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와 너무나 닮은 무정한(?) 소나무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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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와 너무나 닮은 무정한(?) 소나무를 만나다"
  • 고현준
  • 승인 2019.12.22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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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포커스)제주시 애월 고성-광령사이 주거단지, 잘 생긴 소나무 아래로는 역겨운 생활하수 흘러

 

 

길거리를 푸르게 푸르게 빛내는 잘 생긴 소나무가 하나 우뚝 서 있었다.

이 소나무 옆에 놓인 돌 의자에 앉아 잠시 쉬는데..

소나무 아래쪽을 보니 더러운 하수가 흐르고 있었다.

우리가 매일 식사를 준비하며 샤워를 할 때 사용하는 그냥 생활하수였다.

 

이곳은 어떻게 된 일인지 생활하수가 오수관으로 흘러가지 않고 그냥 버려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소나무를 자세히 살펴보니 소나무는 큰 돌 틈을 비집고 나와 니은자로 피어올라, 아래쪽은 못 견딜 정도로 힘든 모습이었지만 위로는 웅장한 자태를 뽐내듯 서 있었던 것이다.

생활하수가 그대로 흘러가는 바로 옆 자리에 어렵게 자라 잡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뚫고 나와 스스로 아름다운 본연의 자태를 만든 그 자연의 신비가 과연 놀라울 정도였다.

 

 

소나무에는 여기저기 영양제인지, 재선충을 방지하는 수간주사인지 조그만 약재들이 꽂혀 있었다.

죽어가는 소나무, 우리들이 사용하는 생활하수가 이렇게 우리도 모르는 채 마음대로 버려지고 있는 현장이었다.

우리가 사용한 물은 이렇게 계곡을 거쳐 바다로 흘러가고 그렇게 흘러가는 동안 주위를 오염시켜 결국은 바다생물까지 죽이는 자연파괴 결과까지 만들 것이다.

이런 일이 왜 생기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현장이었다.

생활하수는 당연히 오수관을 거쳐 하수처리장으로 흘러가야 한다.

 

 

 

하지만 이곳은 오수로 뒤덤벅이 된채 더러운 이끼가 끼어있고 역겨운 거품이 더럽게 부풀어 올라 이곳이 얼마나 위험한 오염지역이 되고 있는 지를 잘 보여주고 있었다.

제주시 애월읍 고성과 광령리 사이에 있는 제주올레16코스를 걸으면서 만난 현장이다.

주위를 살펴보니 최근 급격히 늘어난 주거단지가 고급스럽게 몰려있는 곳이었다.

엄청난 수의 집들이 가득 가득 들어찬 지역이라 쓰여지는 물도 상당할 것이다.

아마 이곳에 사는 사람들도 그들이 쓰고 버리는 생활하수가 이렇게 버려지고 있다는 사실은 모를 것이다.

 

당연히 건축허가를 담당했던 공무원들이 하수처리 방식에 대해서는 나몰라라 한 무책임한 현장으로 보여 이를 고발하는 것이다.

소나무는 현재 우람하고 멋있는 자태를 뽐내고 있지만..이렇게 더러운 물만 흡수하다 보면 아마 언젠가  시름시름 앓다가 죽어가게 될 것이다.

이 소나무는 겉은 번지르르 하지만 속으로는 죽어가고, 제주도의 모습과 너무나 닮았다.

이 소나무를 살려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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