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생태숲』 감국 잎 위에 앉은 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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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생태숲』 감국 잎 위에 앉은 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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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11.18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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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생태숲

 

 

『한라생태숲』 감국 잎 위에 앉은 나방

       
       

 

감국 잎 위에서 멧누에나방이 날개를 부르르 떨고 있습니다.

햇살 가득 쏟아지는 녹색 잎 위에서 볕을 쬐다 인기척에 놀랐는지 날아갈 준비를 하더군요.

 

 

기억을 더듬어 보면 지난 6월 초에 산뽕나무 잎을 갉아먹던 멧누에나방 애벌레가 떠오릅니다.

산뽕나무 잎을 열심히 갉아먹던 애벌레는 천적이 나타났다 싶으면 갑자기 머리를 웅크려 가슴마디에 있는 무늬를 도드라지게 하거나 머리와 가슴을 바짝 치켜세워 가지처럼 보이게 했지요.

 

 

애벌레를 본 후 7월에는 우연찮게 산뽕나무 곁에서 자라던 아왜나무의 잎자루에 붙어있는 멧누에나방 고치를 발견했습니다.

그 후 11월 초 그 고치에서 성충이 우화한 것을 확인했지요.

나방이 날아간 후 정교하게 만들어진 고치 안을 들여다보니 짙은 갈색 번데기가 고스란히 자리 잡고 있더군요.

자그마한 존재가 저리 질기고 단단한 고치를 만들려면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했을까요?

짧지만 녹록하지 않은 삶을 꿋꿋하게 살아가는 작은 존재들에게 경이로움을 느낍니다.

 

 

아, 멧누에나방이 날아간 후 감국 꽃향기가 물씬 피어오르더군요.

 

 

감국(甘菊)은 양지바른 산기슭에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입니다.

10-11월에 꽃을 피우지요.

자흑색을 띠는 줄기가 쓰러지기도 하지만 줄기 끝에 모여 핀 노란 꽃들의 모습은 곱기만 합니다.

 

 

활짝 펼쳐진 꽃 안을 들여다보면 이른 아침부터 꽃 속으로 파고든 곤충들이 많기도 합니다.

 

 

볕이 좋으니 들판에 핀 꽃들이 더욱 진한 향기를 내뿜는군요.

참, 꽃은 산국(山菊)과 달리 쓴맛이 없어 차(茶)의 재료로 이용되거나 약용하며 말려서 술에 넣어 마시기도 합니다.

 

 

그윽한 감국 꽃향기에 취해 산책로를 걷다보니 우연인지 노랗게 단풍들어가는 산뽕나무와 마주하게 되었지요.

노랗게 물드는 잎 중 어딘가에 멧누에나방 고치가 달라붙어 있을지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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