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고래가 듣고 먼 바다를 다시 헤엄쳐 올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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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고래가 듣고 먼 바다를 다시 헤엄쳐 올지도 몰라.."
  • 고현준
  • 승인 2020.03.19 1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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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프올레걷기)제주올레1-1코스, 봄이 찾아온 우도..꽃향기 만발한 '사랑의 섬'

 

 

우도에는 지금 봄이 오는 중이었다.

청보리가 푸르게 푸르게 익어가고 유채꽃이 얼굴을 내밀며 봄이 왔음을 알렸다.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틀렸다.

우도로 들어가는 사람들은 의외로 참 많았다.

바람이 세차게 부는 날..

평소 같으면 뱃전에 나와 바람을 즐겼을 사람들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선실안으로 들어가 이 세찬 찬 바람을 피했다.

 

 

 

지난 14일은 올레를 3번째 걸으며 이제 겨우 2개 코스만 남은 1-1코스인 우도올레를 걷는 날이었다.

이날 참가한 사람은 난전 강법선 선생과 올레꾼 고광언 그리고 새로 참여하게 된 김선현 교수.

김 교수는 제주에 살게 되면서 제주를 알기 위해 도내 곳곳을 시간이 날 때마다 다니며 제주를 공부하는 중이다.

집필을 위해 올레도 걷고 오름도 오르고 싶어 하지만 우선 올레걷기에 나선 것이었다.

이날 서귀포 중문에서 아침 일찍 제주시로 온 김 교수를 태우고 4명이 함께 우도로 향했다.

성산포항에 도착해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우도로 들어가는 선착장에서 처음 만난 광경은 입구를 통해 들어오는 모든 사람에 대해 열을 체크하는 일이었다.

한 사람 한 사람 이마에 발열체크기를 대고 일일이 열을 체크했다.

승선표를 구입하고 도항선에 올랐다.

 

 

 

평소 같으면 2층 갑판 위로 올라가 바다를 즐길 것이었지만 바람이 너무 세차게 불어 도무지 올라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항상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고광언은 아예 선실안으로는 들어올 생각도 않고 밖으로만 돌았다.

사람이 많긴 했지만 그래도 객실 안이 따뜻했다.

배는 요동치듯 많이 흔들리고..

우도 운진항을 향하는 배는 세찬 바람을 뚫고 배를 따라 쫓아오는 갈매기들과 함께 무사히 도착했다.

문제는 우리가 걸어야 할 올레길이었다.

하우목동항에 도착해 올레스탬프에 스탬프를 찍은 시간은 11시25분.

스탬프를 찍고 보니 바람이 너무 불어 서쪽 올레길을 걷기는 힘들 듯 했다.

우도 올레 1-1코스는 하우목동항인 운진항에서 출발하면 운진항에서, 천진항에서 출발하면 천진항에서 걷기를 마쳐야 한다.

 

 

이날은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 중간 도로를 향해 걷기로 했다.

올레코스 중 약 3km정도는 걷기를 포기해야 했다.

우도를 가로질러 마을 안길로 가는 길..

다소곳한 우도 마을 안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우도는 이날 봄이 생기발랄한 모습으로 돌담과 어우러진 청보리와 이제 막 꽃을 피우기 시작한 유채꽃이 드디어 봄이 오고 있음을 알리기 시작하는 중이었다.

멀리 짙푸른 바다는 우도를 또 한번 빛내고 새까만 돌담과 노란 유채꽃은 자연미를 자랑했다.

이 길을 걷는 나그네의 모습 또한 한 폭의 그림처럼 다가왔다.

그렇게 봄의 향기를 마음껏 마시며 우도봉으로 오르는 입구까지 왔다.

이날 처음 올레걷기에 참여한 김선현 교수는 보이는 곳곳 연신 사진 찍기에 바빴다.

난전 강법선 선생과 고광언은 벌써 멀리 앞서 가고 있었지만 김 교수와 나는 늘 뒤처지기만 했다.

“우도가 너무 아름답다”는 말을 계속 하며..

김 교수는 지난 주에 가파도에 함께 가지 못한 것을 못내 아쉬워했던 그 마음을 우도에 와서 사르르 녹여내는 듯 했다.

 

 

하지만 우도봉을 오르는 계단길은 엉망이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올랐을 것이지만...

고무매트는 망가져 있고 나무로 만든 턱은 썩어 문드러지고 있었다.

단 한 번도 이를 고친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널브러진 썩은 나무조각들..

튀어나온 큰 쇠못에..

딛기조차 불안한 썩어가는 나무계단까지..

우도를 찾는 사람들에게 보여주기조차 민망한 아쉬운 현장이 그곳에 있었다.

그런 엉망인 계단길을 올라 우도봉으로 올라가는 능선에 도착했다.

 

 

 

김 교수는 우도가 더 아름답게 보이는 이곳 능선길에서 마음껏 사진을 찍었다.

능선길에 오르니 길가에는 또 보리수나무가 가득 열매를 맺고 있었다.

이곳 능선길에서도 한참을 또 따먹었다.

난전 선생은 손 한가득 보리수를 담고 있다가 내게 주었다.

아마 김 교수에게 넘겨주라는 의미였을 것이다

손 바닥에 가득 담은 보리수를 전해주며 다시 걸어서 오른 우도등대는 코로나19로 인해 사람들의 출입을 막고 있었다.

우리는 그저 그냥 이 길을 통과하는 수 밖에 없었다.

우도등대에는 예전에 등대여권이라는 등대수첩이 비치돼 있었지만 이날 보니 수첩은 없고 스탬프만 놓여 있었다.

 

 

 

우도의 최고봉인 우도등대가 있는 곳에서 보는 우도는 또 다른 분위기를 전한다.

한라산을 중심으로 셀 수 없이 많은 오름 봉우리가 한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대강 세어보니 적어도 50여개는 눈 안으로 들어오는 것 같았다.

바다 넘어 그 광경을 보는 일이 또한 압권이다.

이 길을 따라 계단을 내려오면 중간에 전 세계 등대박물관이 만들어져 있다.

우리가 궁금한 전 세계 등대의 모습이 만들어져 이를 감상할 수 있는 것이다.

우도봉 주변에는 보리수 나무가 참 많았다.

 

 

숲길을 따라 올레코스가 이어지는 길에는 아예 군락지인 것처럼 맛있게 잘 익은 보리수 열매가 가득 했다.

난전 강법선 선생은 “보리수나무라는 이름에 보리라는 깨달음이 있다”며 소중한 나무라는 점을 일깨우듯 이날 정말 많이 따먹기도 했다.

천진항으로 들어가는 길에서 만난 보리수나무 군락지에서 고광언과 김 교수는 보리수를 잔뜩 따서 한 봉지나 만들어 놓았다.

김 교수는 보리수가 가득 담긴 봉투를 보여주며 “이 보리수로 술을 담았다가 몇 개월 후에 갖고 오겠다”고 했다.

천진항으로 들어가는 초입에 다다르니 어제 화재가 났다는 전기자동차 회사 옆에서는 불에 그을린 차를 세차하는 중이었다.

불이 크게 났던 듯 건물과 함께 안에 있는 모든 차들이 시커멓게 변해 있었다.

밖에 있던 단 몇 개의 차만 남은 것 같았다.

망연자실한 모습으로 그을린 차에 비누를 칠하고 닦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천진항에 도착하고 스탬프를 찍었을 때 시간은 오후 2시7분..

시간을 알아보니 배가 떠나는 시간이 30여분 정도 남아 있었다.

이날 난전선생과 기자는 오후 4시30분까지는 신제주로 가야했다.

이곳에서 제주에서 사라진 청희라는 이름의 한란을 돌려받는 행사를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시간이 없으니 자장면이라도 먹고 가자고 했다.

난전선생은 우도에 왔으니 보말칼국수를 먹자고 하며 천진항에 있는 우도쉼팡 식당으로 향했다.

“5분내로 끓여준다고 하니 자장면보다 칼국수를 먹자”고 한 것이다.

그러나 5분내로 어떻게 칼국수를 만들 것인가.

난전선생은 “5분내로 된다고 해서 들어왔는데..배를 못타게 됐다”며 투덜거렸다.

 

 

그런데, 고광언이 갑자기 일어나더니 이 식당 대표와 반갑게 인사했다.

“같은 팔정회 회원”이라며 “개업할 때 오지 못했는데 여기였느냐”며 채종익 전 수협 제주본부장이 운영하는 식당에 우연히 들어가게된 것이었다.

현 우도장학회 회장이기도 한 채종익 대표는 배 타는 시간을 걱정하는 우리들에게 “식사 천천히 하시라”며 “지금 우도는 전에는 10분마다 다니던 배가 관광객이 줄어 2개의 항에서 1시간에 한번 씩만 오고가기 때문에 운진항까지 직접 데려다 주겠다”며 우리를 안심시켰다.

우도 쉼팡 식당은 민박도 함께 운영하는 곳이었다.

"우도에서 나는 보말로 만든 칼국수"라고 소개한  채 대표는 이날 땅콩막걸리도 한병 고광언에게 선물하고 부인은 김 교수에게 진짜 우도산 말린 톳과 대파까지 봉지에 넣어 선물로 주셨다.

 

 

 

직접 만들어 손맛을 더한  맛있는 김치와 보말칼국수로 우리는 우도의 향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었다.

채 회장은 우리를 운진항까지 직접 데려다 주며 우도에 대한, 많은 설명을 해주었다.

우도8경이 만들어진 이야기부터 우도 10경..파도는 왜 치는가에 대한 설명까지..

그리고 우도를 찾은 관광객들에 대한 배려도 잘 되어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우도를 정말 너무나 많이 사랑하는 분이었다.

운진항 배를 타는 입구까지 직접 데려다 주신 채종익 회장님의 그 친절에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린다.

 

시인 사윤수는 '동굴의 노래' 라는 시에서

 

“..해마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음악회를 열지

우도 바닷가 검멀레동굴에서

음악소리 울려퍼질 때

어쩌면 그 푸른 고래가 듣고

먼 바다를 다시 헤엄쳐 올지도 몰라

물결 아래서 당신의 연주를 들으며

이 생에 다녀간 날들을 추억할 지도 모른다..”고 노래했다.

(이 시는 우도봉 아래 화장실에 붙여놓은 내용 중 일부를 옮긴 내용이다)

 

우도는 여전히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이게 한다.

배를 타는 동안의 기대감과 그곳에서 만나는 제주향기..

우도는 우도사람과 외지인이 함께 새로운 섬을 만들어가는 대화와 화합의 섬이다.

언제는 싸우고 언제는 또 화합한다. 결코 배척의 섬은 아닌 것이다.

그래서 누군가는 우도가 너무 좋아 살기 위해 들어가기도 하고, 그러다 견디지 못해  많이 나오기도 하는 섬..

아직은 미완으로 남아있는 섬이다..

우도는 그래서 더 아름다운 것인지도 모른다.

 

우도에는 늘 바람과 꽃향기와 바다가 함께 츰을 춘다.

절대로 한번만 가면 되는, 만족을 주는 섬이 아니다.

철따라 다시 찾아 오라고 손짓 하며 부르는 사랑의 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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