지나게 된 많은 일들과 사물들, 그리고 인연들---새롭게 다가 올 진정성과 순수성으로 단장한 눈꽃 송이 같은 일들을 찾아 떠나야지,


산을 넘으면 또 다른 경치가 기다린다. 산을 넘어 나를 기다리는, 지금까지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과 경치들에게도 배려와 신뢰를 가지고 다가서야 하리라. 그리고 그들과 소통하리라.

‘높이 올라간 사람은 반드시 올라가기 위하여 시작한 이전의 곳으로 내려와야 한다’ 는 격언을 들은 것 같다.

때 늦은 한라산의 눈꽃, 이 눈꽃 뒤에 올 또 다른 세상을 위해,
내려가자, 그리고 나를 기다리는 사람들과 그 무엇이든지 함께 하자.

하나의 이별과 끝맺음은 또 다른 일의 시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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