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속도를 양보하면, 숲과 제주는 다시 생명을 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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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속도를 양보하면, 숲과 제주는 다시 생명을 품을 것이다”
  • 김태홍
  • 승인 2020.05.31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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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제주’ 사진전 31일 성산읍 수산초등학교에서 열려..

제주 제2공항, 난개발 문제를 나누기 위해 전국 책방들과 함께 했던 현장 사진 전시 ‘마지막 제주’가 31일 오후 3시 성산읍 수산초등학교에서 열렸다.

‘마지막 제주’ 사진전시는 강정마을, 성산, 비자림로, 중산간으로, 사진들이 여행하듯 전국 책방을 순차적으로 돌아다녔다.

‘마지막제주’는 제주의 현안 장소 4개 주제의 현장 사진전으로 김수오, 그린씨, 양유정, 엄문희, 오은주, 이겸, 홍민아(7인)의 기획으로 이뤄졌다.

-잃어버린 마을, 강정

전통적으로 마을은 정신적·물질적 공동체성 테두리를 공유한 집단이었고 국가로부터 일정 부분 독립적인 단위였다. 향약이 인정되는 것도 오랜 시간 공동체의 형편에 따라 조정되어 온 경험과 가치가 법보다 설득력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국가주의를 내면화한 마을구조는 내부 민주주의를 지속해서 훼손했고, 국가의 개발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스스로를 동원하게 됐다. 국가의 척도와 가치가 내면화될 때 그 실행 주체들의 권력은 국가를 대행한다. 강정마을회는 향약을 통해 주민 일부를 외부화해 버렸다.

‘제일 강정’이라 부르던 마을은 ‘제2의 4.3’이 됐다. ‘강정은 ‘어떤’ 마을의 이름이면서, 그 ‘어떤 일’을 설명하기 위해 불러오는 이름도 됐다. 이제 군사시설보호법에 묶여 정당한 감시와 폭로가 어려워질 것이다.

기지촌. 그것은 마을의 생태가 군사기지를 중심으로 동의 없이 변화를 맞는 일이다. 마을이 오랜 시간 만들어 온 문화와 삶의 방식의 단절되는 것을 말한다. 군사기지의 상황에 마을이 함께 요동치며 거대해지는 기지 곁에서 2등 시민으로 전락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나가는 숲, 비자림로

제주 비자림로는 삼나무 숲과 천미천이 아름다운 2차선 도로다. 많은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기억을 준 곳이기도 하다.

삼나무는 쓸모없는 나무라는 오해와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팔색조, 긴꼬리딱새, 붉은해오라기, 붉은배새매, 두견이, 원앙, 솔부엉이 등의 멸종위기종생물과 천연기념물 보호종들을 품고 키워냈다.

인간이 몇 분 빨리 이동하기 위해, 숲을 베어내고 보호종 생물들을 멸종시키려는 비자림로는 제주의 난개발과 자연 파괴의 상징적인 장소가 됐다.

지금 이대로의 제주라도 지켜야 한다. 인간이 속도를 양보하면, 숲과 제주는 다시 생명을 품을 것이다. 지금도 많은 사람이 위기에 처한 제주를 지키기 위해 사라져가는 숲에 모여든다. 이것은 단지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거대한 개발주의 서사의 한 면이다.

-오름과 철새들, 성산

제주가 가진 아름다움이 지켜야 할 가치라는 것을 주민들이 직접 밝히기 위해 나섰다. 성산 일대의 철새와 멸종위기종 다수가 국토부가 제2공항 입지 타당성을 밝히기 위해 조사한 전략환경 영향평가에 빠졌다.

평가에서 누락된 멸종위기종을 보호하고, ‘조류 충돌’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지역주민과 사진작가, 조류전문가, 언론이 함께 ‘성산 연안과 공항건설 예정지의 물새 집중 조사’와 ‘공항예정부지 내 생태환경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조사과정에서 공항과 함께 사라질 성산 일대의 수많은 생명이 우리와 공존하는 일부임을 전한다. 성산 일대 자연과 사라질 위기에 처한 학교, 오름을 품은 제주 풍경이 그려진다. 이것은 성산의 그곳이 공항을 지을 빈 곳이 아니라 수많은 뭇 생명을 키워내고 살려내는 삶의 터전이라는 것을 말한다.

-제주도 중산간 마을

과거 어느 한때의 사라질 기록이 되지 않길 바란다. 중산간 지역의 아름다운 이유는 고유한 마을공동체가 살아있기 때문이다. 제주도 중산간 마을공동체가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크게 세 가지 요소가 기능했기 때문이다.

첫 번째는 제례의 공유이다. 마을의 전통과 권위를 상징하는 것으로 마을의 여러 괸당(혈족, 친족 공동체)들의 시작이며 중심이다. 하지만 제례는 유대가 약해지고 중요성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두 번째는 노동의 공유다. 척박한 자연환경에서 살아가는 방법이기도 하지만 정신적 유대야말로 삶의 중요한 토대가 되었다. 함께 일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품앗이보다는 기계화에 의존하고 있으며, 1차 산업 종사자들의 수도 줄고 있다. 사람들의 관계가 일어나는 장이 줄어들고 있다.

세 번째는 교육의 공유이다. 아이를 함께 키우는 것이야말로 삶 가치의 전승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제주도의 일상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인지 알려지길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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