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문화]1000년 이상의 전통 한지제조..하효동 한지내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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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토문화]1000년 이상의 전통 한지제조..하효동 한지내콤
  • 고영철(제주문화유산답사회장)
  • 승인 2020.06.09 13: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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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어디에서 어느 정도 생산된 기록 찾아볼 수 없지만 효돈천에는 종이제조의 흔적 남아 있다.

하효동 한지내콤

 

위치 ; ①하효 체육공원 남쪽 입구, 하효동 372-2번지 지역이다.(http://hyodon.com/효돈닷컴) ②효돈천 남내소 바로 아래 지역 ③남내소 바로 아래에서부터 현재 효례교(孝禮橋) 바로 아래까지이다.
유형 ; 생산기술유적(한지를 만들었던 곳)
한지내콤시대 ; 조선~일제강점기

하효동_효돈천한지내콤

 


우리 나라의 한지 제조는 1000년 이상의 전통을 가지고 있다. 종이 품질이 뛰어나 중국과의 주요교역품이었다.

조선시대로 들어서면서 활판인쇄술이 크게 발달하여 종이 수요가 급증하게 됨에 따라 대량생산체제로 발전하게 되었다.

태종15년(1415) 중앙은 물론 전국적으로 지방공장을 세워 698명의 지장을 배치했고 이들에게는 법적인 우대와 생활보장을 받도록 하는 특전이 주어졌다.

제주도에 종이제조 기술이 도입된 것은 이와 같은 국가의 종이제조 장려 정책 아래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제주도의 어디에서 어느 정도 생산되었는지에 관한 기록은 찾아볼 수 없는데 효돈천에는 종이제조의 흔적이 남아 있다.


상하효에 사는 노인들의 기억을 종합해 보면 제주도에서의 종이제조 과정은 다음과 같다. 늦은 가을이 되면 닥나무 껍질을 채취해 큰 가마솥에 넣어 끓인 뒤 껍질을 벗겨 건조시킨다. 이것을 흑피(黑皮)라 한다.

이것을 흐르는 물이나 냇가 주변의 물 고인 바위웅덩이 속에 며칠을 담가 불리면 껍질이 연하게 된다. 이것을 발로 밟아서껍질을 손으로 떼어내거나 칼로 긁어 껍질을 벗긴 다음 며칠 동안 하천 바닥에 널어 햇볕에 말리면 표백이 된다.

이것을 백피(白皮)라고 한다. 백피를 다시 물에 담가 완전히 부풀리게 한 다음 약 10관의 백피에 물 7말과 석회와 목회 약 1말의 비율로 섞어 끓인 뒤 다시 흐르는 물에 1주일 정도 담가 씻으면 불순물이 제거된다.

이렇게 만든 펄프는 다시 햇볕에 바래서 표백(漂白)시킨다. 이것을 돌 위에 놓아 덩드렁막게로 두드려 곱게 빻은 뒤 접착제로 쓰이는 닥풀뿌리에서 뽑은 끈끈한 액체를 섞어 휘저은 다음 뜸틀발에 부어 흔들어 고루 퍼지게 한 뒤 말리면 한지가 된다.

농사를 짓지 않거나 밭이 있어도 토질이 좋지 않은 땅을 가진 사람들은 닥나무를 심어 생계를 꾸려갔는데 일반 가정에서도 틈틈이 종이를 만들어 자급자족했다고 한다. 또 효돈천을 끼고 있는 이웃마을에서도 종이를 만들었다고 한다.(2001, 효돈천 36~37쪽)


1928년 제주를 방문했던 일본인 오카무라 키구도(岡村菊堂)씨가 남긴 ‘下孝里探訪’에 이와 관련된 글로 ‘沼의 상류 근처에서는 옛날식대로 마을 사람들이 종이를 뜨고 있다.

바위가 패인 곳은 절구이다. 작은 沼는 세척장, 바위의 표면은 건조장이다.’라는 기록이 있다. 일제시대로 들어서면서 일본에서 대량생산된 신식 종이가 들어오게 되자 한지생산은 사양길에 들어서게 되었다.(2001, 효돈천 36~37쪽)


한지 제작 장소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다. 하효동 거주 현학상 씨에 따르면‘하효리에서는 하효다리 남쪽에서 주로 만들었다.’(『효돈천』36~37쪽)고 하며, 효돈초교장 강봉은씨는 마을 어른들의 말을 종합한 결과 하효다리 남쪽에서부터 남내소까지를 한지내콤이라고 하며 이 일대가 모두 작업장이었다고 하였다.(2009년 9월 5일 대화)

그러나 현재 효례교 부근은 대형 다리 건설 과정에서 내창 바닥이 파헤쳐져 옛 모습을 볼 수 없다. 이 주장이 岡村菊堂의 기록과도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


한지 제조와 관련된 지명으로는 ①용운사 200m 남쪽이며 하효동 410번지 지역을 닥굴동산이라 부르는데 닥나무를 구워 껍질을 벗겨서 한지를 만들었던 곳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②하효동 276번지를 재통이라 한다.

창호지, 한지, 토지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재료인 '모몰'(메밀) 짚의 재를 구하기 위해. '모몰'짚을 태워 재를 만들었던 곳으로 '재통'이라 부른다.(http://hyodon.com/효돈닷컴) ③하효동 191번지를 닥동산이라 하는데 이 지역에서 닥나무를 재배하였다.

④하효동 639번지 일대를 닥낭굴왓이라 한다. 닥나무를 재배하였던 곳이다. ⑤하효동 186번지를 닥통이라 한다.

한지내콤의 정확한 위치는 말하는 사람에 따라서 조금씩 다릅니다. 하효 체육공원 남쪽 입구 지역(하효동 372-2번지 일대)이며, '한지'는 넓다, '콤'은 일정한 지역을 나타내는 제주어이므로 내가 넓어서 '한지내콤'이라 부른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한지를 만들었던 곳도 하효다리 부근에서부터 북쪽으로 올라가는 여러 곳이라고 하므로 이 부근 전체를 한지내콤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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