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 아래 숨은 정체불명(不名) 봉우리,최고(最高)의 오름 소부악(가칭)..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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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록담 아래 숨은 정체불명(不名) 봉우리,최고(最高)의 오름 소부악(가칭)..추정"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20.06.08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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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취재]제주 환경일보 현장 집중 취재 결과 숨겨졌던 소부악(小釜岳) 실체 알아내

 

백록담 아래 숨은 정체불명(不名)의 봉우리가 화산체의 조건을 갖춘 최고(最高)의 오름인 소부악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오름은 제주의 보물 같은 존재이지만 어느 면에서도 확신과 정의를 내리는 데는 한계가 따른다. 어원은 물론이고 정확한 개수를 비롯하여 성질이나 매체를 서술하는 내용도 정확하지는 않은 실정이다.

전문성을 두고 쉽게 표현을 한다면 독립형 소화산체 정도가 맞는 표현이겠지만 아직도 기생화산이라는 표현이 나돌고 있다. 이를테면 한라산이 폭발하면서 백록담에서 튕겨 나온 후 산 체를 이뤘다면 기생화산 정도가 어울릴 수도 있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오늘날에 있어서 제주의 환경자산 제1호라 할 수 있는 존재이지만 국립공원 내에 위치했거나 사유지들을 포함하고 있어서 보다 상세한 조사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가치와 입지를 파악하고 표현하는 데도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한라산 중심으로 하는 기슭이나 깊은 산중에는 알려지지 않은 오름들이 있기 때문에, 오늘날에 있어서 정확한 오름의 개수를 정의하는 데에는 한계가 따른다. 이른바 숨은 오름이나 명칭이 없는 오름들이 그런 경우에 속하는데 한라산 남벽 아래 솟은 미상의 봉우리를 찾아 집중 취재를 하였다.

 

 

세계자연유산본부(본부장 고순향)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소장 김대근) 의 사전 승인, 탐방취재 허가를 받고 학술가, 오름 전문 동아리 등과 함께 소문 속의 소부악을 집중 탐방하고 취재에 나선 것이다.

여기서 '소부악'은 가칭이며 백록담의 다른 명칭으로 부악(釜岳)이라고 부르는 데서 인용을 하였으며, 더불어 백록담 옆에 있는 작은 봉우리라는 점을 고려하여 별칭으로 소백봉(小白峰)이라고 정한 것이다.

 

소부악의 위치는 윗세오름 대피소에서 남벽분기점으로 이어가는 중에 웃방애(오름) 남서쪽이며, 관심을 갖고 얼핏 봐도 솟아난 봉우리를 확인할 수가 있다.

현재까지 이곳은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된 만큼 오늘날까지 알려지지도 않았을뿐더러 오름이라 할 화산체로서의 조건을 갖추고 있느냐 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조사를 위하여 오름과 관련한 전문가 등이 취재단에 동반하였으며 진입로 자체가 없는 만큼 적당한 곳을 통하여 최대한의 자연 식생과 생태에 해가 되지 않는 방법을 선택하였다. 여전히 제주의 자연을 위해하는 조릿대들이 빽빽하게 들어선 때문에 진입이 힘들었는데 제철을 맞은 철쭉들이 꽃을 피워 이방인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구상나무를 비롯하여 잡목들이 우거진 숲을 이어간 후 마침내 기슭 아래 도착을 하였다. 화산체의 입증을 거치는 과정에서 우선은 폭발의 흔적이 있느냐 하는 것이 관건이다. 기본적으로는 굼부리가 있는 경우 원형이나 말굽형으로의 구분이 되면서 식별이 용이하지만 원추형의 경우 폭발 후 솟은 봉우리가 전부이기 때문에 가늠하는 절차가 쉽지만은 않다.

 

 

그렇다고 높이 솟은 봉우리가 있으면 오름으로 분류가 되는 화산체는 결코 아니다. 절대 폭발의 흔적이 있어야 하며, 용암 쇄설물이 흘러 굳은 모습이나 기타 주변 폭발에 의해서 둔덕처럼 쌓여 높게 나타나는 경우는 오름의 조건이 되지 못한다.

이러한 기준을 바탕으로 산 체의 아랫부분부터 살피기 시작하였는데 얼핏 봐도 폭발을 거쳐 굳어진 화산탄과 화산괴 등이 확인이 되었고 부분적으로는 식별에 도움이 되는 암석들도 발견이 되었다.

 

 

수백 개의 오름들은 저마다 스스로 폭발을 통하여 생성이 되었기 때문에 독립형 소화산체만이 정답이다. 쉽게 정리를 한다면 오름은 하나의 화산분출물에 의해서 형성이 된 소화산체로 이해하는 것이 맞다.

화산체임을 나타내는 환경 중에는 한라산 외벽처럼 성질이 같은 암석들이 있었으며 송이(스코리어) 등도 쉽게 발견을 할 수가 있었다. 보다 정확한 입증을 위해서는 재조사를 거치는 과정도 필요하겠지만 이번 취재단에 참여한 모든 대원들이 이구동성으로 화산체가 맞는다는 사실에 동의를 하였다.

 

 

오름의 개수.

제주의 오름은 일찍이 330개로 알려졌었다. 그러다가 지난 1998년 재조사를 통하여 38개를 새로 발견하고 종합 368개라고 발표를 했었다. 지금까지 전해 내려오는 수치가 이 당시의 자료이며 제주의 오름을 정리한 최종판이라고 할 수가 있다. 다만, 제주환경일보 연재를 통해 소개가 된 오름은 총 377개로 기존의 개수보다 많다.

 

 

97~98년으로 이어지는 시기는 우선 인터넷 문화가 발달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자료와 검색을 통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또한 온라인 카페 또는 동아리 등 모임 활동 등이 대중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정보를 수집하는데도 한계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오름 단체 등의 활동을 파악하기 힘들었기 때문에 보다 전문성이 있는 오르미들의 참여가 없었을 것이다.

한라산은 폭발이 이뤄진 초기에는 종상화산이었는데 지리적, 환경적 영향으로 인하여 심한 해식(海蝕)을 받아 잔류산괴(殘留山塊)로 변하였다. 이후 다시 분화가 이뤄졌는데 이때 매우 강한 알칼리성 현무암질이 사방으로 흘러내리면서 지금의 순상화산이 형성되었다.

 

 

이러한 변화를 거친 한라산의 외벽은 소부악을 비교 평가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기슭 아래를 시작으로 허리를 거쳐 정상부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다소 복잡하고 거친 면들도 확인이 되었는데, 짐작건대 한차례가 아닌 몇 번의 작은 폭발이 있었을 것으로 판단이 되었다.

정상부 바로 아래의 한쪽은 거친 폭발이 이뤄지면서 생긴 흔적이 있었다. 제주에서 이른바 궤라 부르는 동굴형의 넓고 깊은 공간이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내부로 향할 수 있는 입구가 열려 있어 진입을 한 후 보다 상세히 관찰할 수가 있었다.

 

 

오래도록 세인들에게 노출을 거부하면서 지금의 모습을 간직한 소부악의 치부는 신비와 신기를 머금고 있었다. 문명의 이기를 거부하고 오랜 세월 숨은 화산체로서의 존재를 자켜온 만큼 세상에 드러내기를 거부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정상은 솟아난 봉우리를 지녀 원추형 화산체로서의 면모를 확인시켜 주었는데 사방을 빙 둘러 전망을 할 수 있는 대단한 입지였다. 남벽의 서쪽을 시작으로 방애오름과 선작지왓을 지나 붉은오름으로 이어지는 풍경은 가히 환상적이었다.

 

한편, 궤 안은 수직으로 이어지는 빈틈과 함께 내부의 공간을 통하여 바깥을 살필 수가 있었다. 구전 속의 승천문이며 통천문으로도 알려진 비밀의 통로는 부악의 외벽과 반대편 선작지왓 상부를 포함하여 또 다른 세상을 느끼게 해줬다. 자연이 빚어내고 세월이 다듬어 놓은 환경은 가히 환상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보다 확실한 근거와 현장의 환경과 입지 등을 재조사해야 하겠지만 이번 취재를 통하여 여러 면에서 화산체로서의 조건을 갖추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봉우리가 있다고 해서 다 오름이 될 수 없고 움푹 패인 공간이 있다고 해서 오름이라고 확정할 수는 없다.

오름이라 함은 우선적으로 자체 폭발이 이뤄졌는가 하는 절대 조건이고 보면 소부악의 경우 이를 입증하는데 충분한 근거를 지니고 있었다.

 

 

소부악이 오름으로 판명이 된다면 제주의 오름과 관련한 자료는 다시 정리를 하게 될 것이다. 독립형 화산체로 입증이 될 경우 제주의 수많은 오름들 중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오름은 현재 발표한 장구목이 아니라 소부악(소백봉)이 차지를 하게 되는 셈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오름은 제주의 환경자산을 대표하면서 보물과도 같은 존재이다. 그런 만큼 보존과 보호를 우선으로 하면서도 수많은 오름들에 관한 재정리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개수는 물론이고 무명의 화산체들을 파악하는 것도 이 중 하나이며 이후 식생과 생태 등과 관련하여 보전의 대책을 고민하는 것도 필요하다.

 

제주환경일보 탐방취재단은 이번에 제주도 세계유산본부 한라산국립공원의 사전 탐방취재 승인과 허락을 받아 가칭 소부악에 대한 재조명을 하게 됐다. 협조해 주신 관계기관과 담당자에게 감사를 전하는 바이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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