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 길목..생명의 샘, Y계곡 흐르는 천상의 소리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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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는 길목..생명의 샘, Y계곡 흐르는 천상의 소리 들린다"
  • 김평일 명예기자
  • 승인 2020.04.14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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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포커스)본지 탐사팀, 한라산 어리목 일대 식물상 생태조사 위해 학술조사 실시

 

 

봄이 오는 길목, 한라산 계곡마다 봄소식들이 전해지고 있다.

제주환경일보 특별취재팀은 제주특별자치도 세계자연유산본부(본부장 고순향)와 제주도상하수도본부(본부장 이양문)의 협조를 받아 자넌 10일 오전 9시부터 4시간동안 한라산 어리목계곡 일대에 자생하고 있는 식물 상에 대한 학술조사를 실시했다.

올해 봄은 ‘코로나19’로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 놓아 세상이 어수선하고 불안스러워 사람들이 집안에만 갇혀 지내면서 봄이 왔음을 제대로 만끽할 수가 없는 실정이다.

본지(本紙)는 한라산 계곡의 봄을 알리기 위해 특별취재팀을 편성하고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김대근소장)로부터 출입 허가를 받아 어리목계곡 학술 생태탐사에 나섰다.

Y계곡을 중심으로 한 어리목계곡 상류는 상수도보호구역으로 공익적인 활동을 하는 기관이나 단체의 경우 엄격한 허가를 받고 소수의 인원만 학술조사를 위해 출입이 허가되는 곳이다.

 

 

한라산에는 유명한 계곡들이 여러 곳 있다.

한라산의 계곡들은 대부분 단풍(丹楓)으로 유명해서 가을철이 되면 사람들이 발길을 모은다.

용진각계곡, 탐라계곡, 어리목계곡, 영실계곡, 천아오름계곡 등은 제주도에 있는 여러 계곡들 중에서 단풍이 곱게 물드는 계곡으로 손꼽히는 계곡 들이다.

이들 계곡 중에 용진각계곡, 탐라계곡, 영실계곡은 곱게 물든 아름다운 단풍을 볼 수도 있고 더불어서 계곡의 물소리도 들을 수가 있다.

제주도의 계곡에는 물이 흐르지 않는 계곡들이 많아서 물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계곡을 만나기가 쉽지가 않다.

한라산 계곡들 중 고운 단풍과 물이 흐르는 소리 그리고 파란 이끼긴 절벽바위를 볼 수 있는 계곡이 있다.

 

 

어리목계곡이다.

어리목계곡은 단풍도 아름답지만 병풍처럼 펼쳐진 절벽바위에 새파란 이끼가 무리지어 넓게 자라고 이끼 사이로는 물줄기들이 폭포처럼 쉼 없이 쏟아져 내린다.

이렇게 쏟아져 내린 물줄기들은 한데 모여 소용돌이를 일으키면서 작은 폭포를 이르는 계곡으로 최고의 절경(絕景)을 간직한 계곡이다.

이곳을 일명 Y계곡이라고 한다.

어리목계곡을 따라 한라산 방향으로 올라가다 보면 계곡이 두 줄기로 나누어지는데 두 줄기로 나누어진 모습이 영어로 Y자와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Y계곡의 유명한 것은 제주도에서 이끼가 자라는 유일한 계곡이기도 하지만 이끼계곡 주변에는 제주의 다른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희귀한 식물들이 군락을 이루며 자생을 하기 때문이다.

물줄기들이 쉼 없이 흐르면서 알맞은 습도가 조성되어 야생식물들이 자라는데 최적의 장소가 되는 곳이다.

계곡에 평풍처럼 펼쳐진 절벽바위사이로 작은 물줄기들은 쉼 없이 흘러내리고 그 위에 파란 잔디밭이 펼쳐진 것처럼 이끼들이 자라서 계곡이 풍치를 한층 더 멋스럽게 한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제주민(濟州民)들 중에는 여름철 피서장소로 어리목계곡을 찾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제주도 상수도 사업이 어리목계곡에서 발원(發源)되면서 어리목계곡의 형태가 변했다.

연중 물이 흘러내리던 계곡의 물줄기는 상수도(上水道) 사업이 시작 되면서 끊기게 되어 물이 흐르던 계곡에 물이 흐르지 않게 되었고 사람들이 출입도 통제(統制)됐다.

이후 어리목계곡의 식생(植生)에도 급격한 변화가 생겼다.

 

 

식생(植生)에 알맞은 습도(濕度)를 유지해주던 물길이 사라지면서 어리목계곡일대는 습한 곳에서 자라던 초본식물(草本植物)나 양치식물(羊齒植物)과 이끼식물들이 사라지고 말았다.

그렇게 뿌리를 깊게 내려 계곡 속 깊은 곳에 흐르는 물을 빨아올릴 수 있는 기능을 가진 목본식물(木本植物)들만 남았고 거기에다 아무 곳에서나 발을 뻗고 자라는 한라산에서 가장 골칫거리 제1호인 조릿대들만 어리목계곡 터줏대감처럼 이곳저곳을 모두 차지하여 작은 식물들의 삶의 터전까지 빼앗아버렸다.

어리목계곡 상류인 이끼폭포가 있는 Y계곡 일대에만 물이 흐르고 상수도원으로 막힌 그 아래로는 물이 흐르지 않아 어리목계곡은 상시 물이 흐르던 개천에서 물이 흐르지 않는 건천(乾川)으로 변했다.

1960년대 말 어리목계곡을 상수원으로 만든 사업은 제주의 역사(歷史)를 바꾼 대(大) 역사(役事)였다.

제주도민들의 숙원(宿願)이었던 급수난 해결을 위해 어승생 수원지 개발을 시작한 것이다.

당시만 해도 제주도민들은 해안가에서 솟아나는 용천수나 건천에 고인 물, 마을에 만들어 놓은 우물물, 빗물 등을 식수(食水)로 사용하기도 했고 각종 생활용수(生活用水)로도 이용을 했다.

이 시기 제주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은 연중 물이 잘 나오는 용천수 곁에 있는 마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이 부족한 중, 산간 마을에서는 한여름에 비가 적게 오거나 가뭄이라도 들면 물(食水)을 수 km나 떨어진 곳에 가서 길어 오기도 했다.

어떤 때는 물(食水)을 길어 오는 것이 하루의 일과가 되기도 했다.

허벅은 먼 곳에 가서 물을 길어 오는데 가장 요긴한 살림도구였다.

제주에 수원지가 개발되고 상수도가 만들어져 마을과 가정에 수도(水道)가 들어온다는 것은 그 자체로 제주도민들이 생활 패턴(Pattern)을 바꾸는 혁명과도 같은 일이었다.

 

1966년 6월 20일 대통령이 제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제주도지사에게 “제주도민들에게 급수할 수 있고 축산과 농업용수로도 쓸 수 있게 한라산 계곡의 물을 막아 수자원으로 이용하라”는 구상을 전한 것이 제주도 수자원개발의 시작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어승생 수원지 건설 계획이 구체화되었고 1967년 4월 20일 기공식이 거행된 후 1971년 12월 10일 준공된 수원지가 어리목계곡의 물을 모아 만든 어승생 수원지이다.

어승생 수원지는 한라산 구구곡과 어리목 Y계곡의 물을 자연유하식(自然流下式) 도수로(導水路) 7.6㎞를 통해 어승생 수원지까지 끌어들여 10만t을 저장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제주도민들은 오랜 세월동안 물을 길러 다니던 수고가 사라졌고 가정에서 가장 위생적인 식수를 공급받게 되었으며 이로 인해 제주가 오늘날 우리나라 관광 일번지가 되는 계기가 되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그러나 얻는 것이 있으면 반대로 잃는 것도 있게 마련이다.

제주도민들은 물을 얻는 대신에 여름철 계곡의 시원함을 전해주는 피서지를 내 주었고 거기다 피서지가 상수도보호구역이 되면서 쉽게 출입도 할 수 없는 금단이 땅이 되었다.

 

계곡은 이곳에 터를 잡고 사는 식생들에게도 많은 변화가 초래 됐다.

본지 특별취재팀은 어리목계곡의 식생 변화 모습과 이른 봄 어리목계곡의 식생들이 모습을 조사하기 위해 어리목 상수원보호구역이라 출입을 금지한다는 표지가 적혀있는 곳에 잠긴 철책 문을 열고 어리목계곡으로 들어섰다.

어리목계곡에 들어서면서 첫 느낌은 이곳은 아직도 겨울이 끝나지 않았음을 실감하게 했다.

어리목계곡의 식물들은 겨울잠에서 깨어나지를 않았는지 나무마다 지난 가을에 잎을 떨구어 낸 모습 그대로 이다.

제주의 해안지대에는 벚꽃이 핀 지도 여러 날이어서 벚꽃 꽃잎들이 눈이 내리는 것처럼 흩날리는데 어리목계곡에는 초록(草綠)의 기운을 찾아 볼 수 없는 황량(荒涼)한 모습이었다.

계곡 탐사는 계곡 위쪽인 Y계곡에서 시작하여 계곡 아래쪽으로 내려오면서 탐사를 진행했다.

상류 쪽인 Y계곡으로 가는 길은 시멘트로 포장된 숲길이다.

 

시멘트 숲길을 20여분 올라가는데 계곡에서 물소리가 들린다.

적막하던 숲길에 청량감(淸涼感)을 안겨 주는 소리였다.

물이 흐르는 곳으로 가보니 계곡 하류 쪽에서는 볼 수 없는 물들이 소용돌이를 치면서 봄이 왔음을 알리고 겨울잠에 취한 식물들이 잠을 깨우고 있는 것 같았다.

이곳에서 들려오는 물소리는 지상(地上)에서 들리는 소리가 아닌 천상(天上)에서 들리는 아름다운 하모니(Harmony) 같은 느낌을 받았다.

Y계곡의 절경인 이끼폭포 앞에 다 달았다.

융단처럼 펼쳐진 파란 이끼 사이로 작은 물줄기들이 쉼 없이 쏟아지고 쏟아진 물들은 모여서 소용돌이를 일으키면서 흘러간다.

 

생명이 소생(蘇生)이 이러한 것을 말하는 거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리목계곡 아래쪽은 겨울이 한창인데 추울 것이라고 생각을 하고 찾은 계곡 상류에는 봄이 찾아와 꽃들이 피고 곤충들도 이 꽃 저 꽃을 분주하게 방문을 하고 있었다.

‘생명(生命)의 경이(驚異)로움’을 느낀다.

이같은 ‘생명(生命)이 경이(驚異)’는 물이 있어서 시작되는구나 하는 느낌도 받았다.

이곳을 보면서 물이 있고 없고에 따라 식물 상이 변한다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Y계곡의 식물들은 안락한 보금자리에서 사는 것처럼 느껴졌다.

한라산 계곡에서 들려주는 봄이 오는 소식도 이곳에서 확실히 들을 수 있었다.

 

 

Y계곡을 출발하여 하류로 내려오면서 봄의 오는 길목에서의 식물들이 소생(蘇生)하는 모습들을 조사했다.

계곡을 흐르는 물소리가 들려주는 봄이 오는 소리를 들었는지 겨울잠에서 막 깨어난 식물들이 두꺼운 겨울 이불인 마른 잎들을 들추고 여기저기서 기지개를 켜고 있는 모습들을 볼 수가 있었다.

사진은 Y계곡에서만 자생하는 식물들을 모아놓은 것이다.

봄이 오는 찬란한 Y계곡은 이처럼 말없이 물을 전달하며 우리에게 소중한 생명을 선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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