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문칠 문화칼럼)성산포의 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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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문칠 문화칼럼)성산포의 파도
  • 강문칠 기자
  • 승인 2012.05.28 13: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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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문칠(전 제주예총 회장, 음악평론가. 작곡가)

 


성산포엘 가면 이생진 시인의 취한 바다와 파도를 볼 수 있다.
언제나 성산포의 바다는 술에 취하여,
낯선 사람이 말을 걸고,
내가 상대방에게 인사를 한다.
 


이전에 한 번도 만나 본 적이 없는 사람에게,
인사가 전혀 없었음에도 서로가 착한 인사를 한다.


성산포에서는 모두가 동네 사람이 된다,
오랫동안 알고 지내는 사람이 된다.

가끔은 요란하게,
가끔은 고요하게,
들리는 사람에게만 하는 인사는


이제는 버릇처럼 그렇게,
모두에게 인사를 한다.

성산포에서는 날마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주민인지, 관광객인지 분간이 안된다.


그러나,
저녁이 되면 노을 지듯이,
나도 가고 너도 가는 나그네 길이 되어
조용한 시골 마을이 된다.

 

 

성산 일출봉 가까이에 사는 사람들은,
언제나 바다를 바라 보면서 산다.


해가 뜨는 일출봉의 경관을 보기도 하지만,
사납게 으르렁 거리는,


때로는 거품 물고 달려드는 무서운 개처럼,
흰 잇빨이 두려운 파도가 달려든다.

귀가할 때면,
온 동네가 고요 속으로 침묵하는,
사람들 사이에 조용조용 들릴 듯 말듯,

두런두런 사이에 말소리만 거리에 뒹굴고,


하루해가 짧다고 하는 사람들 사이로,
긴 엔진 소리와 함께
마지막 버스가 제주시를 향한다.
성산포의 日常

성산포를 아끼고 사랑하는 것이 많아질수록,
내면에의 울부짖음과 감동이
더욱 진하게 전해지리라,


제주가 고향이 아니어도

 

고향 보다 더한 마음으로,
사랑의 진정을 담아 전하는
시인의 사연을
곱게 곱게 접어,
가슴 한켠에
고이 모셔 두리라,


아직도 사랑의 대상에서
울고 헤매는 사람들에게,
성산포의 울부짖음을 전하리라,
몰려 왔다가 떠나는
성산포의 파도 소리 보다
더한 고요로,
사랑에 지친,
상처뿐인 산책 길 위에 서서,
그대 아픈 사랑을 감싸 안으리라,
그대 아픈 상처를 곱게 안고 가리라,


-강 문 칠-


(詩碑는 일출봉에 있는 이생진의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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