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문화]근대문화유산 등록문화재 등록..건입동 사라봉갱도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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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토문화]근대문화유산 등록문화재 등록..건입동 사라봉갱도진지
  • 고영철(제주문화유산답사회장)
  • 승인 2020.07.03 0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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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봉은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의 핵심 군사시설을 방어하는 군사기지로 중요시됐다.

건입동 사라봉갱도진지
 

등록문화재(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 306호(제주 사라봉 일제동굴진지)
위치 ; 건입동 387-1. 사라봉 정상 부근
유형 ; 방어유적

 

 

근대문화유산 등록문화재로 등록된 사라봉(紗羅峰, 표고 1백48.2m) 갱도진지는 태평양전쟁(1941년 12월~1945년 8월) 말기 제주 주둔 일본군이 만든 군사시설이다.

사라봉은 왕조시대부터 요충지로 주목받았다. 제주의 관문역할을 했던 산지포구(제주항)가 있는데다 정치 행정의 중심이었던 제주목관아와 가장 인접한 곳이기 때문이다.

남쪽으로 시야를 돌리면 일본군 96사단사령부 주둔지였던 삼의양오름 일대와 96사단 예하의 294연대병력이 주둔했던 민오름 남조봉 등이 확연히 들어온다.

사라봉은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의 핵심 군사시설을 방어하는 군사기지로 중요시됐다.


조선시대 사라봉은 제주 해안에서 보내온 군사·통신 정보를 모으는 역할을 했다. 즉 제주도내 각 봉수에서 전달된 정보는 사라봉수에서 취합돼서 제주목관아에 전달되는 체제를 유지했던 것이다.

사라봉의 봉수대는 이른바 중앙의 경봉수(京烽燧, 목멱산)와 같은 기능과 역할을 했다. 경봉수는 전국의 모든 봉수에서 보고된 정보를 한 곳에 모아 전달하는 곳이다.

또한 북쪽 사면 평탄대지에는 1917년 설립된 제주도 최초의 유인등대인 산지등대가 있다. 사라봉 일대는 「말림갓」으로 보호됐던 곳이다.

'말림갓'은 조선시대부터 산의 나무나 풀 따위를 함부로 베지 못하게 단속하는 땅이나 산을 일컫는 곳을 말한다.


제주시(당시 제주읍) 일대는 알뜨르비행장이 위치한 대정읍 모슬포에 버금가는 대규모 일본군 군사시설이 만들어졌다.

즉 일본군비행장인 제주 동·서비행장과 제주 산지항 등이 위치한데다, 해안은 연합군의 유력한 상륙예상지점의 하나로 꼽히기도 했다. 결7호 작전에 따라 해안 절벽 인공동굴은 일출봉을 비롯하여 삼매봉, 송악산, 수월봉, 사라봉 등에도 파 놓았다.


이러한 중요성을 반증하듯 제주시 권에는 제58군 사령부와 제96사단 병력 1만1천명이 주둔하면서 군사시설을 구축했었다. 제주동·서비행장과 제주항은 일본군으로서는 가장 중요한 군사시설일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사라봉에 대규모 갱도를 구축하고 유사시를 대비했던 것이다. 이곳에는 제주시 산천단에 본부를 둔 96사단 예하병력이 파견됐다.


당시 일본군은 제주도내 해안과 오름 등지에 4종류의 진지를 구축했다. 복곽진지, 주저항진지, 전진거점진지, 위장진지가 그것이다. 사라봉 갱도진지는 「제58군배비개견도 제주도」에 나타난 진지유형별로는 제주시 해안 '전진거점진지'로 만들어졌다.

전진거점진지란 주저항진지에 접근하는 적의 전개방향을 틀리게 하거나 요점이 적에게 뺏기는 것을 어렵게 하는 등의 목적으로 만든 진지다.


갱도공사에는 일본군뿐 아니라 당시 제주시 동부 및 구좌·성산 지역 주민들까지 사라봉·별도봉 갱도진지 구축에 동원돼 중노동에 시달려야 했다.

당시 16세로 강제동원됐던 김용두씨(제주시 화북1동·1929년 생)는 "징용된 한국 사람들이 사라봉에서 목괭이로 굴을 팠다"며 자신도 이곳에서 흙을 날랐다고 증언했다. 김씨는 "당시 오름 정상부에 포가 설치된 것을 봤으며 사라봉에 포병부대가 주둔했었다"고 회상했다.


사라봉 갱도진지는 모두 8곳으로 이뤄졌으며, 전체 길이는 4백94m로 약 5백m에 이른다. 제주시 도심권에서 멀지 않은 곳에 대규모 군사시설이 구축돼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이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갱도진지는 입구가 정상부에 있는 「동굴진지1」로 그 길이는 2백34m에 이른다. 이 갱도진지는 오름 정상부에서 5부능선 지점까지 입구가 6곳 분포하고 있는 등 복잡한 구조를 보여준다.

오름 사면을 횡(橫)으로 뚫은 형태가 아니라 정상부에서 5부 능선 지점까지 거의 종(縱)적인 형태를 보여주고 있을 뿐 아니라 보존상태 역시 비교적 양호하다. 오름 정상부의 출입구는 북쪽 방향으로, 하단부는 한라산을 마주하는 남쪽 방향으로 나 있다.


「갱도진지6」의 경우는 입구가 2곳인 전형적인 디귿자(ㄷ)형 구조를 나타내고 있다. 길이는 약 72m로 진지1에 비해 규모는 짧지만 내부의 폭과 높이는 2m 정도로 크다. 나머지 진지는 길이가 11m에서 58m까지로 소규모이다.


사라봉 갱도진지는 양호한 상태를 유지하는 경우도 있지만 훼손 위협에 노출되어 있고 실제 훼손이 이뤄지고 있다.

이는 사라봉 동굴진지가 많은 시민과 관광객들이 즐겨찾는 곳에 위치해 있으면서도 그동안 무관심속에 방치되면서 인위적 자연적 훼손위협에 노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사라봉 갱도진지 일부는 입구에 목책시설이 돼 있다.

그러나, 외부로부터 빗물이나 토사가 밀려들면서 물길이 형성되는 등 지속적으로 훼손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또한 송이층이고 소나무 등 나무뿌리가 뻗어내리기 때문에 입구 부분은 함몰 우려가 높다. 내부에는 나뭇가지나 잡목 등이 들어차 있다.


정상부의 갱도 입구를 따라 급경사진 내부로 진입하면 폭과 높이가 겨우 1m 정도 되는 통로가 길게 이어진다. 갱도는 이어 조그만 방과 함께 폭과 높이가 2m 이상 되는 비교적 너른 지점이 나타난다.

이곳이 갱도의 중심부로 추정되는 곳으로 출입구 2곳과 연계된다. 갱도 내부 벽면에는 손으로 굴착했음을 엿볼 수 있는 곡괭이자국과 등잔홈 등이 남아있다.

진드르비행장과 별도봉, 정드르비행장에서 강제노역을 했던 김자봉씨(제주시 일도2동)는 "현재 별도봉 산책로는 갱도를 파내면서 흙이 다져져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사라봉의 갱도는 그 중요성을 감안 2006년 11월 정부에 의해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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