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을 무시하고 군림하는 도지사의 아집에 맡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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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을 무시하고 군림하는 도지사의 아집에 맡길 수 없다"
  • 고현준
  • 승인 2020.01.09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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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9일 제주전역 도보순례 도보순례 시작. 제2공항 반대 알린다

 

"국토부나 용역 청부업자들이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없습니다. 도민을 무시하고 도민 위에 군림하는 도지사의 아집에 맡겨둘 수도 없습니다. 도민들이 주인답게 나서서 의논하고 결정해야 합니다. 오늘 우리가 겨울 칼바람을 무릅쓰고 이 자리에 선 이유입니다."

성산주민대책위를 포함한 도내 외 113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이하 비상도민회의)는 9일 오는 2월 15일까지 매주 목,금,토요일에 제주제2공항 반대를 외치며 제주전역 도보순례를 시작한다고 선언하며, 도보순례를 시작했다.

이들 도보순례단은 이날 순례를 시작하며 “제주 마을사람들을 만나며 제주를 지키기 위한 활동을 함께 하며 이야기를 나누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이날 오전 10시, 구좌읍 종달리 종달교차로 하나유통 앞에서 기자회견 및 출정식을 열고 도보순례를 시작한 도보순례단의 기자회견문(전문)이다.

 

‘제주를 만나는 길, 제주를 지키는 길’ 도보순례 출발 기자회견문(전문)

 

제주를 지키기 위해 제주를 만나러 길을 나섭니다

제주는 안녕한가요? 제주는 어디로 가고 있습니까?

 

2000년대 초에 제주가 국제자유도시로 지정된 이후 20년 가까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제주에는 중앙정부(JDC)와 외지자본 중심의 대규모 개발프로젝트가 줄을 이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IMF 이후 더 각박해진 도시의 삶을 잠시라도 벗어나 느림과 치유의 시간을 찾는 욕구가 화산섬 특유의 아름다운 생태와 경관을 만나면서 제주가 재발견된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저가항공이 공급되면서 제주의 관광객은 연간 400만 명에서 1500만 명으로 세 배 이상 늘었습니다. 인구도 56만에서 70만으로 급증했습니다. 제주는 핫플레이스로 떠올랐고, 경제도 유례없는 호황을 누렸습니다.

그러나 개발 광풍이 지나간 지금 제주는 혼돈과 불안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고 있습니다. "재주는 제주가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번다"는 말이 회자하듯이 개발이익은 면제점과 대규모 리조트와 관광업체 등 소수 대자본에 집중되었습니다.

 

그러는 동안 제주다움의 토대인 아름다운 생태와 경관은 하루가 다르게 훼손되고 있습니다. 처리용량을 넘어서는 쓰레기는 산처럼 쌓여가고, 정화되지 못한 오·폐수로 바다는 썩어갑니다.

교통체증과 범죄율 증가 등 일상생활의 불편이 피부로 느껴집니다. 지가 폭등으로 서민들의 삶은 더 고달프고, 1차 산업은 위기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항을 하나 더 짓자고 합니다. 늘어난 관광객으로 공항이 포화상태에 이른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공항은 단지 하나의 시설이 아닙니다. 대규모 공항을 하나 더 짓는 것은 지금보다 훨씬 많은 관광객을 수용한다는 뜻입니다.

그러면 유입 인구도 더 늘어날 것입니다. 도로 등 기반시설과 숙박시설도 대규모로 늘려야 합니다. 개발광풍에 브레이크를 밟아야 할 때 가속 페달을 밟는 꼴입니다.

제주도 15배 면적의 하와이를 찾은 관광객 수는 연간 900만 명 미만입니다. 그런데 연간 1500만 명의 관광객도 모자라단 말입니까?

 

이제 많은 도민들과 제주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묻습니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관광이고 개발인가? 한정된 섬이 갖는 생태적, 사회적 수용력을 넘는 과잉관광, 과잉개발로 제주가 가진 가치와 매력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닌가? 지금은 잠시 멈추고 돌아보아야 할 때입니다.

이대로 수용능력에 대한 고려 없이 양적 팽창을 추구하면 관광 의존도는 더 높아지고, 농업은 무너지며, 환경과 경관은 더 파괴되는 악순환에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제주의 수용력과 지속가능성을 면밀하게 연구, 검토하고 충분한 숙의를 거쳐 제주가 어디로 갈지 도민의 뜻을 모아야 할 때입니다. 공항시설을 얼마나, 어떤 방법으로 확충해야 할지도 그러한 성찰과 합의의 과정에서 논의하고 결정해야 할 문제입니다.

그런데 국토부는 제주도의 미래나 도민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자신들의 수요예측만을 근거로 공항을 확충해야 한다고 합니다.

심지어는 제주공항의 보조활주로만 활용해도 자신들이 제시한 수요를 충분히 수용할 수 있다는 세계적인 전문기관 ADPI의 용역 결과마저 은폐하고 성산 제2공항 건설을 추진해 왔습니다.

시민사회뿐 아니라 정부 연구기관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에서도 제2공항 계획의 적정성과 입지 타당성에 대해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래도 마이동풍입니다.

 

더 안타까운 것은 제주도정입니다. 제주의 현실과 미래를 성찰하면서 제2공항 문제에 대해 도민들의 뜻을 모아내는 것이 도정의 의무입니다.

공항확충 용역이 시작될 당시 도지사가 도민들에게 약속했던 일이고, 17억 원을 들여 만든 제주미래비전에도 명시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제주도정은 스스로 했던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던졌습니다. 심지어는 도민 청원을 받아들여 도의회가 추진하고 있는 도민의견 수렴과정을 공공연하게 폄훼하고 방해하기에 급급합니다.

원 지사는 도민사회의 공론화는 이미 진행되었다고 주장합니다. 말은 틀리지 않습니다. 지난 4년 동안 제주도정이 도민의견을 묻는 공론화 절차를 추진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지만, 피해마을 주민들과 시민단체들이 문제 제기와 언론 보도를 통해 상당한 논쟁이 이어졌습니다. 마지못해 국토부가 주민대책위와 함께 검토위원회도 운영했고, 서너 차례 공개토론회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국토부와 도정은 제주도에 정말 두 개의 공항이 꼭 필요한 것인지, 성산이 입지적으로 타당한지에 대해 도민을 설득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그리고는 제주공항 활용가능성에 대한 검증이나 성산 환경에 대한 공동조사도 거부하고, 도민들의 판단도 묻지 않은 채 그냥 밀어붙이겠다고 합니다. 그렇게는 안 됩니다.

 

피해마을 주민과 도민이 전혀 납득할 수 없는데, 강정해군기지 때처럼 회유와 협박, 이간질, 폭력으로 제주공동체를 아수라장으로 만들겠다는 것입니까?

벌써 5년째로 접어들었습니다. 해묵은 갈등을 이제는 매듭지어야 합니다. 제주도의회가 갈등해소특위를 만들어 도민의견을 모아내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제 도민들의 시간입니다. 제주도의 미래가 걸린 문제입니다.

국토부나 용역 청부업자들이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없습니다. 도민을 무시하고 도민 위에 군림하는 도지사의 아집에 맡겨둘 수도 없습니다. 도민들이 주인답게 나서서 의논하고 결정해야 합니다. 오늘 우리가 겨울 칼바람을 무릅쓰고 이 자리에 선 이유입니다.

우리는 여기에서 출발하여, 도보로 제주도를 한 바퀴 돌면서 제주를 만날 것입니다. 묵묵히 제주 섬을 걸으며 난개발에 상처난 자연을 보듬고, 마을을 찾아 도민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려 합니다. 제주의 현실과 제주가 나아갈 방향, 그리고 제2공항 문제에 대해 생각을 나누고, 제주를 제주답게 지켜나갈 길을 찾고자 합니다.

도민 여러분! “제주를 만나는 길, 제주를 지키는 길”에 함께해 주십시오. 제주도의회가 어렵게 마련한 도민의 시간을 알차게, 값지게 채워봅시다.

우리 도민의 지혜와 힘으로 제2공항 갈등을 해결하고, 제주다운 제주, 지속가능한 제주를 향한 기회로 만들어 냅시다. 도민이 주인입니다!

2020년 1월 9일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

‘제주를 만나는 길, 제주를 지키는 길’ 도보순례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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