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만에 제주로 돌아 온 제주한란 '청희'를 아시나요?"
상태바
"30년 만에 제주로 돌아 온 제주한란 '청희'를 아시나요?"
  • 고현준
  • 승인 2020.03.15 22: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화제)서울난회가 제주향난회에 제주에서 찾지 못한 제주한란 '청희' 기꺼이 돌려줘
제주향난회 회원들이 제주를 찾은 서울난회 김승일 회장과 자리를 함께 했다

 

30년 전에 서울로 시집 보낸(?) 제주한란이 잘 키워지고 지켜져서 다시 제주로 돌려보내는 의미있는 행사가 있었다.

지난 14일 제주향난회(회장 고성민, 예나산부인과 원장)는 지난 30여년간 교류해 온  서울난회 김상일 전 회장(서울예술대학교 예술공학센터장)로부터 고유진 전 제주향난회장이 명명했던 ’청희‘라는 고운 이름을 가진 제주한란을 돌려받았다.

서울난회와 제주향난회는 두 모임 모두 한란을 주로 키우고 연구하는 모임이지만 제주향난회는 4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제주한란 동호인들의 모임으로 이름이 높다.

이들 제주한란을 사랑하는 두 모임의 교류역사는 지금으로부터 31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난회는 당시 매년 한란 전시회를 열고 있었는데 당시는 모두 일본한란만 갖고 전시를 하다가 제주향난회 회원들이 서울에서 열린 전시회를 찾은 후 서울난회에서 적극적으로 교류를 하고 싶다고 요청했다.

당시 제주향난회 안에서도 제주한란의 도외 유출을 걱정하는 회원들이 많아 교류를 하자거나 하지말자는 의견이 분분했다고 한다.

당시 이 모임과 교류를 추진하자고 했던 사람들은 초창기 멤버인 양병수, 고유진, 이철련 씨 등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교류가 성사된 후 서울난회가 서울에서 처음 가진 전시회는 대성공이었다.

제주한란전시회는 세종문화회관 전시장에서 열렸는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훌륭한 전시장으로 알려진 이곳 전시장에는 줄을 서서 봐야 할 정도로 정말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왔었다고 한다.

이후 서울난회와 제주향난회는 난도 서로 교환하는 등 교류하는 세월이 흘러 벌써 30여년을 넘어선 것이다.

이 두 모임의 우정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강법선 월간 난과 생활 발행인은 “서울난회와 제주향난회는 서울과 제주를 왔다 갔다 하며 아주 가까이 지내고 있는 난을 정말 사랑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이라고 소개했다.

전 서울난회 김승일 회장

 

이번에 제주한란을 돌려주기 위해 제주에 온 김상일 전 서울난회 회장은 “난을 키우다 보니까 고유진 회장님의 아드님인 고성민 원장이 지금 제주향난회 회장을 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사실 제가 우리 집에서 제일 좋아하는 난이 아버지가 키우시던 관음소심인데 이 난은 한 촉에 1-2천원 밖에 안되지만 아버님이 키우시던 난이라 정말 소중하게 키우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고유진 회장님이 명명한 청희라는 난이 고 회장을 비롯 제주도에는 어디 있는지 찾을 수 없다고 해서 그렇다면 이 난은 제주도에 돌려주는 게 맞겠다고 마음으로 이번에 직접 가져오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상일 전 회장이 이번에 가져온 제주한란은 고성민 제주향난회 회장은 물론 양병수 전 회장과 박두진 부회장 등에게 골고루 전해졌다.

“이 난을 가져오기 전에 고성민 회장님에 대해 알아보니 회원들에게도 잘 하시고 회를 잘 이끄신다는 평을 들을 정도로 좋은 얘기를 많이 하더라”고 전한 김 전 회장은 “이런 회장님이라면 난회가 활성화되겠다고 생각했고 이런 분이라면 제주한란을 돌려 보내드려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기꺼이 가져왔다”고 말했다.

특히 “한편으로는 전 회장님이셨던 아버지가 명명한 난을 집에 갖다 놓는다면 얼마나 좋겠나 하는 생각에서 난을 기꺼이 다시 제주로 돌려 보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제주향난회 고성민 회장

 

이날 아버지가 명명한 청희라는 이름의 난을 돌려받은 고성민 제주향난회 회장도 그 의미에 대해 “아버지가 서울난회에 어떻게 베풀었는데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앞으로 또 어떻게 그쪽으로 다른 베풂이 돌아갈지 모르는 일이라 이번 행사는 제주에서도 큰 의미가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이날 자리에 함께 한 강법선 난과 생활 발행인은 “난을 하나라도 누구에게 준다는 건 자식을 시집을 보내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자기 자식을 잘 키워서 시집보내는 것처럼 시집을 아무 집에나 보내지 않듯이 30여년 전에 받은 난을 고이 잘 키워서 다시 돌려드리는 것은 난을 하는 마음 중에 가장 아름다운 마음이라는 점에서 정말 난계의 아름다운 미담이지만 이를 행하기는 정말 힘든 일”이라며 “매우 어려운 결정이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특히 "수백년전부터 난에는 모두 이름을 붙여 키웠는데 제주한란은 이름이 없어 당시 고유진 회장이 처음으로 당신의 따님 이름을 따서 '청희'라는 이름을 붙였고 이후 제주한란도 과녁 해련 광설 청송 풍염 대하 평견 은하 천본 취우 복지신 일향백룡 무산황 극락조 소풍 등 다양한 이름이 있고, 난을 하는 분들은 그 이름만 보면 어떤 난인지 훤히 모두 잘 알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에 이들 제주한란이 제주로 돌아오게 된 것은 큰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전했다.

또한 “고유진 회장이 처음으로 제주한란을 명명한 청희라는 이름의 난이 자식들에게 남아있지 않다는 것은 매우 아쉬운 일이었을 것"이라며 "이번에 그 청희라는이름의 난이 어떤 난인지를 알게 된 것도 고마운 일"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고유진 회장은 난계에서는 모르는 분이 없을 정도로 제주한란을 너무 사랑하셨던 분이었다"고 전한 강 발행인은 "지금도 귀한 제주한란은 단 하나를 넘길 때도 그냥 넘기는 법이 없다는 점에서 이번애 제주한란을 제주도로 보내 준 김 전 회장의 통 크고 넓은 마음이 정말 아름답게 느껴진다”고 했다.

제주한란계 원로 양병수 전 제주향난회 회장

 

한편 이날 자리를 함께 한 제주 한란계의 원로인 양병수 제주향난회 전 회장은 제주한란 관련 정책과 제주한란전시장의 문제점에 대해 “제주한란 자생지는 저렇게 복원하는 아니”라며 “이곳에 3년전에 가 보니 일본한란이 심어져있어 제주도의 한란정책에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양 전 회장은 “한란정책을 만들 때는 적어도 40년 동안 오직 한란만을 연구해 온 제주향난회의 자문을 구하는 것이 옳는 일이 아니냐”며 “행정에서 주최한 모임에 한번 가 보니 한란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나와 있어서 그 다음부터는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했다.

양 전 회장은 “처음 난계에 입문했을 때 세계에서 제일 귀한 식물로 알았는데 일본에는 그 양이 엄청나게 많고 우수한 품종들에 대해서는 계보가 모두 작성돼 있었다”며 “제주향난회에서도 그동안 105종의 우수한 품종 이름도 정하고 등록시켜 놓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니까 그 개체들이 아예 없어져 버린 것도 많고 남은 품종이라야 겨우 4-50개 정도밖에 없을 것”이라며 “지금 남은 품종이라도 빨리 조사해서 족보로 등록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서울난회 김상일 전 회장은 “제주한란은 향이 참 좋다”며 “중국에서는 이같은 향을 청향이라고 하는데 이는 은은히 나는 향으로 향이 나서 이를 맡으려고 하면 맡을 수 없는 향”이라며 "국내 대기업인 한 화장품 회사에서 이 향기를 고급향수로 만들어 판매하고 있지만 '청희'향을 제주도에서도 채취해 향수로 만들어 사업화 해도 좋을 것"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강법선 월간 난과 생활 발행인과 함께 한 김승일 회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