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생태숲』 눈 덮인 나무의 빨간 열매와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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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생태숲』 눈 덮인 나무의 빨간 열매와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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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1.16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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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생태숲

 

 

『한라생태숲』 눈 덮인 나무의 빨간 열매와 새

       
       

 

한 가족이 야외교육장에서 눈을 굴리고 있더군요.

엄마와 아들이 한 팀, 아빠와 딸이 한 팀.

 

 

눈밭에서 즐거운 한 때를 보내는 가족을 뒤로하고 난대수종적응시험림으로 향합니다.

상록 잎을 가진 나무들이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나뭇잎을 축 늘어뜨리고 있더군요.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면 저마다 하얗게 눈 더미를 이고 있는 조금 작은 나무들이 모여 있습니다.

 

 

나뭇잎 위에 수북하게 쌓인 눈 더미 사이로 빨간 호랑가시나무 열매가 반짝 모습을 드러냅니다.

잎가장자리마다 뾰족하게 솟아난 가시들도 눈 더미 안에서는 온순해지는군요.

 

 

우연히 호랑가시나무 너머 먼나무 나뭇가지에 앉은 멧비둘기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새가 놀랐는지 후다닥 다른 곳으로 날아가 버리더군요.

 

 

하지만 그 나무 꼭대기쯤에 앉았던 흰배지빠귀는 상관없다는 듯 느긋하게 주변을 두리번거립니다.

열매를 곁에 두고도 먹지 않는 새의 행동에 의아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이 새 또한 자신의 울음에 반응을 하는 새가 있는 쪽으로 이내 날아가 버렸습니다.

 

 

아,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린 먼나무에서 ‘또르륵 또르륵’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려보니 방울새들이 열매를 쪼아 먹고 있습니다.

새들은 열매를 따서 물고는 바로 삼키지 않고 오물거리며 종자를 골라내고 열매껍질은 버리더군요.

새들이 버린 껍질과 분비물들이 열매 주변 가지에 쌓인 하얀 눈 더미를 탁하게 물들입니다.

 

 

그렇다 할지라도 곁에는 아직 새들이 모여들지 않고 하얀 눈이 소복하게 쌓인 먼나무들이 많습니다.

 

 

하얗게 쌓인 눈 사이로 또렷이 보이는 빨간 열매들이 탐스럽기도 합니다.

 

 

먼나무를 뒤로하고 돌아오는 길에 다시 야외교육장을 지나가는데 그 사이 눈사람이 팔을 들고 웃는 얼굴로 보초를 서고 있더군요.

눈사람의 모습이 행복해보이던 가족과 닮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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