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도는 제주에 남은 마지막 은둔의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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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도는 제주에 남은 마지막 은둔의 섬.."
  • 고현준
  • 승인 2020.03.12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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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프올레걷기)제주올레10-1코스 청보리가 익어가는 가파도는 소망찾는 '갈망의 길'

 

 

 

가파도는 모슬포 남쪽 바다에 있는 섬이다.

가파리ㆍ가파섬ㆍ가파도라고 불리는 가파도는 지명 유래와 관련하여 섬이 가오리처럼 생겼다 하여 '가파섬'이라 했다는 설, 파도가 섬을 덮었다는 뜻에서 '가파도'라는 설, 물결이 더한다는 뜻에서 '가파도'라 했다는 설, 섬의 모습이 덮어진 모양이어서 '더바섬'이라 했다는 설 등이 있다.[위키백과]

가파도는 마라도와 마주 바라보는 제주도의 아름다운 섬 중 하나이지만 제주도민 중 많은 분들이 아직 가보지 못한 미지의 섬이기도 하다.

70세가 넘은 선배 한 분이 페이스북이 올린 가파도 사진을 보고 “자신은 70세가 넘도록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며 아쉬운 마음을 전해 왔다.

배만 타면 10분 정도면 가는 섬인데 그 배 한번 타기가 그렇게 어려운 것이다.

지난 8일은 토요일(7일)에 내린 많은 비로 인해 또 하루가 늦게 일요일날 가파도 올레걷기에 나섰다.

처음 가파도로 들어가려 할 때는 요즘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관광객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인데..막상 11시 배를 타고 보니 배 안이 가득 찰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가파도를 찾고 있었다.

상상 외의 광경에 놀랄 정도였다.

 

 

 

5월 청보리축제가 열리면 가파도에 들어가기가 더욱 힘들 것 같아 조금 일찍 들어가려 했던 것인데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이날 가파도와 함께 했다.

하지만 가파도로 들어가는 배안에서는 사람들이 될 수 있으면 멀리 떨어져 있고자 노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거의 모든 사람이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단체로 온 10여명의 외국인들은 우리와 조금 달랐다.

마스크를 쓴 사람이 1-2사람 정도 밖에 없었다.

이들은 올레를 걷는 외국인 올레꾼 단체인 것 같았다.

10-1코스 스탬프가 있는 곳에 줄을 서서 올레수첩에 스탬프를 찍고 있었기 때문이다.

날씨가 유난히 맑아 올레걷기에 최상이었던 이날 난전 강법선 선생과 올레꾼 고광언 등과 함께 셋이서 11시에 출발하는 배에 오를 수 있었다.

매 시간 배가 출발해 가파도로 가는 길은 매우 편해졌다.

 

 

 

가파도를 향해 가는 동안 갈매기들이 먹이를 찾아 배를 따라 계속 날아들었다.

돌아오면서 보니 배에 탄 사람들이 새우깡 등을 던져주어서인지 갈매기들이 이 먹이를 받아 먹으려고 줄곧 쫓아왔던 것이다.

덕분에 하늘을 비상하는 아름다운 갈매기의 경이로운 모습을 아주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다.

가파도에 도착할 때 보니 방파제에는 많은 낚시꾼들이 낚시를 하는 중이었다.

사람들 속에 끼어 11시 19분에 올레스탬프를 찍고 걷기 시작했다.

 

가파도에서 처음 만난 광경은 돌로 만들어진 상동마을 할망당(매부리당)이었다.

가파리 주민들을 수호해 주는 ‘해신당’이며 1년에 한번씩 집안과 객지로 나간 가족들의 무사안녕과 풍어를 기원하는 당이며, 당에 갈 때는 메기, 돼지고기, 명실 등을가지고 가는데 정원, 6월, 8월 달에 택일하여 당에 간다는 안내판이 서 있었다.

 

 

 

가파도에는 또 많은 벽화가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벽화가 있는 가파도 마을길이라는 그림이 그려져 이 길을 안내했다.

올레길은 먼저 마을 안길로 들어서게 했다.

이 섬의 특징은 돌담에 놓여진 그 돌들이 제주도 본섬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이었다.

거의 모든 돌들이 동글동글한 화산석으로 이뤄져 있다.

그래서 그런지 마을 안길은 돌담과 함께 가파도의 독특한 풍광을 나타냈다.

이날 날씨는 맑았지만, 이곳에 보이는 한라산은 구름이 잔뜩 끼어 한 번도 제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안길은 짙푸른 바다색깔로 걷는 내내 멀리 보이는 송악산과 산방산 등과 함께 아름다운 정경을 보여주었다.

이 바다가 아름다운 해안길에는 보름바위(큰 왕돌)라는 큰 돌이 바다를 향해 앉아 있었다.

 

 

 

보름바위(큰 왕돌)

가파도 북서쪽 해안가에 있는 큰 암석이 큰 바람을 일으킨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바위크기는 상하가 약 4m,좌우가 약4m로 함부로 바위 위로 올라가거나 걸터앉으면 태풍이나 강풍이 불어 큰 재난이 생긴다고 하여 신성시한다는 안내판이 서 있었다.

그리고..

가파도 주민들은 항상 태풍이나 강풍이 불어닥칠 때면 누군가가 까마귀돌이나 큰 왕돌에 올라간 것이 아닌가 의심한다고 한다.

주민들의 말에 따르면 가끔 외부 사람들이 들어와서 아무 것도 모른 채 보름바위에 올라서서 사진을 찍거나 하면 태풍이 불어닥친다고 한다는 설명까지도 더 붙여져 있었다.

자세히 보니 어떤 동물이 웅크리고 앉아 바다를 응시하는 모습이라 신령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이 돌은 또 보는 방향에 따라 모습을 달리 했다. 자연의 신비다.

 

 

 

해안도로길은 중간 중간 바위 위에 가마우지가 앉아있는 볼거리와 함께 마라도를 감상하는 뷰포인트도 만들어져 있었다.

특히 섬의 속살을 볼 수 있는 노두도 한껏 넓게 분포해 가파도를 보는 즐거움을 더했다.

 

이 길에 나타난 또 하나의 돌..고냉이돌(고양이돌).

가파도 남쪽 해안가에 있는 바위로 그 형태가 마치 고영이와 비슷한 데서 연유한 이름으로 고냉이는 고양이의 제주어라는 친절한 설명이 있었다.

 

 

 

이 길은 사실 가파도 올레길에서 가장 긴 해안 산책길이다.

젊은 사람들은 일부 자전거를 빌려 타 가파도를 돌아보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해안길 걷기를 즐기는 것 같았다.

이 아름다운 해안길을 또 언제 걸어볼 것인가.

이 가파도 해안올레길은 마치 애월에 있는 한담과 너무나 닮았다.

해안길의 흐드러짐이 이곳을 찾은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이게 만든다.

이런 길은 누군가의 첫사랑과 함께 비오는 날 손잡고 마음껏 뛰어 다녀도 괜찮은, 추억에 남을 좋은 길이다.

 

 

 

올레길은 더 이상 해안을 따라가는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작은 동산으로 오르게 한다.

아주 조그만 동산길이다.

이제는 가파도의 상징이 된 드넓고 장대한 청보리밭을 보는 시간..

청보리가 자라고 있는 청보리밭은 가파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다.

보리밭 아래에 지붕이 보인다.

보리밭 아래 마을이 조용히 숨는 곳..

이곳에 만들어진 전망대에는 많은 사람들의 소원도 함께 걸려 남아있다.

주렁주렁 달린 희망들..

 

 

 

그 옆에 선 돌하르방은 웃는 얼굴로 악수하자고 덤빈다.

푸르게 푸르게 익어가는 청보리밭은 붉거나 회색으로 된 올레길과 노랑색 유채꽃과 함께 어우러져 이곳이 가파도임을 실감나게 만들었다.

멀리 걸어가는 군중도 하나의 그림이다.

이 청보리가 익어가는 길을 걷고 또 걸어 다시 다른 쪽 해안도로길로 나왔다.

 

이 해안길에는 또 어멍, 아방돌이라는 괴석이 서 있었다.

상동 동쪽에 두 개의 바위가 나란히 있는데 주민들은 어멍, 아방돌이라 부르며 이 곳 역시 사람이 올라가면 파도가 높아진다고 하여 바위에 올라가는 것을 금기시 한다는 설명이 있었다.

멀리서 보니 영락없는 부부돌이었다.

뒤에 서 있는 또 하나의 바위는 무엇일까.

고광언은 “아마 두 번째 부인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우리는 이 곳이 가까이 보이는 누각에 앉아 난전 선생이 정성스럽게 만들어 온 보이차와 함께 잠시의 호연지기를 즐겼다.

이곳은 마침 또 6개의 산이 보인다는 곳이었다.

 

6개의 산

제주에는 오름이나 봉이 아닌 산이 보두 7개이다.

그 중 가파도에서는 영주산을 제외한 한라산, 산방산, 송악산, 군산, 고군산, 단산 까지 6개의 산을 볼 수 있다는 올레 안내판이 이곳을 안내했다.

 

바다와 맞닿은 하늘이 푸르고 또 더욱 푸르다.

이 해안길 끝쪽에서는 멀리 마라도가 어서 이곳으로 오라고 유혹하듯 서 있다.

그렇게 걷다보니 어느 덧 10-1코스의 종점에 도착했다.

가파도치안센터가 있는 그 앞에 놓인 스탬프를 찍은 시간은 13시01분..

청보리축제를 만든 김동옥 전 가파리장(가운데)과 만났다

 

그렇게 다시 배를 타려고 마을길로 들어서는 중에 ‘가파도를 사랑해 주세요’라는 문구가 담긴 명함을 내미는 분이 있었다.

뒤쳐져 오던 난전선생과 고광언이 말을 붙이면서 인사를 하게 된 김동옥 전 가파리장이었다.

청보리축제를 만든 사람, 10-1코스 올레길을 유치한 사람, 보리 농사꾼이라는 본인에 대한 소개를 확실히 하고 있는 이..

김동옥 전 이장은 “청보리축제가 만들어지기 전 까지는 가파도를 찾는 사람이 연간 3만여명 정도였으나 요즘 매년 늘어 30만이 됐다”며 자랑스러워 했다.

“앞으로 관광객이 더 들어오면 가파도가 망가질 것이기 때문에 연간 50만명 정도로 입도 관광객수를 줄일 계획까지 갖고 있다”는 설명도 들었다.

김동옥 전 이장은 제주에서 자연환경이 가장 잘 지켜지고 있는 제주다운 섬 가파도를 지키고 있는 이 마을 어른이었다.

가파도에 가보고 싶은 사람이 많다.

우도나 마라도는 가 봤지만 가파도는 가 보지 못했다는 사람도 꽤 있다.

그러나 가파도는 청보리축제를 통해 제주도의 새로운 관광지로 자리매김했다.

 

 

가파도가 우도나 마라도와 다른 점은 카페나 식당 등 가파도를 개발로부터 지키기 위해 주민들이  많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 노력으로 인해 지금 가파도는 예전의 모습을 파괴하지 않고 고이 간직하게 됐다.

제주도의 모든 곳이 경제적 논리만을 생각하는 무자비한 개발로 싸구려 관광지를 만드는 중이지만 유독 가파도 만은 아직 제주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매우 감사한 일이다.

가파도 만이라도 아무나 갈 수 없는 제주만의 독특한 고급 관광지로 지켜져야 한다는 점에서 평가받을 일이다.

그 모든 선택은 오직 주민들의 몫이고, 무엇보다 이를 지키려는 고집스런 환경에 대한 사랑이 그런 수준 높은 열망으로 만들어 질 수 있다는 점 또한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가파도는 여전히 제주에 남아있는 마지막 은둔의 섬이다.

난전 강법선 선생(왼쪽)과 올레꾼 고광언
난전 강법선 선생(왼쪽)과 올레꾼 고광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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