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사구 마구잡이식 개발로 해수욕장 기능상실..보전대책 수립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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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사구 마구잡이식 개발로 해수욕장 기능상실..보전대책 수립해야“
  • 김태홍
  • 승인 2020.10.21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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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환경운동연합, 해안사구 중간 조사 결과 발표

해안사구 보전조례를 제정하거나 기존 조례의 개정을 통해서 해안사구를 보전할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제주도의 해안사구는 국내의 해안사구와는 생성배경부터 생태환경과 경관, 지질적 특징도 다른 독특한 사구이다. 그것은 제주도가 화산섬이기 때문이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21일 논평을 통해 “올해 중점사업으로 해안사구 보전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며 “현재까지 조사 결과 제주도의 해안사구는 우리가 생각하던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환경부는 전국적으로 189개의 해안사구를 목록화해 5년마다 정기적으로 조사를 하고 있다”며 “제주도의 경우 14개의 해안사구 지점으로 분류하고 있다”고 말했다.

논평은 “제주환경운동연합의 조사결과 해안사구는 더 많이 존재하고 있었다”며 “서부 대정지역의 경우 환경부는 하모리 사구와 사계 사구만을 목록에 넣었지만, 안덕면 사계리에 있는 황우치 해변과 설쿰바당 해안사구도 큰 규모로 존재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동부지역인 월정 해안사구의 일부였지만 개발 때문에 단절된 섬 형태를 보이는 구좌읍 한동리 단지모살 사구가 엄연히 존재하고 있지만, 목록에서 빠뜨렸다”며 “구좌읍 세화리도 해녀박물관을 중심으로 마을 안에 큰 사구가 곳곳에 남아있지만, 이곳들도 사구에서 제외, 섬 지역인 우도도 하고수동 배후에 해안사구가 형성되어 있지만, 이 또한 목록에는 없다”고 말했다.

또한, “제주도의 해안사구 훼손율을 82.4% 이상이라고 했는데 이는 좀 더 명확한 판단이 필요하다”며 “물론 이것은 제주도 해안사구 훼손의 심각성을 알리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일정 부분 훼손된 사구 대부분을 사구로 인정하지 않게 됨으로써 사구 관리대상에서 빠지게 되고 결국 개발될 가능성을 높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논평은 “월정 해안사구의 경우에 개발로 인해 상당 부분 훼손된 상태이지만 내륙 쪽으로 길게 뻗어 있다가 섬처럼 남은 연대봉 사구(행원리)와 단지모살 사구(한동리)가 큰 규모로 남아있었다”며 “하지만 이를 월정 사구로 포함하지 않고 사구가 훼손되어 사라진 것으로 단정 지어 버려, 그 결과 월정 해안사구의 현재 범위를 월정해수욕장 배후지대 일부로만 한정시키는 결과를 낳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사구였던 김녕 해안사구나 다른 해안사구도 마찬가지이다. 일정 부분 사구 훼손이 진행된 곳이라 하더라도 사구가 남아있는 곳들은 해안사구 목록에 포함해 관리하고 정기적으로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내 해수욕장의 모래유실 원인으로는 크게 두 가지로 추정하고 있다”며 “하나는 항만개발, 방파제 축조로 해류 흐름이 바뀌어 버리면서 모래유실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해수욕장(사빈)의 모래를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 해안사구가 개발되면서 새로운 모래유입이 안 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김녕해수욕장, 곽지 해수욕장, 월정해수욕장 등이 해안사구 파괴로 인해 해수욕장 기능상실이 더 심각해지고 있는 곳들이다”라고 말했다.

논평은 “월정 해안사구는 지난 10년간 상업시설이 크게 확장되면서 해안사구가 단기간에 상당히 많이 파괴된 해안사구 중 하나였다”며 “1차 사구는 이미 상업시설이 잠식했고 2차 사구 지역도 대규모로 개발이 진행 중이다. 그러다 보니 월정해수욕장도 모래유실이 되면서 모래 속에 있던 빌레(넓은 암반)가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섭지코지 해안사구를 조사해본 결과, 섭지코지 자체가 붉은오름과 해안사구의 결합체였다”며 “하지만 성산포 해양관광 단지 사업이 진행되면서 섭지코지 해안사구 일부에 호텔 등 대형관광지가 들어서 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도내에서도 보기 드물게 2차 해안사구가 발달한 곳이 섭지코지인데 이 지역은 휘닉스아일랜드의 뒷마당처럼 사용되고 있었다. 사실상 해안사구가 사유화된 것이나 다름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제주도 서부지역의 송악산은 4,000년도 채 안 된 젊은 화산체이다. 이 송악산이 분출하면서 나온 화산재가 바다에 쌓여서 만들어진 지층을 하모리층이라고 한다”며 “선사시대 사람 발자국이 발견된 중요한 지질층이고 지질학적으로도, 경관적으로도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하모리층은 송악산을 중심으로 동서쪽 해변으로 10km 이상 퍼져있다”고 말했다.

논평은 “이곳 해변은 하모리층 위에 해안사구가 형성된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며 “하지만 현재 이곳 해안사구도 해안도로, 각종 건축물, 항만개발로 훼손이 많이 된 상태이다. 하모리층이 분포해있는 황우치 해변의 사구도 화순항 개발사업으로 상당량의 모래가 유실되었고 이를 개선하려고 170억 원 이상의 공사비를 들여 수중 시설물(잠제)과 양빈사업을 했지만, 상황은 더 심각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성산일출봉은 5,000년 정도밖에 안 된 아주 젊은 화산체이다. 성산일출봉에서 나온 화산재가 바다에 쌓여 만들어진 지층이 신양리층인데 경관적으로도, 지질학적으로도 매우 훌륭하다”며 “이 신양리층과 신양 해안사구가 어우러져서 경관이 압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양해안사구는 염생식물도 매우 풍부할뿐더러 흰물떼새가 둥지를 많이 트는 곳이다. 다행히도 신양해안사구는 현재 절대보전지역으로 지정되어 개발은 힘들다”며 “하지만, 신양 해안사구에 대한 관리가 되고 있지 않아 사람과 차량에 의한 훼손이 심하고 이곳에 깃들어 사는 흰물떼새도 서식상황이 위태롭다”고 말했다.

논평은 “제주도의 해안사구에는 내륙에는 없고 짠물에 살아가는 독특한 염생식물 군락이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며 “해안사구에는 꼬마물떼새와 흰물떼새가 둥지를 튼다. 제주도의 해안사구가 중요한 서식지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하고 “하지만 해안사구가 관리되고 있지 않은 데다가 산란기와 관계없이 사람들이 출입이 빈번해 흰물떼새의 번식에 방해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신양해안사구, 하모 해안사구, 중문 해안사구, 사계 해안사구, 표선 해안사구 중 일부분이 절대보전지역으로 지정되어 개발사업이 어려운 곳들이 있다”며 “그러나 그 이외 대부분 해안사구는 개발에 언제든 노출된 상태로, 해안사구에 대한 개발사업 신청이 들어오면 막을 제어장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해안사구는 공유수면에 해당하지도 않고 국내 습지보전법에 연안 습지의 범위 안에 포함되지도 않는다”며 “육지와 해안의 중간지대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어서 관리가 애매한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논평은 “앞으로 제주도 당국의 의지가 중요하다”며 “해안사구에 대한 절대보전지역 지정을 확대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또한, 보호지역 지정도 필요하다. 환경부, 문화재청, 해양수산부에 의한 보호지역 지정을 할 수 있는데 이것은 제주도의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법률은 국회의 의결을 거치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제주도 차원에서도 가능한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며 “해안사구 보전조례를 제정하거나 기존 조례의 개정을 통해서 해안사구를 보전할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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