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흰물봉선 자생하는 곳은 도로변 도랑,사라질 딱한 처지.."
상태바
"제주에서 흰물봉선 자생하는 곳은 도로변 도랑,사라질 딱한 처지.."
  • 김평일 명예기자
  • 승인 2020.06.10 07: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획연재 16)천년이상 이 땅에서 자란 식물 봉선화(봉숭아) 우리 땅에 정착한 식물로 인정하지 않는 것도 모순

 

흰물봉선은 언제 제주땅에서 사라질지 걱정이 되는 들꽃중 하나다.

 

‘터치 미 낫(Touch me not, 건드리지 마세요.)

'임페이션스(Impatience, 참지 못한다.)

’불같은 성정‘을 느낄 수 있는 말들이다.

 

가수 현철의 노래한 ’손대면 톡하고 터질 것만 같은 그대‘로 시작하는 ’봉선화 연정‘을 떠올려 보면 이 노래 제목에 나오는 봉선화(봉숭아)가 머리에 떠오른다.

’손대면 톡 하고 터질 것만 같다‘는 가사는 봉선화 열매의 특징을 잘 묘사한 말이다.

 

손대면 톡 하고 터질 것만 같은 그대

봉선화라 부르리

더 이상 참지 못할 그리움을 가슴깊이 물들이고

수줍은 너의 고백에 내 가슴이 뜨거워

터지는 화산처럼 막을 수없는 봉선화연정

손대면 톡 하고 터질 것만 같은 그대

봉선화라 부르리

더 이상 참지 못할 외로움에 젖은 가슴 태우네

울면서 혼자 울면서 사랑한다 말해도

무정한 너는 너를 알지 못하네

봉선화연정

 

봉선화(봉숭아)는 씨앗을 멀리 퍼뜨리기 위해 열매가 익으면 작은 자극에도 저절로 톡 하고 터지면서 그 탄성으로 씨앗들을 멀리 내 보낸다.

종족 번성을 위한 전략이고 방편이기도 하다.

봉선화(봉숭아)와 같은 식물들의 특징은 열매가 익으면 저절로 톡하고 터지는 성질인 ‘참을 수가 없다’라는 말로 대변할 수 있다.

봉선화(봉숭아)는 어린 시절 손톱에 물을 들이던 추억의 꽃이고 향수의 꽃이다.

 

봉선화(봉숭아)꽃을 백반과 함께 짓이겨 손톱위에 얹고 비닐이나 헝겁으로 칭칭 감고는 감은 실이 풀어질까 노심초사하며 하룻밤을 자고 나면 손톱이 예쁘게 물들었던 즐거운 추억이 있는 꽃이다.

봉선화(봉숭아)꽃으로 손톱에 물들이던 추억의 시대가 가고 현재는 미용실 수만큼 많아진 네일샵이 대세를 이루는 시대가 됐다.

그러나 손톱에 물들이던 봉선화(봉숭아)의 추억을 떠올리면서 엄마들은 자녀들의 손톱에 봉선화(봉숭아)꽃으로 물을 들이면서 자신의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서 옛 추억에 잠겨보게 하는 꽃이다.

 

일제 강점기 우리 민족의 심금을 울렸던 가곡 ‘봉선화’가 있다.

1920년에 발표된 홍난파 작곡, 김형준 작사의 ‘봉선화’는 나라를 잃은 슬픔을 노래한 시를 작곡가의 바이올린독주곡 ‘애수(哀愁)’의 선율에 맞춰서 만든 가곡이다.

 

울밑에 선 봉선화야

네 모양이 처량하다

길고 긴 날 여름철에

아름답게 꽃필 적에

어여쁘신 아가씨들

너를 반겨 놀았도다

 

일제강점기 시절 역경에 굴하지 않는 민족정신을 ‘봉선화’라는 노래를 통해서 울분을 토했고 민족의 정기를 바로 세우는데 일조를 한 노래다.

이 가곡은 1940년대 초에는 반일사상의 노래라 하여 일본제국주의자들에 의해 가창이 금지 되었으나 지금은 널리 애창되고 있고 중고등학교 음악교재에도 수록되어 있다.

봉선화(봉숭아)는 우리 꽃이 아니라고 한다.

우리나라 들판 여기저기에 피는 물봉선꽃이 토종 봉선화라고 한다.

 

봉선화(봉숭아)가 동남아, 인도, 중국이 원산인 꽃으로 우리나라에 들여온 연대는 분명하지는 않지만, 문헌에 의하면 고려시대에 봉선화(봉숭아)에 대한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볼 때 오랜 세월 우리 땅에서 우리 민족과 함께 살아온 식물임에 틀림이 없다.

봉선화(봉숭아)를 심었던 기록은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여러 문헌은 물론 많은 시와 그림에도 등장을 한다.

오래전부터 봉선화(봉숭아)를 울타리 밑이나 장독대 근처에 심었다.

봉선화(봉숭아)꽃의 붉은 꽃색이 나쁜 기운을 쫓는다고 해서 집집마다 즐겨 심었다고 한다.

봉선화(봉숭아)는 우리 생활 주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친근한 꽃이다.

길고 긴 세월 동안 우리민족과 함께 애환을 같이해온 봉선화(봉숭아)가 우리나라 자생식물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원예종인 재배식물로 분류가 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수많은 식물들이 외국에서 여러 경로로 들어와 우리 땅에 뿌리를 내린 식물들은 우리나라 자생식물로는 대접을 하지는 않으나 귀화식물로 대접을 하여 야생화 도감에도 버젓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봉선화(봉숭아)는 재배식물로 야생화도감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어서 가곡 ‘봉선화’처럼 애환에 쌓인 식물로 남아있다.

그 이유는 원산지가 인도와 동남아시아, 중국 등으로 우리나라에 자생하지 않고 사람들이 일부러 심는 식물이라는 이유에서라고 한다.

그러나 봉선화(봉숭아)는 누가 심지 않아도 지난해 터진 씨앗에서 저절로 자라는 경우가 허다하다.

다른 자생식물들도 봉선화(봉숭아)처럼 누가 심지 않아도 지난해 터진 씨앗에서 자란다.

고려시대부터 천년이상 이 땅에서 자란 식물인 봉선화(봉숭아)를 우리 땅에 정착한 식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모순일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가을이 되면 산과 들에 피는 꽃 중에서 '물매화 와 물봉선'이 먼저 생각이 난다.

 

두 식물이 모두 물과 관계가 있지만 물매화는 습지와는 관계가 없이 오름 자락에서 만날 수 있는데 비해 물봉선은 산길의 그늘진 도랑, 계곡의 습한 곳을 따라 피어난다.

물봉선은 꽃색에 따라서 피는 장소가 다르다.

육지지역의 평지에는 보라색 물봉선, 조금 높은 지대로 올라가면 노랑물봉선, 더 높은 산으로 올라가면 흰물봉선을 많이 볼 수 있는데 물봉선은 무리 지어 자라는 들꽃이다.

물봉선은 날씨가 서늘해지기 시작하는 초가을부터 피기 시작하는데 제주에서는 한겨울에도 물봉선이 피어 있는 모습을 볼 수가 있다.

물봉선은 줄기는 곧게 서고 많은 가지가 갈라지며 키가 50cm 정도 자란다.

꽃은 봉선화를 닮았지만 꽃 뒤에 달린 꿀주머니의 끝이 비녀를 꽂은 머리 모양처럼 생겼는데 단정한 모습을 하고 있다.

물봉선의 꽃색은 붉은색, 흰색, 노란색, 미색, 자주색 등으로 다양한데 꽃 색깔에 따라 물봉선, 흰물봉선, 노랑물봉선, 미색물봉선, 가야물봉선 등으로 불린다.

 

봉선화(봉숭아)는 손톱에 물을 들을 들일 수 있을 정도로 염료성분이 강한데 물봉선은 염료성분이 봉선화처럼 손톱을 물들일 만큼 강하지 않아서 손톱을 물들이지는 못한다.

물봉선은 물을 좋아해서 습지나 그늘진 숲속에서 자란다.

꽃은 위쪽은 작은 꽃잎, 아래쪽에는 큰 꽃잎의 통꽃으로 앞에서 보면 입술처럼 보이고 뒤쪽에는 깔때기 모양인 꿀주머니가 있다.

 

지난해 8월 하순경에 강원도 태백, 정선, 평창, 삼척 등지에서 들꽃 탐방을 했다.

강원도 평창에 있는 양때 목장에 갔을 때 흰물봉선과 노랑물봉선이 흐드러지게 핀 모습을 봤다.

제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봉선은 대부분 홍자색꽃이 피는 물봉선들인데 제주에선 볼 수 없는 노랑색꽃이 피는 노란물봉선이 홍자색 물봉선보다 더 많아 보였다.

육지지방에 비해서는 아주 작은 숫자이지만 제주에도 흰물봉선이 자생을 하고 있다.

제주의 흰물봉선은 자생하는 곳이 한정되어 있고 개체수도 몇 안 되어서 언제 제주에서 사라질지 걱정이 되는 들꽃중 하나이다.

 

흰물봉선이 자생하는 곳이 산지에 있는 도로변 도랑으로 도랑정리로 파헤치기라도 하게 되면 금방 사라질 수 밖에 없는 딱한 처지에 놓여 있다.

흰물봉선이 오래도록 제주땅에서 번창을 할 수 있도록 관계기관에서 특별히 보호를 해주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