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문화]특이한 삼각기둥 비석..신효동 재판특지자기념비
상태바
[향토문화]특이한 삼각기둥 비석..신효동 재판특지자기념비
  • 고영철(제주문화유산답사회장)
  • 승인 2020.05.30 08: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마을은 별처럼 다섯(신효, 하효, 상효, 토평, 보목을 뜻함)으로 나뉘어 있으나 몸은 달처럼 하나로 뭉쳤도다

신효동 재판특지자기념비

 

위치 ; 서귀포시 효돈로 161(신효동 123-3번지) 효돈초등학교 운동장 서쪽
유형 ; 비석(기념비)
시대 ; 일제강점기

 


효돈초등학교 운동장 서쪽 방과후교실 옆에는 일제강점기에 세워진 기념비가 하나 있다. 비석의 크기는 높이 약 130㎝, 너비 약 60㎝이다.

보통 비석은 사각기둥 모양인데 이 비석은 삼각기둥 모양이어서 특이하다.


이 비석에는 ‘在阪特志者記念碑’(일본 오사카에 사는 큰 뜻을 가진 분들을 기념하는 비석)라고 가운데 크게 새겨져 있고, 오른쪽에는 작은 글씨로 ‘新孝國民學校後援會’(신효국민학교후원회)라고 되어 있다. 가운데 쪽으로는 다음과 같은 비명(碑銘=비석에 새기는 시)이 새겨져 있다.

事鉅力金 : 일이 크고 급하나 힘과 돈을 모으니
校成不日 : 학교을 완성하는 것(세우는 것)이 얼마 걸리지 않았다.
貨泉湧流 : 돈(貨泉: 돈이라는 뜻으로 왕망이 만든 동전에 화천이라고 새긴 데서 유래)이 샘솟아 흐르니
學海洋溢 : 학문의 세계(學海)가 드넓고 가득 차 넘쳐흐르도다.
村列星五 : 마을은 별처럼 다섯(신효, 하효, 상효, 토평, 보목을 뜻함)으로 나뉘어 있으나

體團月一 : 몸은 달처럼 하나로 뭉쳤도다
立石頌功 : 돌을 세워 공덕을 기리고
芳名且筆 : 아름다운 이름 또한 쓰노라.

맨 왼쪽에는
‘西紀一九四三年五月日’(서기1943년 5월 일)이라고 되어 있는데 西紀一九四三 부분은 원래 글자를 파내고 새로 글자를 새긴 것으로 보인다.

원래 글자는 일본 연호인 ‘昭和十八’(소화18)이었을 것이다. 그러면 왜 이렇게 바꾸었을까? 비석을 세울 때는 일제강점기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일본 연호를 썼지만 우리 나라 비석에 일본 연호를 쓴 것이 기분이 나쁘고 자존심이 상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면 언제 바꾸었을까? 광복되자마자 즉시? 그건 아닌 것 같다. 왜냐하면 광복되고 1948년 정부를 수립하자 대한민국 공식 연호는 단기(檀紀=단군이 조선을 세운 해로부터 헤아리는 연호)를 채택하였고 서기(西紀)는 1961년부터 쓰기 시작한 것이기 때문이다.

정확히 몇 년에 바꾸어 새겼는지는 알 수 없다.

아래쪽에는 다음과 같이 금액과 돈을 낸 분들의 이름이 적혀 있다.
‘一金千貳百円也 金田熙明 同 德山聖允 一金千円也 福山昌學 同 吳島寬震 同 吳原漢準 同 松村化順 同 康昌鉉 同 夫龍文 一金五百円也 吳原光昭 同 康基連 同 韓有吉 同 金川明修 同 吳野吉準 一金三百五十円也 宮內義秀 一金三百円也 劉京華 同 長岡泰柱 同 康允平 同 吳南錫 同 橋本熙夫 一金千三百円也 下孝里一同 一金千百円也 新孝里一同 一金八百円也 甫木里一同 一金六百円也 上孝里一同 一金三百円也 吐坪里一同’


여기에 쓴 円은 일본 화폐단위 ‘엔’이고 也는 문장을 끝내거나 이어주는 말로서 ‘돈을 낸 사람은’이라고 해석하면 좋을 것이다.


이 분들이 고향을 떠나 일본의 오사카에 가서 일본인으로부터 온갖 차별과 멸시를 받아가며 힘들여 돈을 벌었는데 고장에 학교를 세우는 데 큰 돈을 보내 주신 것이다.

그런데 이름을 보면 金田, 德山, 福山, 吳島, 吳原, 松村, 金川, 吳野, 宮內, 長岡, 橋本과 같은 일본식 성씨가 있다.

그 까닭은 일제가 우리 민족을 지배하던 동안 우리의 성씨를 없애고 일본식으로 창씨(創氏)할 것을 강요했기 때문에 그에 따른 것이다.

특히 일본에서 살아가면서 조선인으로서 당하는 차별을 조금이라도 피하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런가 하면 夫, 康, 韓, 劉, 吳씨와 같이 일제의 갖은 압박에도 굴하지 않고 원래 성을 그대로 쓴 사람도 있다.


맨 끝 부분에는 ‘下孝里一同 新孝里一同 甫木里一同 上孝里一同 吐坪里一同’이라는 마을 이름이 나오는데 이것으로 보아 이들 마을에서도 학교를 세우는 데 돈을 내놓아 모았으며, 효돈 주변에서는 효돈초등학교가 처음으로 세워져서 이웃 마을에서도 이 학교에 다녔음을 알 수 있다.


이 학교의 1938년 개교 당시 처음 이름은 신효공립심상소학교였으며 1942년 신효국민학교로 바뀌었다가 1959년 효돈국민학교로 바꾸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