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제주4·3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시간이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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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제주4·3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시간이 되길 바라며...
  • 이은주
  • 승인 2020.04.02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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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영천동 주민센터
이은주 영천동 주민센터
이은주 영천동 주민센터

지난 2월 말경 “4·3유족카드 만들고 싶은디 어떵해야 하느니?”라고 나이가 지긋하게 드신 백발의 어르신이 영천동 주민센터에 방문하셨다. 4·3사건 희생자 유족결정이 되신지 한참이 지났는데 아직도 4·3희생자유족카드를 만들지 않으신 어르신께 나는 증명사진 2장이 필요하다며 이쁘게 사진 찍고 다시 방문하시라고 안내해 드리면서, 이 추운 날 여기까지 오셨는데 재방문하게끔 해서 마음이 편치 않은 적이 있었다.

서귀포시 영천동 주민센터로 근무지를 옮기면서 4·3업무를 맡게 된 나는 대학시절 한 선배가 생각나면서 후회 아닌 후회를 했다.

1998년 대학교 시절, 동아리 선배가 나에게 제주4·3사건에 대해서 알려주겠다며 교육시간을 정해서 참석하라고 했다. 선배의 긴 교육은 나에게는 너무 지루했고, 관심도 전혀 없어서 그 선배의 분노와 슬픔과 아픔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선배의 열정적인 4·3교육은 아무런 의미 없이 끝나버렸다.

그러던 지난 해, 인재개발원에서 재난대응교육을 받을 당시 영상 강의라고 하여 낮잠이나 좀 자볼까 했던 나는 설민석의 역사 특강 “당신이 몰랐던 제주이야기”란 영상을 보면서 큰 충격을 받았다. 뼛속부터 제주도민이라 생각했던 나는 4·3의 진실에 맞닿게 되자 강의실에서 누가 보든 말든 아무 생각 없이 펑펑 정말로 펑펑 울었다.

너무나 아픈 진실에, 4·3을 겪은 희생자와 그 유족들의 아픔과 고통에 정말 많이도 울었다.

그 영상은 너무 충격적이었고, 슬펐기에 혼자만 그 진실을 알기에는 너무 아쉬워 주말 오후 남편과 초등학생 딸 둘과 함께 영상을 같이 보면서 4·3에 대한 아픔과 슬픔을 함께 공감하고 싶었다.

하지만, 나이가 어려서인지 아이들과 함께 공감하기에는 역부족이었지만, 내 딸들에게 4·3이란 단어를 알게 해 준 것만으로 나름 의미를 부여했었다.

내 나이 올해 마흔 셋. 누가 내 나이를 물으면 4·3담당자여서 43세라고 목청껏 나이를 밝히는 나에게 제72주년 4·3희생자 추념일이 다가오면서 다시금 4·3에 대한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비록 코로나19 확산 방지로 인해 제72주년 4·3희생자 추념식 행사가 대폭 축소되어 진행되지만, 오전10시부터 1분간 울리는 묵념 사이렌에 맞춰 각자의 위치에서 4·3영령들을 추모하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을 것 같다. 나 역시 그 1분만은 오롯이 4·3희생자와 유족들과의 아픔을 나누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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