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편지]“못찾겠다 꾀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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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편지]“못찾겠다 꾀꼬리..”
  • 고현준
  • 승인 2020.02.29 10: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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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봉 큰 스님이 주었다는 화두..'네 안에 있는 꾀꼬리'를 찾다가 조용필이 만든 노래
불교TV방송 캡쳐

 

 

“못찾겠다 꾀꼬리..”

우리나라 가요계에서 가왕이라는 칭호를 받고 있는 가수 조용필이 1980년대 어느 날 경남 통도사 극락암에 큰 스님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그 큰 스님으로 뵈러 갔다고 합니다.

그 큰 스님은 경봉스님이었습니다.

경봉스님은 당시 조용필이 누구인지를 몰랐다고 합니다.

그래서 물었다고 하지요.

“그래, 자네는 직업이 무엇인가..?”

“스님, 저는 가수입니다”

“가수..그럼 자네는 꾀꼬리네..그럼 자네 안에 있는 꾀꼬리를 찾아 봐”

문득 화두를 던진 큰 스님의 말씀을 듣고 집에 돌아온 조용필은 아무리 제 안에 있는 꾀꼬리를 찾으려 해도 찾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만들어진 노래가 ‘못찾겠다 꾀꼬리’라고 합니다.

전 송광사 율원장인 도일스님이 “이것은 실화”라고 전해준 이 이야기를 한 불교방송에서 듣고 무릎을 쳤습니다.

그래서 이 노래의 가사를 살펴 봤습니다.

 

못찾겠다 꾀꼬리 (조용필)

 

못찾겠다 꾀꼬리

못찾겠다 꾀꼬리

어두워져 가는 골목에 서면

어린 시절 술래잡기 생각이 날꺼야

 

모두 숨어버려 서성거리다

무서운 생각에 나는 그만 울어버렸지

못찾겠다 꾀꼬리 꾀꼬리 꾀꼬리

나는야 오늘도 술래

못찾겠다 꾀꼬리 꾀꼬리 꾀꼬리

 

나는야 언제나 술래

하나 둘 아이들은 돌아가 버리고

교회당 지붕위로 저 달이 떠올 때

까맣게 키가 큰 전봇대에 기대 앉아

(얘들아 얘들아) 얘들아 얘들아

엄마가 부르기를 기다렸는데

강아지만 멍멍 난 그만 울어버렸지

 

그 많던 어린 날의 꿈이 숨어버려

잃어버린 꿈을 찾아 헤매는 술래야

이제는 커다란 어른이 되어

눈을 감고 세어보니

지금은 내 나이는

찾을 때도 됐는데 보일 때도 됐는데

 

(얘들아 얘들아) 얘들아 얘들아

못찾겠다 꾀꼬리 꾀꼬리 꾀꼬리

나는야 오늘도 술래

못찾겠다 꾀꼬리 꾀꼬리 꾀꼬리

나는야 언제나 술래

 

못찾겠다 꾀꼬리

나는야 술래

못찾겠다 꾀꼬리

나는야 술래

 

 

“이제는 커다란 어른이 되어

눈을 감고 세어보니

지금은 내 나이는

찾을 때도 됐는데 보일 때도 됐는데..”

가사 중 이 이야기가 실화라는 사실을 감지하게 하는 내용입니다.

그러나 도일스님은 거기에 덧붙입니다.

“조용필이라는 가수는 비록 자기 안의 꾀꼬리를 찾진 못했지만 불후의 명작인 못찾겠다 꾀꼬리라는 노래를 만들지 않았으냐”고..

도일스님은 이어 불교의 인연에 대한 이야기도 전해줬습니다.

6천 년 전 연꽃 씨앗을 발견해서 땅에 심었는데 꽃이 피었다고 합니다.

티벳 등 고산지대가 있는 나라에 가면 높은 산봉우리에 불교경전의 말씀이 적힌 형형색색의 룽다가 바람에 휘날리는데 그 룽다의 경전 하나가 바람을 타고 지나다가 그 바람을 맞은 나그네는 언젠가 불교와 인연이 맺어진다는 소중한 말씀이었습니다.

누구나 마음 속에 자신만의 화두인 꾀꼬리가 있을 것입니다.

다만, 아직 찾지 못하고 있을 뿐..누구에게나 그런 스스로에 대한 화두는 있는 법이지요.

그건 도를 닦는 일이 될 수도 있고 사랑이거나 진리를 찾아가는 모든 행위가 포함될 것입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그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는 건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못찾겠다 꾀꼬리'가 주는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그건 소크라테스의 ‘무지의 지’처럼 ‘우리는 모른다는 것을 아는 것’.

그게 실은 도통일 지도 모릅니다.

아무리 찾았지만 찾지 못한 꾀꼬리..

그 꾀꼬리를 찾은 척 하는 것보다는 너무나 진실됩니다.

아무리 찾아도 찾지 못하겠다는 그 꾀꼬리가 실은 정답일 수 있습니다.

결국 꾀꼬리는 없는 것이기에 그렇습니다.

경봉스님이나 도일스님은 그 경지를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우리는 없는 꾀꼬리를 찾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지요.

도나 진리는 그저 지금 이 상태의 현재의 나일 뿐입니다.

더도 덜도 아닙니다.

우리가 찾아야 할 꾀꼬리는 없습니다.

결국 무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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