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들꽃]닥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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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들꽃]닥나무
  • 김평일 한라야생화회 회장
  • 승인 2020.02.03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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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평일 한라야생화회 회장

 

닥나무

 

우리 가요에 “천년을 빌려준다면”이라는 노래가 있다.

천년이라는 세월은 아주 긴 세월이다.

인간이 오래 살아도 100수를 넘기기가 어려운데 천년은 아주 긴 세월이다.

국가도 천년을 유지하기 어려운데 천년을 유지했던 나라는 신라가 유일하다.

사람들이 만든 물건 중에 천년이 가는 물건이 몇 가지 있다.

그중 하나가 한지(韓紙)다.

 

“지천년(紙千年) 견오백(絹五百)”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비단의 수명은 오백 년을 가지만 한지의 수명은 천 년을 간다.”는 말이다.

그러나 아무 종이나 천년을 가는 것은 아니다.

현대과학으로 좋은 종이를 만들어도 백년을 가기가 힘들다.

한지는 천년이 지나도 종이로서의 수명을 잃지 않는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목판 인쇄본인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이 그 증거다.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은 지금부터 1,200여 년 전에 만들어진 불경인데 이 불경은 한지(韓紙)에 인쇄 된 불경이다.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은 1966년에 발견이 되었는데 본문의 내용을 판독할 수 있을 정도로 그 보존상태가 우수하다고 한다.

 

100년을 넘기기가 어렵다는 오늘날 종이에 비해 1,200여년을 넘는 세월을 견뎌낸 전통 한지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궁금해진다.

우리나라 전통 한지는 닥나무 껍질을 주원료로 하여 손으로 직접 떠서 만든 종이(수초지, 手抄紙)’를 말한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들이 우리나라에 기계를 들여와 종이를 대량으로 만들었는데 이 때 기계로 만든 종이를 양지(洋紙)라고 했고 우리나라 전통 종이를 한지(韓紙)라고 불렀다.

전통 한지의 주원료는 닥나무와 부원료인 닥풀(황촉규)로 만든다.

한지의 수요가 많아지면서 닥나무의 재배도 많아졌다.

청나라에서 조공품으로 한지를 과도하게 요구함에 따라 조종에서는 닥나무를 많이 재배할 것을 강요를 했고 이로 인한 피해가 백성들에게 돌아가 백성들이 닥나무재배를 기피했다고 한다.

 

속대전(續大典)에는 시경차관과 도사(都寺)에게 저전(楮田 : 닥나무를 심은 밭))을 감찰하고 그 재배에 근면하지 않을 때는 형벌을 가할 것을 규정하기도 했다.

조선시대에 ‘격쟁(擊錚)’이란 제도가 있었다.

백성들이 왕이 행차할 때 징이나 꽹과리, 북 등을 쳐서 이목을 집중시킨 뒤에 원통하고 억울한 사연을 왕에게 직접 호소하는 상소제도다.

격쟁을 행한 사람은 피의자로 간주하여 곤장을 맞지만 대신 억울한 내용을 털어놓을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고 한다.

격쟁이 거짓으로 판명되거나 무고로 판단되면 곤장 100대를 맞는 처벌을 감수해야 한다.

전남 신안군 흑산도에 사는 김이수라는 사람은 흑산도 주민들이 과도한 부역과 세금에 시달리고 있는 사실을 격쟁(擊錚)으로 알렸다고 한다.

 

당시 흑산도 주민들에게는 기와를 만들어 육지로 운반하는 기와세, 밤중에 불을 밝혀 낚시로 잡아 올린 고등어를 상납하는 고등어세, 보리를 베고 콩을 심은 밭작물에 대한 토지세, 청어잡이 배가 정박하면 부과하는 청어세 등 갖가지 명목을 만들어 가혹하게 세금을 거두었다고 한다.

거기다 흑산도가 닥나무의 산지라는 명목으로 부과된 종이세가 그 중에서 가장 가혹한 세금이라고 한다.

기후 조건이 나빠서 닥나무가 제대로 자라지 않아 종이를 만들 수 없는데도 해마다 돈 500냥 어치의 종이를 납부하라고 했다고 한다.

이로 인해 사람들이 삶은 피폐해져 섬 주민들이 흑산도를 떠났다고 한다.

김이수가 종이세를 거두어달라고 탄원을 했는데 정조가 흑산도의 종이세를 탕감하라는 명을 내려 흑산도 주민들에게 종이세를 면제해 주었다는 일화가 있다.

조선 정조 때에 격쟁이 많은 것은 정조가 백성의 말에 귀를 잘 기울여주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모 기업이 식물성 친환경 소재인 ‘하운지’로 자동차 내장재를 만들었는데 하운지로 만든 차량내장제가 마모도, 방오, 방수 등에서 뛰어나 그로인해 사람들이 친환경 제품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패션업체에서도 ‘하운지’ 원단 주문 물량이 늘고 있다고 한다.

‘하운지’는 닥나무 인피를 써서 만든 한지를 천연섬유와 접목해 만든 식물성 한지가죽이다.

 

한지가 단순하게 글을 쓰는데 만 사용되다가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가치가 부각되면서 식물성 소재인 ‘하운지’는 자동차, 의류, 신발, 가방 등 다방면에서 널리 사용되고 계속적으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한지에 원단을 접합하고 실리콘계열의 특수코팅 과정을 거치면 가죽을 대체하는 지속가능한 소재가 만들어지는데 이 때 만들어진 한지가 특수 코팅이 되면 통기성이 우수하고 닥나무의 항균성과 소취성이 그대로 남아있어서 친환경소재로 각광을 받고 있다고 한다.

닥나무.

닥나무는 뽕나무과 닥나무속의 낙엽활엽관목이다.

나무를 부러뜨리면 딱하는 소리가 난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다른 이름으로 저상(楮桑), 딱나무라고도 부른다.

산기슭의 양지쪽이나 밭둑에서 자란다.

꽃은 암수한그루이고 4월에 잎과 같이 피는데 둥글고 통 모양으로 가지 윗부분의 잎겨드랑이에 달린다.

잎은 달걀 모양으로 끝 부분이 길고 뾰족하며 밑 부분은 둥글고 어긋나며 잎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고 깊게 패어있다.

줄기는 높이가 3 ~ 4m 정도 자라고 작은 가지에는 짧은 털이 생기나 바로 곧 없어지며 줄기껍질은 회갈색이다.

열매는 씨가 단단한 껍질에 싸여있는 핵과이고 둥글며 6~7월에 붉은빛으로 익는데 한방에서는 열매를 양기 부족이나 수종의 치료제로 쓴다.

 

 

한비 김평일 한라야생화회 회장은..

   
한비 김평일 선생

한비 김평일(金平一) 선생은 지난 40여년동안 도내 초등학교에서 교편생활을 했다.
퇴직 후 (사)제주바다사랑실천협의회를 창설, 5년동안 회장직을 맡아 제주바다환경 개선에 이바지 했으며 지난 2015년도 한라일보사가 주관한 한라환경대상에서 전체부문 대상을 수상한 인물이다.
전국 실버인터넷경진대회(2002년)에서도 대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교직근무시에는 한국교육자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사진에 취미를 가지고 풍경사진 위주로 제주의 풍광을 담아 오다 제주의 들꽃에 매료되어 야생화 사진을 촬영하고 있으며 현재 한라야생화회 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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