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문화]큰 못에서 전해 내려오는 지명담..하가리 쇠죽은못(봉천수연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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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토문화]큰 못에서 전해 내려오는 지명담..하가리 쇠죽은못(봉천수연못)
  • 고영철(제주문화유산답사회장)
  • 승인 2020.02.23 07: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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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선될 수 없는 삶의 궁핍상을 전설의 비극적 결말로 풀어내고 있다.

하가리 쇠죽은못(봉천수연못)
 

위치 ; 애월읍 하가리 마을 동쪽 1136번도로변
유형 ; 전설유적(구비전승·어문학/구비전승)
시대 ; 미상

 

 


제주만이 갖는 자연적 조건과 그 속에서 역사를 함께해온 제주민들의 꿈이 깃든 신화와 전설은 따뜻하고 애절한 면이 많다.

제주민의 꿈과 애환, 제주여인의 억센 기상이 깃들어 있는 것이다. 애월읍 하가리에서 전해 내려오는 소가 못에 빠져 죽은 이야기가 있다.

「쇠죽은 못」은 애월읍 하가리 근처에 있는 큰 못에서 전해 내려오는 지명담의 일종으로, 개선될 수 없는 삶의 궁핍상을 전설의 비극적 결말로 풀어내고 있다.

제주시 이호동에 사는 김재수가 구연한 것을 현용준이 채록하여 1976년에 출판한 『제주도 전설』에 실었다.


하가리에 과부가 살고 있었는데, 남편 없이 밭일을 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과부네 밭 근처에는 근동에서 제일 크다는 못이 있었다.

어느 해 여름, 과부가 머슴에게 밭을 갈라고 보낼 때 “밥이 일허주. 밥이 일허여.” 하면서 점심을 든든히 싸서 보냈다. 밥을 많이 먹어야 일을 잘 할 수 있다는 뜻으로 그렇게 말한 것이다.


점심 때쯤 되어서 과부가 밭에 가보니, 머슴은 밭도 안 갈고 잠을 자고 있었다. 점심은 쟁기에 매달려 있었다. 왜 밭을 갈지 않았느냐고 따지니까 ‘밥이 일하지 자기가 일하지 않는다.

그래서 밥에게 일하라고 쟁기에 걸어 놓았다.’는 것이었다. 일부러 생각해서 점심을 많이 싸 주면서 일을 시켰더니 주인을 놀리는 행동에 화가 치민 과부는 직접 밭을 갈기 시작했는데, 평소에도 일 욕심이 많았던지라 여덟 마지기 밭을 한 나절에 다 갈아 버렸다.


그렇게 바삐 일을 하고 보니 목이 말라서 밭 갈던 소를 데리고 못으로 갔다. 그런데 밭을 가느라 너무 지친 밭갈쇠가 그만 물을 너무 많이 마신 탓에 죽고 말았다. 그 후 사람들은 이 못을‘쇠죽은못’이라고 부른다.


「쇠죽은못」은 과부의 일 욕심에 지친 소가 물을 너무 많이 먹어 죽었다는 이야기이다. 일을 너무 많이 해서 화를 당하게 되는 이야기는 민담적이기보다는 전설적이다.

응당 일을 열심히 했으면 그 결과도 좋아야 할 텐데 그렇지 못한 것은 과부 모티프의 변형으로 보인다.(디지털제주시문화대전 집필자 현길언)

과부의 무덤은 못 옆 밭에 있는데 <골총>이 다 되었다 한다.<북제주군 애월읍 하가리, 임치선(남 67)제보>


연못 앞에 '牛死池'라고 새긴 표석이 세워져 있다. 표지석에는 연못의 넓이가 420㎡라고 기록되어 있지만, 몇해 전 중산간 도로가 확포장되면서 쇠죽은 못도 절반은 잘려나가 지금은 200㎡ 정도 된다.

좌승훈의 “제주습지기행”에 보면 이 연못 주변에는 버드나무와 왕모시풀, 개여뀌, 세모고랭이, 강아지풀 등이 눈에 띄고, 소금쟁이, 참개구리 등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못의 일부가 수심은 낮아지고 있고 특히 북동쪽은 수심이 낮아지고 건조화현상이 두드러져 이대로 놔 둔다면 결국 오래지 않아 이 연못도 매립되는 운명에 처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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