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어는 음악적 울림이 있는, 면면히 살아 있어야 할 우리의 언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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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어는 음악적 울림이 있는, 면면히 살아 있어야 할 우리의 언어입니다"
  • 고현준
  • 승인 2021.01.12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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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제주어 창작합창곡 발표회 및 작품집 낸 강문칠 작곡가에 듣는다

 

제주어로 작곡한 합창곡집을 만든 강문칠 작곡가
제주어로 작곡한 창작 합창곡집을 만들어 도내 모든 학교에 배포한 강문칠 작곡가

 

작곡가이자 음악평론가인 강문칠 전 제주예총 회장이 지난 해 12월 제주는 물론 세계에서 최초로 제주어로 작곡한 창작합창곡을 선보여 주목을 끌었다.

지난해 12월5일 제주아트센터에서 열린 제주어 창작합창곡발표회는 2020년 제주문화예술재단의 제주문화예술지원 우수기획 창작활동 지원사업으로 선정돼 ‘돌담에도 트멍이 이서사’라는 주제로 열려 이를 감상한 많은 관중들의 찬사를 받았다.

이날 행사는 코로나 19로 인해 비대면 공연으로 이뤄져 KCTV를 통해 녹화방영되기도 했으며 연주실황은 DVD와 CD로 제작됐고 유튜브를 통해서도 볼 수 있도록 해 제주어 창작합창곡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누구나 감상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다.

그는 이를 또 책으로 만들어 도내는 물론 전국에서 합창곡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강문칠 창작곡집 1, 2권'으로 제작, 도내 각 학교에 배부했다.

제주어로 작곡을 하게 된 배경에 대해 강문칠 선생은 학생 때 할머니와의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대학시절(1975년)에도 늘 제주어에 관심은 갖고 있었지만, 겨울방학을 맞아 고향에서 할머니와 대화를 나누던 중에 벌어진 일이라고 한다.

“할머니, 독(닭)이 알을 낳았어요” 라고 말했는데 “할머니가 무슨 말인지 전혀 알아듣지를 못하더라”는 것이다.

“나중에 할머지는 독(닭)은 독이 아니라 도오옥이라고 해야 한다면서 '아래 ,(아)’자를 가슴 아래 단전에서  울리도록 써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즉 아래 아는 발음할 때 입안에서 소리를 울려서 내는 소리가 제주에 남아 있는 '아래 아'자 라는 얘기였다.

그 이후 더욱 제주어에 관심을 갖게 된 그는 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한 후 제주도립(전 시립) 합창단 지휘자가 되고 난 후 만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온  제주어로 된 작품이 ‘신 오돌또기 산조’(전래가사), ‘뚜럼’(김종두 시), 까마귀야 까마귀야(전래가사) ‘제주도’(김용해 시) 등을 연 이어 발표했던 것.

그렇게 지난 40여년을 작곡하며 준비해 온 제주어 창작합창곡들은 이번에 제주어 창작합창곡 1,2집으로 나눠 1집은 여성합창곡과 혼성합창곡이, 2집에는 남성합창곡과 대중적(동요) 합창곡으로 구성돼 소개됐다.

강문칠 선생은 “곡의 난이도는 상, 중, 하로 만들어져 엮었는데 이번에 수록된 곡들은 거의 대중적 합창곡들로 초등부 중등부 고등부 전공자 및 일반인들 모두 쉽게 부를 수 있도록 작곡된 곡을 골랐다”고 전했다.

이번 제주어 창작합창곡은 제주도내 도서관은 물론 190여개 초중고교에도 배부됐다.

 

제주에서는 처음으로 제주어 창작합창곡을 발표한 강문칠 선생으로부터 제주어가 갖고 있는 음악적 특성과 그 의미에 대해 들어보았다.

40여년전 부터 제주어로 작곡해 온 강문칠 선생은 그동안 90여곡의 제주어 합창곡을 만들었다
40여년전 부터 제주어로 작곡해 온 강문칠 선생은 그동안 90여곡의 제주어 합창곡을 만들었다

 

-제주어 작곡은 언제부터 시작했는지요..그리고 이번에 발표된 곡들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요.

“제주어가 사라져간다고 합니다. 제주어를 지킨다는 것은 물론 정책적으로 중요한 일이지만 저는 그것과 상관없이 40여년 전부터 시작했던 일입니다.

그 시작이 참 중요합니다. 겨울방학 때 집에 갔는데 할머니에게 ”할머니 독(닭)이 알 낳안 마씨“라고 했지만 할머니는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고 빤히 쳐다보기만 하셨습니다. 나중에 그 말을 알고 할머니는 ”독(닭)은 도오옥 하고 아래 아자를 입안에서 울리면서 해야 하는 말“이라고 가르쳐 주셨지요.,

사실 그때부타 제주어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이후 대학을 졸업하고 제주도립합창단 지휘자가 되자마자 제주어로 만든 곡들을 발표했는데 그때 발표한 곡들이 전국 합창경연대회에서 대상을 세 번이나 받았고 그래서 계속 작곡하면 되겠다는 생각에 차츰차츰 작곡을 했던 것입니다.

그렇게 작곡한 곡들이 이번에 작품집 1,2로 만들어져 1권에는 여성합창곡과 혼성합창곡으로 만들었고 2권에는 남성합창곡과 대중적 합창곡을 수록해서 내놓게 된 것입니다.

대중적 합창곡이란 누구나 쉽게 부를 수 있는 대중적인 곡을 만들었다는 뜻이고 동요나 또는 민요 등으로 작곡한 곡은 제주도의 일반 초중중고 합창단 등 아마추어합창단 누구나 다 부를 수 있는 곡으로 작곡된 것을 수록한 것입니다”

 

-그동안 작곡한 곡은 몇 편이나 되는지요

“40년 전부터 구상은 했지만 작곡은 1980년대 제주도립합창단 지휘자가 되고난 후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처음에 만든 ‘신 오돌또기 산조’는 제주어로 된 곡이고 ‘뚜럼’ ‘까마귀야 까마귀야’ 등은 제주어로 된 전래가사입니다.

그동안 약 90여편을 작곡했지요. 그런데 이 책을 만드는 곡은 예산 때문에 10곡 이상 빠졌습니다.

안타까운 일은 제주어로 동요 등 메들리곡으로 만든 작품이 있는데 그런 곡이 모두 삭제돼 함께 발표하지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 이 메들리 연곡은 별도로 따로 만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제주어로 시어를 만들면 예쁘다고 하셨는데..

“제주어의 '아래 아'자가 울림소리라 그 울림소리로 작곡을 하면 소리가 멀리 퍼져 나갑니다. 그러니까 합창단의 노래만이 아니라 우리가 일상 언어생활에서도 “강 방 왕 골라”라고 말하듯이 “왕 왕”하는 소리로 들리는 데 이런 점이 제주어가 음악적이라는 것입니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그만큼 많이 상당히 울리는 언어를 생활에서도 썼다는 생각을 합니다. 특히 제주민요는 제가 직접 조사한 바로는 현재 약 1600여곡 정도가 남아있습니다. 이건 아주 대단한 일입니다. 어떻게 그렇게 많은 곡이 남아 있게 된 것일까요.

그건 분명 우리 제주어에는 '아래 아'자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가능해 지는 것입니다. 그와 연관되는 일이라고 봐야 하는 것이지요.“

 

-작곡에도 연관이 되는지..

”아무리 제주어로 만든다고 해도, 우리가 아래 아자를 쓴다고 해서 작곡을 하기 위해 악상을 떠올리는 것과는 사실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다만 노래 부를 때 그런 차이가 있다는 것입니다.“

강문칠 작곡가는 앞으로 자청비에 이은 뮤지컬을 준비하고 있다
강문칠 작곡가는 앞으로 자청비에 이은 뮤지컬을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 제주어로 만든 90여 곡이 이번에 전부 발표된 것인 지요.

”이번 창작합창곡 발표회에서는 90여곡 중 17곡만 연주한 것입니다.

사실 남아 있는 곡은 많지만 이 모두를 발표하고자 하는 생각은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번에 발표한 작곡집은 작품 난이도가 상중하로 돼 있는데 이번 창작발표회에서 연주한 곡은 모두 하에 속하는 곡들입니다.

중이나 상은 연주를 하기가 힘듭니다. 왜냐 하면 연습기간이 많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행사는 코로나로 인해 무대에 설 때까지 리허설 포함 겨우 3번 정도 연습하고 무대에 올라 연주한 것입니다. 따라서 상,중에 속하는 작품들은 전문합창단이 불러야 할 노래들입니다.“

 

-이런 제주어 창작합창곡 발표회는 이전에도 있었는지요.

”처음입니다. 특히 제주에서는 발표회도 처음이고 합창곡집도 처음 만들어진 것입니다. 이 처음이라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은, 제주도에서 왜 제주어로 작곡을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건 작곡가가 없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제주어에 관심을 갖고 쓰는 작곡가가 없습니다. 그래서 그동안은 전부 표준어로만 작곡해 왔지요.“

 

-요즘 발표되는 동요 등 다른 제주어 곡과는 다르다는 말씀이신 지요

”그건 단일 멜로디로 만든 곡입니다. 멜로디가 하나 밖에 없지요. 그런데 합창이라는 것은 소프라노 앨토 테너 베이스 등 4부로 나와야 하는 것입니다.

4부 2부 3부 4부로 나와야 하는데, 그래서 단일 멜로디로 작곡한 곡과는 다릅니다. 멜로디만 있으면 되는 곡과는 차원이 다른 작품이라고 봐야지요.

그래서 합창곡을 썼다고 하는 것은 음악적으로 그만큼 깊이가 있다는 것이고 그만큼 공부도 더 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번 창작곡발표회와 작품집에 대한 반응은 어떻습니까.

”계속 유튜브 검색을 해보고 있는데 굉장히 많이 보고 듣는 것으로 나옵니다. 시간이 지나면 점점 더 늘어나게 될 것으로 봅니다.

왜냐하면 이번에 제주도 초중고교에 모두 작품집을 배포했기 때문에 배포 후 전화가 와서 참 대단하다는 얘기를 하는 사람도 있었고 작곡을 해서 작품집 만든 일도 큰 일 하셨다고 말하는 이도 많습니다.

더욱이 도내 초중고에 모두 배포했다는 얘기에는 모두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이는 누군가는 해야 할 일입니다. 제주사람이기에 당연히 이와 같은 일을 했다는 생각을 합니다.“

 

-앞으로 이 작품집이 어떻게 활용되기를 바라시는지

”제주도에서 초중고 합창경연대회를 해서 제주어를 활용하는 기회로 삼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많은 사람들이 제주어를 죽이지 말고 계속 보급하자고 합니다. 저 또한 제주어가 면면히 살아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또 한가지는 제주도에서 합창대회를 주최해서 제주어 합창경연대회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그냥 합창경연대회가 아니고 ‘제주어 합창경연대회’ 즉 제주어만 부르는 합창경연대회가 꼭 만들어지기를 소망합니다.“

제주어는 면면히 살아있어야 한다고 말한 강문칠 선생
제주어는 면면히 살아있어야 한다고 말한 강문칠 선생

 

-앞으로 제주어와 관련 해서 또 다른 계획이 있는지요.

”이제 남은 일은 뮤지컬 작곡입니다. 지난 번에 자청비를 작곡해서 굉장히 반응이 좋았는데 그 이후에 작곡을 하지 못해 왔습니다. 지금 제게 대본이 2개나 와 있는데..이 대본을 가지고 제주어로 된 뮤지컬을 작곡할 예정입니다. 현재 준비 중입니다.“

 

-작곡 외에 현재 무슨 일을 더 하고 계시는지도 궁금 합니다.

”지금 합창단은 코로나로 인해 다 쉬고 있지만 저는 성산제주어합창단 제주부부합창단 제주여성합창단 등 3개 합창단 지휘자로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제주어 보전에 대해 한 말씀 해주시지요.

”제주어를 통해 작곡을 하면서 느끼는 것입니다만 제주에 있는 작곡가들이 설사 제주사람이라 해도 제주어에 관심을 갖기가 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제주어만 갖고서는 대중적 인기를 얻기가 어려우니까 작곡을 기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표준어로 작곡하면 전국 누구나 다 부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제주어 작곡은 제주에서만 부를 수 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어를 버릴 수는 없습니다. 제주사람이면 누구나 제주어를 잘 활용해야 하고 또 불러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장시간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공연실황이 수록된CD와 강문칠 제주어 창작합창곡집 1,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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