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라에선 바당과 드르에 봄이 고찌 옴을 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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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라에선 바당과 드르에 봄이 고찌 옴을 알라.."
  • 고현준
  • 승인 2020.05.14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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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프올레걷기)표선해수욕장-남원포구, 봄이 무르익은.. 풍성한 자연의 향연 펼쳐지는 길

 

 

 

 

탐라의 봄

-고훈식

 

탐라에선

바당과 드르에

봄이 고찌 옴을 알라

물궤기가 떼지성 댕기민

생이덜도 떼지성 댕긴다

고사리 좋은 해에

메역 풍년 들 듯

몰똥 버섯 커 가민

구쟁이도 고찌 크곡

꿩독세기 커가민

전복도 고찌 큰다

보름에 사오기 고장 털어지민

물궤기알도 하간디 삐여진다

멜록멜록 꿀 먹젠?

호록호록 굴 먹젠?

 

(탐라에서는

바다와 들판에

봄이 함께 온단다

물고기가 무리지어 다니면

새들도 떼지어 날아다닌다

고사리 많이 돋는 해에

미역도 덩달아 풍년이 되듯

말똥버섯 잘 자라면

소라도 알차게 크고

꿩알 잘 부화되면

전복도 싱싱하게 잘 큰다

바람 불어 벚꽃 휘날리면

물고기 알들도 드넓게 뿌려진다

혀를 내밀고 꿀을 먹고 싶은지?

돌조개를 빨아먹고 싶은지?)

 

 

 

올레를 지속적으로 걷다 보면 4계절 올레의 다른 분위기와 늘 만나게 된다.

올레를 걸으면서 만나는 계절의 변화는 흥미로운 일이다.

열심히 걸었는데..겨울이 봄이 되고 곧 여름과 만나기도 한다.

지난 2일과 10일에는 하프코스로 제주올레 4코스(표선해수욕장-남원포구)를 걸었다.

바다를 보며 걷는 올레 4코스는 제주바다가 주는 풍광의 매력에 푹 빠지게 하는 코스다.

특히 용암의 흔적이 널린 바다는 제주바다가 주는 아름다움을 단박에 보여준다.

흐린 날 보는 바다와 맑은 날 보는 바다는 색깔부터가 다르다.

흐린 날은 바다와 하늘이 맞닿아 회색을 띤다.

밝은 날은 햇빛을 받아 푸르고 영롱한 제주바다를 연출한다.

매일 보는 바다가 같은 바다가 아님을 넉넉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지금 봄이 무르익었다는 것을 알게 만드는 건 올레를 걸으며 만나는 다양한 꽃들이다.

그리고, 올레를 걸으며 가끔씩 보이는 삼동이나 산딸기나 볼레나 구럼비나무 열매 등을 따서 먹는 맛은 그야말로 꿀맛이다.

올레길에서 만나는 제주가 선사하는 각종 열매들은 지친 몸에 활기를 더해 주는 피로회복제다.

달콤하기가 그지 없기 때문이다.

표선의 어느 바닷가에 있는 정원이 아름다운 등대와 올레길(대표 이석용)이라는 팬션에서는 밖에서 꽃을 구경하고 있던 우리를 안으로 들어오게 하더니 집안에 흐드러지게 열린 낑깡(금귤)을 마음껏 따먹으라고 했다.

원 없이 먹고 또 다시 따 먹고..

주인장의 친절한 배려로 먹을 것이 풍부하게 심어진 텃밭과 잘 가꿔진 정원을 감상하는 호사를 누리기도 했다.

지난 10일에는 전날 비가 와서 못 간 올레길을 걸으면서 딸기가 널려있는 커다란 딸기밭을 만나 오랜만에 달디 단 딸기를 실컷 따먹었다.

그 밭은 따도 따도 넘치는 야생딸기로 가득 했다. 그야말로 올레길에서 제대로 만난 행운이었다.

그리고 길에서 만나는 다양한 꽃들..

올레길은 그래서, 봄이 오면 사람들도 더 붐비는 것 같다.

 

 

 

코로나19로 잠잠해진 탓인지 요즘 들어 올레길을 걷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그동안 뜸했던 해안도로에는 자전거 행렬이 넘쳐난다.

물론 제주허씨 차도 많이 달리는 모습을 본다.

이제 봄이 무르익어가는 중이라 모든 것이 파릇파릇 기지개를 켜고 있는 것이다.

바닷가 바위 위에 피어 있기도 하고, 올레길에서 자주 만나는 아름다운 꽃들..

바다와 함께 그림이 된 듯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

여전히 제주해안을 시커멓게 버티고 앉아 바다를 바라보는 용암돌들..

제주이야기는 그래서 제주바다와 만나는 올레길에서 만들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올레4코스는 바다가 주는 매력에 푹 빠져 걷는 코스다.

아무도 범접해서는 안될 제주바다가 그곳에 산다.

 

 

 

그러나 제주해안가는 여전히 공사가 진행 중인 곳이 많다.

해안도로도 용암돌 위로 만들어져 있고..

어느 포구는 아름답기만 한 용암돌 위에 시멘트를 쳐 발라 넓은 도로와 바꿔놓은 곳도 있다.

사람들은 그 아름다운 용암돌을 보러 오는 것인데..

그들이 봐야 할 용암군을 없애서 길을 만들고..바다를 매립해서 땅을 만드는 우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올레길을 걷다 보면 그런 무참한 모습과 자주 만난다.

그때마다 아쉬운 마음만 든다.

그냥 놓아두면 다 보물들인데..

왜 보물을 없애서 땅으로 만들려는 것인지..

답답할 때가 많다.

예산낭비도 문제려니와 한 마을이 갖고 있는 정체성마저 무너지는 것만 같아 마음이 무거워진다.

후손들이 앞으로 지금 이 시대의 선조들을 어떻게 볼 것인지...

유럽의 어떤 곳은 매립한 곳을 다시 원상복구하는데 들어간 예산이 그 몇 배가 더 들었다는 얘기가 전해지고 있다.

제주도도 언젠가는 이 모든 매립지를 다 원상복구하면서 지금 살고 있는 우리라는 선조를 원망할 지도 모른다.

 

 

 

제주도는 환경이 그대로 남아있어야 존재가치가 큰 곳이다.

결국 지금 현금으로 받아 쓰는 돈은 후손들에게는 빚으로 남을 뿐이다.

그렇게 잘 지켜진 제주환경이 제주의 가치를 더 높일 것이고, 많은 사람들이 그런 제주를 보러 오면 제주도는 그만큼 가치있는 곳이 되는 것이지만..

지금 개발을 해서 떼돈을 벌어야 부자가 될 것인 양 개발에 치중한다.

하지만 개발을 하는 만큼 제주의 가치는 그만큼 떨어지는 것이다.

환경이 지켜지지 않는 제주도는 존재의 이유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제주도가 제주도인 것은 천혜의 환경이 우리를 항상 지켜주고 있기 때문이다.

지하수도 위험하고..바다도 죽어가고..남은 것이라고는 보여지는 자연 뿐인데..

그것마저 하나 둘씩 위험에 빠지고 있다.

올레를 걸으면 그런 제주가 보인다.

 

지난 10일 걸을 때는 4코스 종점인 남원포구 올레안내소 앞에 도착했을 때 올레를 걷고 있는 제주의 젊은 여성 두 분을 만났다.

어느 봉사단체에서 일하는 듯..올레를 계속 걷고 있다는 우리(고광언과 필자)를 부러운 눈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시간이 있을 때마다 올레를 걷고 있는 그런 젊은이들이 있다는 것은 하나의 희망이다.

젊은이들이 올레를 걷고 제주를 다시 바라보고..

미래의 제주를 꿈꾸기를 희망하는 가능성이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 2주간 올레4코스를 걸으면서 만난 여러 가지 꽃들과 다양한 올레4코스의 진짜 바다를 본다.

며칠 전 회사에 전 예총회장 강문칠 선배가 오랜만에 찾아 오셨다.

요즘 제주어로 만든 70여개의 제주도를 주제로 한 노래를 새로 작곡했다고 한다.

지난 40여년간 작곡에 치중해 온 그이기에 제주어로 만든 제주의 노래가 참 궁금하다.

강문칠 선배는 “모든 작곡을 다 마치고 정리가 되면 인터뷰를 한번 하자”고 했다.

그래서 고훈식 시인의 제주어로 만든 시를 옮겨 보았다.

 

바당이나 밧이나

-고훈식

 

바당도

밧이옌 곧고프난

바당이옌 곧는생이라

 

땅신디도

물이옌 곧고프난

뭍이옌 곧는생이라

 

게난

바당은 물왓이고

땅은 모른왓이네

 

한라산 곶자왈에 봄오민

마라도 물왓에도 봄오메.

 

(바다나 밭이나

 

바다도

밭이라고 말하고 싶으니까

바다라고 비슷하게 말하는 거겠지

 

땅도

물이라고 말하고 싶어서

뭍이라고 비숫하게 말하는 거겠지

 

그렇다면

바다는 물밭이고

땅운 마른밭이겠네

 

한라산 숲에 봄이 오면

마라도 바다에도 봄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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