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성 오염 건축물, ‘물처럼 뿌리고 씻어’ 제염
상태바
방사성 오염 건축물, ‘물처럼 뿌리고 씻어’ 제염
  • 고현준
  • 승인 2020.09.16 16: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원자력연, 양희만 박사 하이드로겔 기반 표면제염코팅제 개발 성공..미국 특허 등록 심사
(왼쪽) 상용분사 장비를 이용하여 시멘트 표면에 프러시안블루 흡착제를 포함한 하이드로겔 제염코팅제를 분사하고 있는 사진, (오른쪽) 세척수로 하이드로겔 제염 코팅제를 제거하고 있는 사진

 

 

양희만 박사

 

방사성으로 오염된 건축물을 ‘물처럼 뿌리고 씻어’ 제염하는 신기술이 국내에서 개발됐다.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장 박원석)은 17일 양희만 박사가 방사성으로 오염된 표면에 액체 분사 방법으로 세슘을 쉽고 빠르게 제거할 수 있는 ‘하이드로겔(hydrogel) 기반의 표면제염 코팅제’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세슘은 원자력 사고 시 누출되는 대표적 방사성 물질로 장기간 방사능 오염(세슘-137, 반감기 30년)을 일으키기 때문에 빠른 제염 작업을 통해 제거가 필요하다.

하이드로겔(hydrogel)은 수분을 많이 흡수할 수 있는 고분자 물질로 젤리와 같은 형상을 지닌다.

점착형 하이드로겔 기반 코팅제의 표면오염 제염 과정 개념도

 

연구원은 현재의 제염 기술은 건물 표면에 제염 코팅제를 도포한 이후 직접 벗겨내거나 표면 자체를 깎아야하기 때문에 대단위 면적에 신속한 작업이 어렵고 대량의 방사성폐기물이 발생하는 문제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표면제염 코팅제를 액체 형태로 뿌려서 신속하게 도포할 수 있으며, 세슘을 흡수하고 굳은 코팅제를 물로 쉽게 제거할 수 있어 방사성폐기물 발생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

‘하이드로겔 기반 표면제염코팅제’는 친환경 고분자 화합물, 가교제를 첨가한 특수용액과 기존 세슘 흡착제를 혼합해 만들었다.

고분자 화합물은 분자량이 1만 이상으로 큰 분자 화합물로, 슬라임(통칭 액체괴물) 장난감에도 사용하는 물질로 독성이 없고 자연분해되어 안전성을 더욱 강화하며 가교제(Cross-Linker)란 하나의 고분자 사슬을 다른 고분자 사슬에 연결시켜주는 유기화합물을 말한다.

따라서 오염표면에 특수용액과 세슘 흡착제를 분사하면 하이드로겔 형태의 코팅제가 만들어지며, 세슘은 특수용액 속의 암모늄, 나트륨과 이온 교환되어 표면에서 제거되고 세슘 흡착제에 달라붙는다는 것이다.

이온 교환은 어떤 물질이 전해질 수용액과 접촉할 때 그 물질 중의 이온이 방출되고 대신 용액 중의 이온이 물질에 흡착하는 현상을 말한다.

원자력연구원이 개발에 성공한 새로운 하이드로겔 기반 표면제염코팅제

 

특히 특수 장비 없이 일반적인 액체 분사장치로 분사·도포할 수 있어 광역 오염 지역에서도 쉽고 빠르게(분당 1.25㎡ 속도)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현재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는 박리형 표면제염코팅제보다 2배 이상 우수한 제염 성능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멘트와 같은 다공성 표면에서도 57% 이상의 세슘을 제거하는 기술이다.

특히, 물 세척만으로 표면제염 코팅제의 특수 용액과 세슘 흡착제를 분리시키는데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이에 세슘 흡착제는 여과나 자석으로 선별 분리하여 방사성 폐기물로 처분하고, 나머지 용액은 일반 폐수로 처리 가능하기 때문에 방사성폐기물의 발생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또한 세슘 흡착제 대신 다른 핵종별 흡착제를 사용하면 세슘 외 다양한 방사성 핵종을 제거할 수도 있다.

<그림 1, 2를 합친 그림> 점착형 하이드로겔 기반 코팅제의 표면오염 제염 과정

 

한편 이번 연구는 과기정통부 ‘원자력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았고, 국내(’20.2)와 일본(’20.7)에 특허 등록을 마치고, 미국에서도 특허 등록을 심사 중에 있다.

연구를 이끈 양희만 박사는 “이번 연구결과는 방사능 물질이 누출되는 사고 시에도 오염된 건물의 제염을 신속하고 광범위하게 할 수 있는 원천 기술을 개발한 것”이라며, “액체나 물로 쉽게 다루고, 방사성폐기물 발생량을 줄여서 현장 활용성을 높인 만큼 실제 오염 현장에 투입하는 것을 목표로 기술 이전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한 연구결과는 화학공학 분야의 세계적인 학술지인 ‘케미컬 엔지니어링 저널(Chemical Engineering Journal, ’20.7)’에 게재됐다.

 

 

연 구 결 과 개 요

□ 연구배경

방사성 실험실이나 원자력시설의 경우 건물 내 콘크리트와 같은 다공성 구조물은 소수성1)의 내방사성 에폭시 방호도장재로 코팅되어 있다. 이에 극미량의 친수성2) 방사성 핵종 이온이 건물 내부 표면으로 누출되어도 표면에 강하게 흡착되지 않고 계면활성제 등으로 구성된 제염용액이나, strippable coating3)과 같은 표면제염코팅제로 쉽게 표면으로부터 제거가 가능하다.

하지만, 원전사고(1986년 체르노빌, 2011년 후쿠시마)와 같이 원자력 시설 외부로 누출된 방사성 핵종은 일반 도시건축물의 다공성 표면에 침투하여 기존 제염기술로는 제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다공성 건축물 표면 내 방사성 오염원을 효과적으로 제거하고 대면적의 오염지역을 신속하게 제염하면서도 방사성 폐기물의 발생량이 적은 새로운 표면제염기술이 필요하다.

최근 도시 지역 내 핵테러 대응을 위한 미국 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EPA) 기술보고서에 따르면, 기존 표면제염기술을 이용한 콘크리트 등의 다공성 오염 표면에 대한 방사성 세슘 제염 효율 평가 결과, 제염용액과 표면제염코팅제 모두 각각 대량의 2차 방사성 폐액 혹은 방사성 폐기물4)이 발생하였다. 특히 제염코팅제의 경우, 제염 후 다공성 표면에 코팅제 잔존물이 남아 있는 문제점을 지적하였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양희만 박사(앞 오른쪽) 연구팀

 

□ 연구내용

한국원자력연구원 연구팀은 다공성 오염표면 구멍 속으로 침투한 방사성 세슘을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제거하기 위해 붕소 에스테르 결합(Boronic ester bond)5)을 가진 하이드로겔(Hydrogel) 내부에 방사성 핵종 이온 교환 용액 및 방사성 세슘 흡착제를 포함하는 표면제염코팅제를 개발하였다. 하이드로겔의 3차원 그물망 구조를 이루는 붕소 에스테르 결합은 가교결합 형성 속도가 빠르고 한계량 이상의 물을 함유할 때는 가교결합이 쉽게 붕괴되는 가역적인 특성을 가진다.

즉, 이온교환제와 보레이트 화합물을 제 1 용액으로, 흡착제와 디올 기능기를 가진 고분자 용액을 제 2 용액으로 나누어 상기 두 용액을 동시에 분사하면, 방사성 오염표면에서 두 용액이 만나 고점도를 가진 하이드로겔을 스스로 형성하여 오염표면에 제염코팅층이 형성된다. 그리고 간단히 세척수를 분사하면, 하이드로겔의 가교결합이 붕괴되기 때문에 쉽게 제염코팅층을 제거할 수 있다.

상기 하이드로겔 기반 제염코팅제의 방사성 세슘 제거 과정은 다음과 같다. 하이드로겔 내 이온 교환 용액으로 암모늄 이온(NH4+) 혹은 나트륨 이온(Na+)은 표면에 흡착된 방사성 세슘 이온(Cs+)과의 이온교환반응6)에 의해 표면으로부터 방사성 세슘을 탈착시킨다. 탈착된 방사성 세슘 이온은 흡수성이 있는 하이드로겔에 의해 코팅제 외부로 누출되지 않으며, 하이드로겔 내부에 있는 방사성 세슘 흡착제에 의해 흡착되어 제거된다.

탈착된 방사성 세슘은 암모늄 이온, 나트륨 이온에 비해 매우 적은 농도이기 때문에 방사성 세슘에 대한 분배계수7)가 매우 뛰어난 황-제올라이트, 프루시안 블루 흡착제를 사용하여 표면으로부터 탈착된 방사성 세슘의 99% 이상이 흡착제로 포집되는 것을 확인하였다.

사용되는 흡착제의 종류에 따라 여과, 자성분리를 통해 사용 후 코팅제로부터 방사성 핵종을 흡착하고 있는 흡착제만을 선별적으로 회수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흡착제는 방사성 폐기물로 처리하고 하이드로겔은 일반 폐기물로 처리가 가능하기 때문에 방사성 폐기물 처리 비용을 현저히 저감할 수 있다.

□ 기대효과

코팅제 내 구성소재로 방사성 세슘 제거용 흡착제 외 다양한 흡착제를 사용하면 세슘 외 다양한 방사성 핵종뿐 아니라 유/무기 오염원을 제거할 수 있어 국내 원자력 시설의 운영 중 오염상황에 대응 기술로 직접 활용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향후 국내 원전해체 분야에 다양한 방사성 표면 오염원을 제거하기 위한 원천기술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