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감독과 기획업체는 협상 속개해야 .. 작가와도 대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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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감독과 기획업체는 협상 속개해야 .. 작가와도 대화하겠다.“
  • 고현준
  • 승인 2020.07.19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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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 4)제주비엔날레 파행, 최정주 제주도립미술관장에 듣는다

 

 

제주도립미술관(관장 최정주)이 제주비엔날레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예술감독(김인선)과 불협화음을 내며 파행을 계속 하고 있다.

비엔날레를 준비해 온 김인선 예술감독 측은 최근 “제주비엔날레 주관청인 제주도립미술관의 월권은 물론 자율성과 권한을 침해받았다”며 “비엔날레 진행체계의 기형적 구조 문제”를 제기하는 등 제주도립미술관에 대한 문제점을 낱낱이 지적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에 대해 제주도립미술관 측은 “이건 발주처로서의 엄연한 관리 차원의 문제”라며 “예술감독의 잘못이 크다“는 식의 항변을 하고 있다.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다.

예술감독 측은 지난 6월 말 ’역행하는 제주비엔날레 구조 개선과 예술인 권리보장 요구’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한 후 전국 예술인들의 서명을 받았다.

약 1주일간 진행된 전국 예술인들의 서명은 600여명에 달했고 지난 6월말 서명기한을 정했음에도 서명자는 계속 늘어 10일 현재 850여명이 이에 동조하는 서명에 나섬으로써 제주도립미술관의 부당한 처사에 대해 연일 비판하고 있다.

실제로 예술인들이 본인의 이름을 내걸고 이같은 내용에 서명을 하는 일이 극히 드물다는 점에서 이 문제는 제주비엔날레를 준비하는 제주도로서는 ‘전국적인 예술계 왕따’라는 아픈 결과로 나타나는 중이다.

본지는 성명서 발표후 김인선 예술감독과의 인터뷰를 진행한 후 제주도립미술관 측의 입장을 들었다.

마지막으로 최정주 제주도립미술관으로부터 그동안 진행돼 온 저간의 사정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본지는 그동안 제주비엔날레가 제주도민의 자랑스런 국제행사로 발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양측의 입장을 여과없이 보도했다.

문제의 해결을 위해 서로의 입장보다, 제주도와 우리나라 미술계의 발전을 위해 서로 양보할 것은 양보하고 이해할 것은 이해해 가며 발전적인 결과를 만들어줄 것을 당부하고자 한다.(편집자주)

 

기획취재 4에서는 최정주 제주도립미술관장과의 인터뷰 내용을 보도한다.

다음은 최정주 제주도립미술관장과 진행한 인터뷰 내용이다.

 

최정주 제주도립미술관장

 

- 예술감독의 주장에 대한 미술관의 입장은..

 

“우선 현 상황에 대해 말씀 드리겠습니다. 예술감독을 작년에 처음 위촉할 때 미술관의 조직과 계약구조, 과업내용 등을 모두 설명 드렸습니다. 조직위원회와 같이 인력구조가 잘 갖춰진 상태로 출발한 사업이 아닌 상황이고, 공공미술관에 속한 전시사업의 하나이기에 도의 행정절차나 규정을 준수해야 하는 논리를 분명히 전했습니다. 이때에는 본인도 다 좋다고 수용한 것인데, 지금은 전혀 다른 쪽으로 받아들이신 듯하니, 그런 부분에 대해 오해의 여지가 있는 것 같습니다. ”

 

-그렇다면 왜 이렇게 비화가 된 건지..

 

”여러 가지 원인과 결과가 있을 것입니다. 결과론적으로 지금까지의 상황을 종합해 보면 감독님은 공공기관에서 진행하는 업무 수행 과정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발주처인 미술관이 사업계획 단계부터 수행과정, 결과까지 모두 관리 감독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이를 간섭이나 월권으로 이해한 것 같습니다. 아무리 예술의 영역이라도 감독이 얘기하는 모든 것을 다 실현해야 하고, 심지어 행정 논리까지 맞춤식으로 해달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였다고 봅니다.“

 

-자문위 등 감독의 권한을 침해받았다는 주장인데..

“제주비엔날레는 20억원이 넘는 예산으로 운영됩니다. 도에서 그 정도 예산을 주기가 쉽지 않은데, 그만큼 기대가 크다는 뜻이겠지요. 그러니 어렵게 주신 세금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도록 미술관은 지방계약법상의 발주처로써 기획부터 예산사용의 내역까지 모두 들여다봐야 합니다. 저희는 이러한 관리 감독의 의무를 더 잘 수행하기 위하여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위원회를 운영하였고, 자문내용에 대해서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가급적이면 반영해서 사업을 진행하고자 하였습니다. 또한 자문위원님들도 바쁘신 중에도 제주비엔날레에 대해 애정을 가지고 꼼꼼히 봐 주셨습니다. 따라서 성명서에서의 승인의결이라는 말은 자문위의 내용과는 관계가 없는 표현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자문위원회의 요구가 아니라 발주처의 감독권한에 해당하는 내용입니다.”

 

-자문위의 역할은 무엇인지..

“자문위는 사업 내용 전반에 대해 점검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자문하는 회의체이고, 발주처는 그 내용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면, 그걸 감독과 용역업체에게 수용하도록 감독하는 것입니다. 구조가 그렇습니다. 결국 자문위가 월권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는 얘기입니다. 100% 자문을 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최종 판단과 책임은 발주처가 하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이분들은 전문가입니다. 자문위들이 문제 제기한 부분은 외부에서도 문제로 지적할 만한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자문위의 자문은 그런 외부의 지적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것이고, 또 감독은 자문위를 설득할 수 있어야 향후 외부 논리에 대응할 수가 있는 것입니다. 자문의 취지는 거기에 있습니다.”

 

-월권은 없었다는 애긴지요...

“자문위원들은 예술감독을 도와주는 분들입니다. 문제가 될 만한 것들을 미리 지적해 주는 것은 이 사업이 잘 되라고 이야기를 하는 것입니다. 이번 주제는 할망입니다. 제주도하고도 너무나 잘 맞는 주제입니다. 그런데 개발 과정에서 주제에 최적화되는 작가를 선정할 때, 예를 들어 감독이 장소대비 10명의 작가가 필요하다고 해도, 자문위원들이 봤을 때 그 중 몇 명은 주제와 동떨어지거나 염려되는 부분을 들어 지적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조사범위를 넉넉히 해야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비엔날레의 주제 ‘할망’과 관련된 작품활동을 하는 작가들이 세계적으로 50명만 되겠습니까? 이런 논의는 자문 단계에서 당연히 나올 수 있는 성격의 것입니다. 그런데 그 부분을 예술감독은 좀처럼 수용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예술감독이 잘못한 부분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하나는 감독의 권한에 대한 이해도가 달랐던 점을 들 수 있겠습니다. 감독의 고유영역은 기획 부분이 맞습니다. 그리고 관련 프로그램, 홍보 등 사업 전반을 관할해야 합니다. 그에 대해 나름 열심히 하셨다고 생각합니다만, 그 이면에는 본인이 하고자 하는 방향대로 다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에서 어긋나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작년 사업의 경우, 자문위에서 지적했듯이, 주제와 작가 조사에 대한 추가적 개발이 크게 진전되지 않은 점도 그 중 하나였습니다.

보다 결정적인 것은 지난해 12월 초에 해외작가, 한국작가, 제주작가 등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한국작가 16명의 선정 내역을 들여다보니, 본인이 운영하는 공간에서 전시했던 작가가 7명이나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되면서 매우 의아했습니다. 게다가 주제와 매칭이 안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부분을 저를 포함한 자문위에서 모두 지적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감독은 지금까지 본인과 신뢰를 쌓아왔던 작가들에게 작품 의뢰를 한 것이기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태도를 보여 더욱 놀라움을 자아냈습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발주처의 기관장으로서 ‘그럴 거면 왜 우리가 별도의 용역비를 주겠는가’라고 반박했던 것입니다. 그 상황에 의해 각각은 너무 좋은 작가들이지만, 이 주제와는 딱히 맞지 않는다는 시각으로 서너명의 작가가 제외되었던 것입니다. 감독이 자문위의 월권으로 지적했던 부분이 바로 이 내용과 관련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는 세금을 쓰는 방향에 대한 이해도와 관계된 지점입니다. 따라서 자문위에서 지적한 내용이 타당성이 없다는 등의 지적은 옳지 않습니다.

또 하나는 행정절차나 규정을 잘 수용하지 않는 업무 수행 태도에 있습니다. 우리 미술관은 예술의 자유로운 영역을 존중도 해야 하지만, 법이 정한 원칙을 준수해야 하는 행정기관입니다. 이것은 예술을 행정 논리에 우겨 넣는다는 논리가 아니라 그것을 보전하고 더 잘 발현되게 하기 위해서 하나하나의 단계를 지키고 결과를 함께 만들어간다는 논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1에서 시작해서 2로 가야 3으로 가고 결국 10까지 갈 수 있는 것인데, 1에 멈춰있기만 해서도 단계를 뛰어넘어서도 안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자문위에서 스스로 약속한 것을 지키지 않아 진척이 안되는 상황이나 작가 선정 내역을 자문위와 공유하기도 전에 해외 현지조사를 가는 것, 최근에 계약을 앞두고 협상 자체를 거부하는 태도 등이 그 예입니다. 감독은 전체 그림을 보면서 키잡이 역할을 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맘대로 항해하라는 것이 아니라 폭풍 길을 예측해서 조율도 하고, 암초를 만나면 직진이 안된다는 논리도 알아야 한다는 것이죠. 그것이 사업을 운용하는 감독의 능력 아니겠습니까. ”

 

-미술관장이 직접 성 소수자나 흑인여성 제외 문제를 언급했다는 지적인데 ..

”지난해 12월 16일은 사전용역에 대한 결과보고회였습니다. 그날 3-4시간 회의를 했는데도 작가 선정이 최종 완료되지 않아 자문위원들이 “자문위원들의 권한을 관장에게 일임을 하겠으니 관장과 감독이 남아서 우리가 지금까지 논의한 것들을 정리”하도록 권유했습니다. 회의시 자문위원들은 ‘주제인 할망은 메이저한 의미인데, 작가 매칭이 너무 거리가 멀거나 혹은 마이너한 작가나 작품이 선정된 것은 아닌가’ 등으로 언급했었습니다.

말하자면 작가나 작품 선정 영역이 어떤 건 폭이 너무 좁고 어떤 건 너무 넓어서 주제와의 적합성이 떨어진다고 의문을 제기한 것입니다. 그러한 부분을 환기하면서 논의하는 와중에 자문위원회에서 나온 내용대로 “흑인 여성이나 성소수자까지 갖고 오는 건 너무 넓다”고 전했고, 이에 대해서는 저도 동의한다고 했던 부분입니다. 이것을 앞뒤 정황 없이 마치 관장이 성소수자나 흑인, 여성에 대해 차별적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식으로 왜곡해서 발언한 것은 도가 지나친 표현이라고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

 

-준비하는 3개월 동안 인건비 문제는 왜 처리가 안된 것인지..

“작년 12월 말에 1차 용역이 끝났습니다. 저희는 이걸 준비용역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용역은 결과보고서가 나오고 나서도 컨텐츠의 성격상 보완을 할 수 있습니다. 업무 내역으로 주장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세부 관련 서류를 보내오지 않아서 향후 더 검토가 필요하겠지만, 만약 그러한 용역보완의 일이었다면 인건비를 100% 달라는 것이 상식에 맞는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개입찰로 선정된 1순위 업체에 ‘감독팀이 공백기에 업무 연속선상의 일을 했다고 하니 이를 검토해 주면 어떻겠느냐’고 하니, 업체는 고민 끝에 ‘이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계약을 위한 협상 과정에서 감독이 자의적인 해석을 통해 갑자기 협상을 중단하면서 일이 비화된 것입니다.”

 

-무슨 말씀이신지..

“성명서 발표 등 외부에서 문제화하기 전에 이미 그런 협의 과정이 있었다는 것을 말씀드린 것입니다. 그러나 그 이후 감독이 갑자기 협상 중단을 선언하고 내용증명, 감사위 등을 통해 ‘임금을 지급해 달라’고 주장했던 것입니다. 그에 대해 저희도 변호사와 노무사에 알아보니 변호사는 ‘계약관계가 아직 성립이 안돼서 일을 했다고 볼 수가 없다. 따라서 감독이 발주처에 돈을 달라고 요구할 권한이 없다’는 조언이었습니다. 그러나 노무사는 개인의 권한을 중시한다는 취지에서 줄 수도 있다는 의견을 주었습니다. 따라서 용역계약이 아직 성립이 안되었기 때문에 1월-3월까지 일한 것에 대해서는 아직 시비의 여지가 있다는 얘기입니다.”

 

-감독측은 기획회의 등 일을 했다는 주장인데

“1월과 2월에는 자문회의를 하긴 했습니다. 그 부분은 당연히 따져서 드릴 것입니다. 업체에서도 서로간에 선의를 가지고 시작하기 위해 1월부터 3월까지의 인건비를 모두 지불하려고 했던 것이구요. 그리고 업무공백이라는 것은 회계연도의 구분 때문에 생긴 것입니다만, 예술감독이 자기의 업무를 잘 수행하기 위해서는 이미 섭외시에 미리 얘기해주었으니, 어느 정도는 이것까지도 감안하고 업무 흐름을 조율했어야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봅니다.

미술관은 업체와 턴키로 계약하고 나서 업체와 예술감독간에 계약하는 구조입니다. 그리고 업체는 미술관과 계약을 하려면 감독이 제시한 예산 안배 구조를 미리 자세히 들여다봐야 합니다. 작가에게 들어가는 비용부터 홍보비 등, 모든 항목에 대해 금액과 비율을 확인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필요한 서류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작가들이 이 전시에 참여하겠다고 동의하고 사인한 출품수락서, 작가 신작제작비의 산출근거 등의 서류는 반드시 필요하죠. 협의시 이러한 서류를 감독측에서 가져와서 그 타당성을 서로 논의하는 과정이 있어야 합니다.“

 

-협의가 안됐다는 얘긴가요..?

“정확히는 협의가 멈춰버린 것입니다. 미술관과 업체는 전체 대면 협의 전부터 준비 서류를 가져오라고 미리 여러 차례 얘기했습니다만, 감독이 정작 회의 당일에는 관련 서류를 준비해 오지 않았고, 심지어 작가 초대를 요청하는 서류 형식 외에 출품수락서에 사인을 받은 서류는 없다고 했습니다. 작가와의 계약이야 턴키 계약 후에 업체에서 할 일입니다만, ‘귀하를 초대하겠습니다’라는 서류 형식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네, 초대에 응하겠습니다’라고 한 서류들이 있어야 하는 것이지요.

이런 서류가 구비되지 않는다면 작가가 중간에 하지 못하겠다고 하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그 서류는 당연히 필수적으로 가져왔어야 했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상식인 것입니다. 그리고 작가가 얼마를 달라고 했을 때 감독은 그 근거가 무엇이고 서로 간에 어떤 범위까지 논의했는지 명확히 설명할 수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감독이 무조건 작가에게 얼마를 주어야 한다고 해서 업체가 확인도 안하고 다 줄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이러한 세부적인 일들에 불만이 있다면 당당히 오셔서 본인의 의사를 전달하고 협상을 통해 수정 보완하고 조율하면 되는 것입니다. 협상하다가 뜻대로 안된다고 나타나지도 않고, 다른 곳에서 본인의 논리로만 주장하시는 것은 감독으로서 책임감 있는 태도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지금이라도 순리대로, 논리대로 일을 해야 합니다.”

 

-기획사의 손해배상 등 불공정 계약에 대해서도 지적했는데..

“그건 제가 기획사와 예술감독 둘 다에게 하나하나 따져 물으라고 했던 부분입니다. 이건 양자가 반드시 동의해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감독이 ‘부당하다’는 얘기를 해서 ‘부당하면 얘기해서 조율하시라’고 했습니다. 지난 3월 회의시 감독이 ‘이것은 너무하다’며 몇 가지 불만을 제기한 부분이 있었고, 미술관은 이를 업체에게 보완 요청해서, 계약서 수정 내역을 감독측에 보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감독은 회의 당일, ‘다음날 와서 이야기를 이어가겠다’고 해놓고 돌연 나타나지 않은 채 메일로 ‘변호사를 선임했으니 앞으로는 변호사와 얘기하라’고 통보해왔습니다. 그리고는 협의를 계속해달라는 미술관의 전화나 이메일에 답신도 없는 그런 상태가 되었던 겁니다.”

 

-기획사는 꼭 필요한 구조인가요..?

“당연히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용역이라는 부분은 사실은 제주도의 사정입니다. 미술관 안에 소속된 프로젝트로서의 비엔날레지만 일할 인력이 없습니다. 제가 왔을 때 비엔날레 인력은 아예 한사람도 없었습니다. 도에서 작년 5월에 조례가 만들어져서 8월에 학예사 한명을 배치시켜 줬습니다. 그런데 중간에 휴직을 해서 다시 공백이 생겼다가 12월에 충원이 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사업을 수행하려면 용역으로 가야 하는 것입니다. 용역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다 일장일단이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계약의 구조는 지역마다 사정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우리의 사정을 다 알고 있었으면서, 그때(작년)는 되고 지금(올해)은 안되는 식의 논리는 맞지 않지요.”

 

-기획사와 예술감독은 서로 대화가 안되는 것 같은데 관장이 조율에 나서면 안됐는지..

“물론 그럴 수는 있습니다. 그러려면 서로가 소통에 대한 의지가 있어야 하는데, 한쪽이 나타나질 않으니 어쩔 도리가 없었던 것도 있었습니다. 그런데다가 지금은 본인이 감사위에 민원성 문제 제기를 하면서 행정질의를 해버렸기 때문에 현재는 미술관의 행동의 폭이 제한적인 상황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들과도 아직 직접 만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희도 답답합니다. 작가들은 감독 얘기만 들었고, 저희 얘기는 공문으로 몇 차례 전해드린 내용 외에는 자세한 정황을 직접 듣지 않았기 때문에 당연히 염려와 걱정이 많으실 것입니다. 성명서도 그러한 이유에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러나 이 성명서의 내용은 팩트에서 너무 벗어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 내용이 사실이라면 작가들도 비분강개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순수한 심상을 가진 작가들의 행동 양상은 어느 정도 이해도 됩니다. ”

 

-예술감독의 자율권 침해라는 주장인데..실제로 기획 등 전권을 주는 방법은 없는 것인지..

“미술관 입장에서 감독의 컨텐츠 개발 자율권은 100% 드렸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감독은 자문위에서 자문한 내용을 말 그대로 ‘자문’으로 여겨서 자문 내용을 거의 수용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를 거꾸로 말하자면 감독의 자율적 의지가 100% 가까이 존중되었다는 뜻이겠지요.

그 외에도 발주처는 감독을 위한 행정적 수반 범위에 대해서도 반드시 관리 감독해야 한다고 봅니다. 민간 활동을 주로 하는 기획자의 경우라면 공공기관의 허용 범위나 행정 논리에 취약한 점이 있어서 발주처는 이에 대한 부분도 함께 의논하고 들여다봐야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김 감독을 섭외한 후에 초기에는 염려스러운 점이 있었습니다. 9월부터 12월까지 용역 수행을 해야 하니 시간이 없어 걱정하던 차였습니다. 그런데 주제 개발에 총력을 기울여야하는 기간임에도 홍보에 먼저 치중하시며 서울에 있는 갤러리 몇 군데를 프로그램에 함께 넣어서 작가 홍보를 하고 싶다고 하더군요.

제주도 갤러리도 아니고 또 공공기관 행사인데 몇몇 갤러리만 참여시키는 것이 추후에라도 문제시 될 여지가 있어서, ‘그것은 공공기관에서 하기는 어려운 구조’임을 설명 드렸는데 그 후에도 이를 지속적으로 요청하셨던 적이 있습니다.

의욕은 좋았습니다만, 공공기관의 구조적 한계에 대한 이해가 안되셨던 것 같습니다. 또 해외 조사차 출장을 갈 때도, 적용할 수 없는 범위의 도지사급 항공료를 여러 차례 요구하는 등 행정 논리에 맞지 않는 요청들이 있었습니다. 이런 점들 때문에라도 기획 범위 외의 행정적인 서포트에 대해서도 무조건적인 자율권을 부여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자문위원 3명이 바뀌었다는데..

”안타깝게도 자문위원들 중 세분이 작년에 ‘감독에게 아무리 얘기를 해도 발전이 없다’고 지적하시면서 중도에 그만 두셨습니다. 감독의 감독직 수행 태도에 대해 걱정이 있으셨던 것입니다. 감독은 자문위원들이 지목하는 부분에 대해 자기주장을 설득력 있게 해서 자문위의 지적을 자신의 논리에 맞게 돌려놓던지, 아니면 자문위가 더 잘되도록 제시한 내용들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서 자기화하는 태도가 있었어야 했다고 봅니다. 그런데 설득도 안 되면서 끝까지 원안만을 고집을 하니 자문위원들이 스스로 포기하고 나가신 겁니다. 그러나 전⦁현직 자문위원들은 제주비엔날레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시고, 이 지난한 과정을 함께 극복하기 위해 지금도 노력해주시고 있어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입니다. “

 

-막말 고성 등 업체가 갑질했다는 부분은..

”먼저 이에 대해 저희가 변호사에게 질의를 해서 얻은 결과를 말씀 드리겠습니다. “협상은 얼마든지 여러 차례 할 수 있고, 내용 또한 이보다 심한 경우도 있을 수 있다. 협상하는 과정에서 감독이 기분이 나쁠 수는 있지만 갑질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습니다. 심지어 자문위원회에서는 업체가 이렇게 따져 물은 것은 업무를 인계 받는 입장에서 일을 더 잘하려고 꼼꼼히 챙겨본 것이지 갑질로 보기 어렵다고도 했습니다. 감독이 막말처럼 받아들였는지는 모르겠으나, 실제로 고성이 오간 것은 제가 알기로 없었습니다. “

 

-앞으로 이 문제 해결을 어떻게 할 계획이신지..

”감독과 업체는 협상 속개가 우선이니 이에 대해 노력할 것입니다. 그리고 작가와도 대화할 것입니다. 최근 작가들의 행동에 대해서는 말씀드렸다시피 이해는 합니다. 그러나 참여작가 70명 중 12명이 참여한 부분에 대해서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감독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제주작가 대부분이 성명서에 참여하지 않은 것은 무슨 뜻일까요. 감독의 행동이 적절하다고 생각했다면 아마 모두가 참여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코로나19라는 이 전대미문의 상황에서 감독으로서 비엔날레 행사를 진정으로 걱정하고 책임감을 느꼈다면, 작가들이 나서기 전에 그들의 어려움을 다독이고, 미술관과 함께 소통하면서 이 문제를 차분히 해결해 나가려는 의지를 보였어야 했다고 봅니다. 이에 대해서는 발주처 기관장으로서 유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지나간 일은 묻지 않고자 합니다. 미술관은 공공기관으로서 수용할 수 있는 법리에 따라 감독이나 작가와의 소통의 문을 계속 열어 둘 것입니다. “

 

-제주비엔날레는 제대로 열리는지..

”저희들은 당연히 비엔날레가 제대로 열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지사님께서 2021년 5월경 개최한다는 정책결정을 내려주셨고, 미술관은 이를 철저히 수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나갈 것입니다. 또한 이를 위해서는 도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제주비엔날레는 왜 필요한 것인지..

”제주미술계의 발전을 위해서는 제주비엔날레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주비엔날레는 국제행사입니다. 제주도는 문화예술섬, 국제도시라는 타이틀이 있는 도시입니다. 그런 점에서 당연히 국제 행사는 있어야 합니다. 아직은 인력이나 구조적인 면에서 100% 안정화되지는 않았지만, 이러한 과도기적인 시행착오는 어느 행사에나 있는 일입니다.

제주비엔날레는 이제 겨우 2회째입니다. 그동안 조례를 만들었고, 한명이지만 담당 인력도 확보하고, 2019년에는 4억, 2020년에는 19억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지원받으며 여기까지 왔습니다. 징검다리를 하나하나 놓는 심정으로 온 것입니다. 지금의 소요는 지나가는 일이 될 것입니다. 이러한 성장통으로 제주비엔날레는 더욱 단단하게 성장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

 

-남은 과제는..

”미술관은 7~8월 경 향후 행보를 정해 나갈 것입니다. 다만, 감독이 더 이상 서로의 신뢰를 깨는 행동을 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리고 도민 여러분과 도정, 그리고 미술계에, 의도치 않게 발생된 불필요한 상황으로 염려를 끼치게 된 점에 대해 기관장으로서 송구한 마음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잡음을 반면교사 삼아 더욱 건강한 제주비엔날레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그렇기에 제주비엔날레는 분명히 성공적으로 개최될 것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이러한 시비가 발생되지 않도록 크고 작은 문제들을 걷어내고, 내부 정돈을 잘 해서 행사를 성공리에 이끌 것이며 합리적인 구조개선에도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많은 분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을 부탁드리겠습니다. “

-장시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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