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문화]색깔이 검은 그릇을 구워내는..저지리 명리동검은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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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토문화]색깔이 검은 그릇을 구워내는..저지리 명리동검은굴
  • 고영철(제주문화유산답사회장)
  • 승인 2020.07.24 07: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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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아리, 허벅, 고소리, 술병 등 실생활용기를 구었던 옹기가마를 ‘노랑굴’과 ‘검은굴’이라 했다.

저지리 명리동검은굴


위치 ; 한경면 저지리 3195번지.
시대 ; 조선
유형 ; 가마

 

 


명리동(명이동) 알동네 버스정류소에서 연명로552번지로 들어가면 오른쪽에 550-4번지(올레에 폭낭 2개를 심은 집)와 왼쪽에 작은 물통을 지나서 벤치가 있는 공터에서 맞은편 밭으로 들어가서 두 번째 오른쪽 소나무밭(저지리 3195번지) 안에 있다.


흙 제품을 구워냈던 가마를 제주도에서는 ‘굴’이라 불렀다. 기와를 구웠던 기와가마를 ‘기와굴’ 혹은 ‘왯굴’이라 했으며, 항아리, 허벅, 고소리, 술병 등 실생활용기를 구었던 옹기가마를 ‘노랑굴’과 ‘검은굴’이라 했다.

노랑굴은 제주도 사람들의 일상 생활에서 사용되는 그릇들(항아리, 허벅, 병 등)을 구워 냈던 가마를 말한다.


그릇의 태토와 소성시 자연유의 빛깔에 의해서 그릇 표면에 노란색을 많이 나타낸다. 그래서 여기에서 구워진 그릇들은 ‘노란색을 띤다’ 하여 노랑굴이라 불렀다.

노랑굴은 소성 목적에 따라 구분하면 옹기 가마이고, 가마의 형태에 따르면 환요, 그리고 가마의 구조로 나누면 반연속 가마이다.

노랑굴은 통가마로서 서양에서는 튜브 킬른, 일본은 아나가마, 우리나라에서는 옹기가마, 용가마, 대포가마 등으로 불린다.


검은굴은 색깔이 검은 그릇을 구워내는 것인데 굴의 길이가 짧고 옆 구멍(문)이 없으며 내부 앞에서 뒤까지 다른 시설물이 없다.

내부 벽은 사다리꼴처럼 위로 좁아지며 천정은 둥그스름하다. 천장은 허물어지지 않도록 돌 사이에 잔돌을 끼워 넣는다.

뒷문은 굴뚝의 기능도 한다. 기물재임은 앞에서부터 하여 뒤로 쌓고 뒷문으로 나온다. 불 때는 시간이 1박2일(12시간 정도)이다. 800℃ 정도에서 구워지다가 산화되는 과정에서 연기에 의하여 검은 색을 띠게 되는데 이는 연기 먹이기 방식을 썼기 때문이다.

연기 먹이기란 일단 불이 적당히 일어나면 앞 뒤 구멍을 모두 차단하여 그릇에 연기가 스며들게 하는 방식이다.


명리동 가마는 곶자왈을 기대고 나지막한 경사지대에 들어서 있고, 대토는 산양리 ‘조록물’에 가서 소의 등에 실어 운반해 왔었다고 한다.

가마 입구에는 담을 둘러 지붕을 만들고 그곳에서 땔감도 때고, 작업도 했었다고 한다. 옹기 작업을 위해 남서측면에 물통을 팠는데 ‘새물통’이라 부르고, 정낭을 걸쳐 우마 출입을 제한했다.


명리동 주민 이국진(71)씨에 의하면 구억리 출신 김창윤씨(이씨의 고모부)가 굴을 박았고 수십년전까지만 해도 가마를 관리 했다고 하며, 이씨가 마을이나 시에 복원의 필요성을 건의를 했는데 아직까지 실천이 되지 않고 있으며, 세월이 흘러가는 와중에 소나무 뿌리로 인해 점점 무너지고 있다고 하면서 안타까워했다.(2010년 2월 7일 면담)


처음 답사 때는 빽빽하게 자란 잡목에 가려서 가마의 전체적인 모습을 거의 볼 수 없었는데 아직도 큰 소나무와 어린 쥐똥나무 등이 자라고 있기는 하지만 이번에는 잡목이 대부분 벌목되어서 윗부분까지도 올라가 볼 수 있었다.


가마의 길이는 약 10m, 측면 돌벽의 높이는 약 1.2m, 폭은 약 6m이다. 화구는 형태가 남아 있지 않았다. 뒷문은 어귓돌이 좌우 3단씩 남아 있으나 윗부분은 무너졌고 그 사이에 다른 잡석으로 채워 쌓아 막았다. 굴 천정은 앞에서 뒤까지 모두 무너졌고 가마의 내부에도 작은 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가마에 뒷문이 있는 점, 가마의 길이가 짧은 점, 화구 쪽에 불벽이 없는 점, 옆문이 없는 점 등을 보아서는 구억리 검은굴의 모습과 같다고 할 수 있는데, 임영훈씨가 만난 지역 주민의 말로는 노랑굴이었다고 한다.

실제 주변에 있는 파편들도 검은그릇 파편도 있고 노랑 그릇 파편도 있다. 그렇다면 검은굴과 같은 형태의 가마에서도 온도를 충분히 올릴 수 있었고 검은 그릇과 노랑 그릇을 다 만들었다는 뜻이 된다.
《작성 100222, 보완 14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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