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생 파괴 횡포..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모두 태운 저지곶자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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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생 파괴 횡포..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모두 태운 저지곶자왈.."
  • 고현준
  • 승인 2020.01.28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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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포커스)곶자왈에 자라는 상록수 외에 덩굴류 등 식물 모두 잘라내는 악행 저질러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운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빈대를 잡으려다 집을 태우는 것으로 어리석은 행동을 하는 사람을 빗대어서 하는 말이다.

나중에 크게 손해를 보게 된다는 것은 생각을 못하고 당장 눈앞의 이익만을 쫒아 과격한 행동, 과격한 언사를 하거나 못마땅하고 불필요하다고 하여 없애버리는 행위 등을 할 때 많이 인용되는 말이다.

제주도에 실제로 “빈대를 잡으려고 초가삼간을 모두 태운 곳”이 있어 이를 고발하고자 한다.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에 있는 저지곶자왈이 그 현장이다.

저지곶자왈의 식생을 관(官)이 주도하(?)에 완전히 뒤바꿔 놓았기 때문이다.

 

 

이 일을 하는데 관여를 한 곳은 도(道)나 시(市) 그리고 이곳에 자리를 잡고 있는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硏究所) 중 한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난 19일 겨울철 곶자왈의 생태에 대한 조사를 위해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에 있는 저지곶자왈을 찾았다.

그러나 3, 4년 전 올레 길을 걸으면서 봤던 곶자왈과는 다른 모습으로 바뀐 곶자왈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치아(齒牙)를 발치(拔齒)한 것처럼 곶자왈을 풍성하게 했던 수많은 나무들이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곶자왈에 들어섰지만 곶자왈에 들어섰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곶자왈에서 자라던 소나무들이 재선충(材線蟲)에 걸려 잘려 나가고 소나무가 있던 자리에는 방수천을 씌운 소나무 무덤들이 곶자왈의 새로운 풍광을 보여주고 있었다.

 

 

재선충(材線蟲)에 걸린 소나무들을 자르려고 중장비들이 곶자왈에 들어가면서 곶자왈에는 많은 길들도 새로 생겼다.

재선충(材線蟲)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이 정도의 파괴는 어쩔 수 없는 조치라고 하는 것 정도는 누구나 이해를 할 것이다.

또한 재선충(材線蟲)을 방지하기 위해 소나무를 자르고 이를 실어 내기 위해 곶자왈에 길을 낸 것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이해를 할 수 없는 모습을 발견하고는 기가차서 말이 안 나올 정도다.

각가지 식물들이 한데 어울려 자라던 식생들의 일부는 사라지고 오직 “상록수에 의한, 상록수를 위한, 상록수의 곶자왈”로 탈바꿈시켜 놓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교목인 상록수가 아닌 식물들은 누군가의 손에 의해 가차 없이 베어져 그 잔해들이 이곳 저곳에서 나 뒹굴고 있어서 곶자왈 식생 파괴의 모습들을 그대로 전해 주고 있었다.

 

 

곶자왈은 다양한 여러 식생들이 공유를 하는 곳이다.

사람들 중에는 입맛에 맞는 음식만을 먹는 편식주의자들이 있는데 저지곶자왈을 편식주의자들 입맛에 맞게 일부 식물들만 자라게 하는 이상한 곶자왈로 만들어 놓았다.

현재 “저지곶자왈”은 교목(喬木)인 상록수만 자랄 수 있게 하여 곶자왈 본연의 모습과는 너무나 다른 이상한 곶자왈이 되어 버린 것이다.

오름의 화산활동을 하면서 마그마가 분출되어 흘렀던 곳에 곶자왈이 형성되었다.

곶자왈(Jeju Gotjawal)은 숲을 뜻하는 ‘곶’과 가시덤불을 뜻하는 ‘자왈’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가시덤불이 우거진 숲”으로 화산이 분출할 때 점성이 높은 용암이 크고 작은 바위 덩어리로 쪼개져 요철(凹凸)지형이 만들어지면서 불규칙한 암괴지대로 형성된 지형이다.

화산활동 후 수 만년동안 이곳에 나무, 풀, 덩굴식물, 양치식물 등이 뒤섞여 자라면서 “원시림의 숲”을 이룬 곳을 말하는 제주 고유어의 지형이름이다.

 

 

곶자왈이 형성된 숲에는 다양한 동, 식물들이 공존하여 세계적으로도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생태계가 유지되고 있는 지역이다.

이곳에 날아든 씨앗들이 자라 세계에서 유일하게 열대 북방한계 식물과 한대 남방한계 식물들이 공존하므로 학계에서도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지역이다.

곶자왈은 큰비가 내려도 빗물들이 그대로 지하로 유입되는 토질로 형성되어 지하수 함양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숲이다.

지하수가 풍부하고 보온, 보습 효과가 뛰어나 수많은 식물들이 서식할 수 있는 최상의 조건들이 마련되고 있는 지형이다.

제주의 곶자왈은 한경∼안덕, 애월, 조천∼함덕, 구좌∼성산 등에 분포하고 있어 “제주 곶자왈”을 4곳의 지역으로 나누어 구분한다.

 

 

곶자왈은 용암지대로 토양의 빈약하고 표층은 물론 심층까지도 크고 작은 암괴들로 이루어져 식물들이 자라기에 어려울 뿐만 아니라 식생의 발달속도도 느려 지금과 같은 숲이 형성되기 까지는 수 만년 오랜 시간이 흘러서 형성되었기 때문에 곶자왈의 식생들은 다른 어느 곳의 식생들보다 보전 가치가 높은 식생들이 모인 곳이라고 할 수 있다.

곶자왈 지역은 과거에는 경작이 불가능한 지역이라고 하여 개발로부터 격리되어 버려진 땅으로 존재하였지만 환경의 가치가 중요시 되고 있는 현재는 오히려 자연생태계가 잘 보존되어 보전가치가 높은 지역이고 이 지역은 빛(光)조건이 다양해 많은 식물들이 서식할 수 있는 생태 환경이 잘 조성된 곳이다.

앞으로 숲의 천이(遷移 : 생태학에서, 생물의 군집이 시간의 변경에 따라 변천하여 가는 현상)가 계속 진행될 경우 곶자왈에 어떠한 식생들이 생성되고 소멸될 지에 대해 학계가 주시하는 곳이기도 하다.

곶자왈에서 자라는 식물들은 거대한 바위를 뚫고 뿌리를 내린다.

 

 

그래서 곶자왈의 수목들은 다른 지역의 수목들에 비해서 생명력이 강한 느낌을 준다.

문제를 제기하는 저지곶자왈은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서리 오설록 녹차 재배 단지에서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로 이어진 길 동쪽에 위치하고 있다.

이곳은 제주올레길 14-1코스가 개설되어 수많은 올레꾼들이 찾는 곳이고 올레길 중간에는 야생화들이 사시사철 피어나는 문도지오름도 있는데 이 일대가 저지곶자왈 지역이다.

저지곶자왈은 지하수 함량이 풍부하고 보온, 보습 효과가 뛰어나 식생 상태가 양호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녹나무, 센달나무, 생달나무, 참식나무, 후박나무, 육박나무, 새덕이 등 녹나무과 상록 활엽수들과 개가시나무, 종가시나무, 붉가시나무, 가시나무 등 참나무과 상록 활엽수들, 그리고 올벚나무, 산벚나무, 이나무, 말오줌때, 누리장나무, 덧나무, 길마가지나무, 조피나무, 왕초피나무, 산초나무와 같은 낙엽활엽수들도 자라고 있다.

개산초, 산유자나무, 탱자나무도 자라며 영주치자, 송악, 마삭줄, 머루, 개머루, 섬다래, 다래, 개다래, 노박덩굴과 같은 덩굴식물들도 자란다.

 

 

그 외에도 겨울철에 꽃을 피워 숲에 향기를 뒤덮게 하는 백서향을 비롯해서 가시딸기, 약난초, 보춘화, 빌레나무, 제주방울난초, 백량금, 자금우, 금새우난초, 새우난초, 한라새우난초 등 희귀 특산식물들도 자생하고 있다.

가는쇠고사리, 더부살이고사리, 별고사리 큰개관중, 곰비늘고사리, 우단일엽, 봉의꼬리, 밤일엽, 세뿔석위, 콩짜개덩굴 등 양치류들도 서식하고 있다.

특히 이곳에는 피부가 벗겨지듯 나무껍질이 갈라지고 갈색털이 돋는 개가시나무가 자생을 하는데 이 식물은 환경부지정 멸종위기 야생 식물로 지정보호하고 있는 식물로 현재 제주 지역에 100여 그루 정도만 자생을 하고 있는 희귀한 식물이다.

이렇게 저지곶자왈에는 교목인 상록수뿐만 아니라 하찮게 보이는 덩굴식물류, 난초과 식물류, 풀류, 양치류, 이끼류 등 작은 식물들도 터전을 잡고 곶자왈을 풍성하게 만들고 공존하면서 살고 있는 곳이다.

그런데 저지곶자왈에서는 오직 상록수만을 위해 덩굴류 등 다른 식물들은 모두 잘라 버렸다.

덩굴식물들이 사라지면 상록수들이 잘 자랄지는 모르나 이로 인해 수 만년 년 동안 조성된 곶자왈 본연의 모습도 사라져 곶자왈이 곶자왈 답지 않게 변한다는 사실을 생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현재의 저지곶자왈은 한마디로 곶자왈의 생태를 잘 알지 못하는 일부 무지한 사람들이 망쳐 놓은 것이 틀림없다.

다양한 식생들이 함께 자라야 하는 저지곶자왈에 교목인 상록수만을 위해 상록수가 크는데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덩굴식물이나 다른 식물들을 모두 잘라내는 일이 과연 잘한 일인지 되묻고 싶은 것이다.

그 사람들은 이렇게 자랑스럽게 말할지 모른다.

“드디어 저지곶자왈을 공원화했다"고....

그로 인해 저지곶자왈에서 수 만년동안 뿌리를 내리고 서식을 하던 덩굴식물과 키 작은 식물들, 난초류, 고사리류, 이끼류, 지의류, 버섯류 등이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몇 년전 광고에 등장 했던 말이 있다.

“니들이 게맛을 알아?”

이 말을 저지곶자왈을 망쳐 놓은 분들에게 인용해 본다.

“니들이 곶자왈을 알아?”

과연 제주도정이나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는 제주의 곶자왈의 가치를 제대로 알고 있는지, 곶자왈의 식생에 대해서는 또 얼마나 애착을 갖고 있는지 묻고 싶다.

곶자왈에 서식하는 식물들은 돌 틈 사이에 뿌리를 내려 터전을 잡고 곶자왈의 식생을 풍성하게 하면서 제주의 생명수(生命水)인 지하수를 저장하여 홍수와 가뭄을 방지해 주고 있는 제주사람들에게는 너무나 고마운 존재다.

곶자왈의 식생을 하찮게 여기는 이들 환경파괴자들의 자성(自省)을 촉구하면서 다른 곶자왈에서는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감시를 철저히 할 것을 당부한다.

한편 본지의 이같은  지적에 대해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관계자는 "이 지역은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가 있는 곳이지만  제주시와 서귀포시 경계지역이라 관할지역이 모두 다르다"며 "덩굴 제거작업 내용에 대해서는 먼저 내부적으로 알아보고 연락하겠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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