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SK케미칼·애경 무죄…'옥시'와 판단 왜 달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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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SK케미칼·애경 무죄…'옥시'와 판단 왜 달랐나
  • 제주환경일보
  • 승인 2021.01.12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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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가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업무상과실치사 등 1심 선고공판을 마치고 나서고 있다. 2021.1.12/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박승주 기자 = '유해성 가습기살균제' 사태로 재판에 넘겨진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전직 대표들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들이 제조·판매한 '가습기메이트'에 들어있는 화학물질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메탈이소티아졸리논(MIT)이 폐질환이나 천식을 유발한다는 증명이 부족하다고 판단됐다.

앞서 유해성이 인정돼 유죄 판결을 확정받은 옥시의 '옥시싹싹 가습기당번' 원료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이나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과는 다르게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법원은 "향후 추가 연구결과가 나오면 역사적으로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 모르겠지만, 재판부 입장에서는 현재까지 나온 증거를 바탕으로 형사사법의 근본원칙의 범위 내에서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가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업무상과실치사 등 1심 선고공판을 마치고 나서고 있다. 2021.1.12/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유영근)는 12일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기소된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등 13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제조·판매한 가습기살균제의 사용과 피해자들의 상해·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됨을 전제로 하는 공소사실의 나머지 쟁점은 살펴볼 필요가 없이 모두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밝혔다.

가습기살균제 사건은 2011년 급성호흡부전으로 입원했던 임산부가 숨진 것을 계기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듬해 피해자들은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장을 냈지만, 검찰은 2013년 역학조사 결과가 안 나왔단 이유로 시한부 기소중지를 결정했다.

지난 2016년 검찰은 대대적인 수사를 벌여 관련 업체 전·현직 임원들과 실험결과를 조작한 대학교수를 재판에 넘겼다. 같은해 SK케미칼·애경·이마트의 임원들이 검찰에 고발됐지만, 결국 증거 불충분 등으로 이들은 기소를 피했다.

검찰은 2018년 11월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의 전·현직 대표에 대한 고발을 계기로 재수사에 착수했고 "최초 개발단계부터 안전성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부실개발된 사실을 확인했다"며 관련자들을 재판에 넘겼다.

2019년 2월 첫 기소가 이뤄진 후 피고인 13명에 대해 3개의 사건이 병합되고, 2년 가까운 기간 심리가 이뤄졌다. 검찰은 1심 결심공판에서 홍 전 대표와 안 전 대표에게 법정 최고형인 금고 5년을 구형했다.

'가습기메이트'는 옥시의 '옥시싹싹 가습기당번' 다음으로 많은 피해자를 낸 제품이지만,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은 원료의 인체 유해성이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처벌을 피해왔다.

그러나 2년 만에 나온 1심 결론은 '무죄'였다.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인체에 유독한 원료 물질로 만들어진 가습기살균제를 유통·판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홍지호 SK케미칼 전 대표와 안용찬 애경산업 전 대표의 1심 선고공판 결과 기자회견 중 한 피해자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1.1.12/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재판부는 역학조사, 임상사례, 세포독성시험, 빅데이터 연구를 흡입독성시험 결과와 함께 살펴보더라도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았다고 봤다. 모든 연구결과를 종합하더라도 CMIT·MIT가 폐질환이나 천식을 유발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엔 증거가 부족하단 것이다.

재판부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인정 기준은 근본적으로 PHMG 성분 가습기살균제 피해 사례로부터 도출된 것"이라며 "물질적 성질이 상당히 다른 CMIT·MIT 성분 가습기살균제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CMIT·MIT에 의한 폐손상 피해를 공식인정 한 것에 대해서는 "피해자 구제라는 목적을 위해 보다 폭넓게 인정하는 방향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피해인정 절차에서 피해인정 결과를 엄격한 증명을 필요로 하는 형사사건에 그대로 적용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CMIT·MIT성분 가습기살균제를 '단독'으로 사용해 폐질환 피해를 인정받은 사람이 존재(11명)하는 것에 대해서도 "CMIT·MIT 가습기살균제 사용과 폐질환 사이의 개별적 인과관계를 의심할 만한 사정들이 다수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환경부 종합보고서'에 대해서는 "인과관계를 증명하지 못한 기존 연구결과들에 대한 전문가들의 추정 내지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일종의 '의견서'"라며 "형사재판에서 이런 추정에 기초해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CMIT·MIT성분 가습기살균제도 PHMG성분 가습기살균제와 마찬가지로 사망이나 상해의 결과가 발생했다고 전제한 상태에서 실험이 이뤄졌다"며 관련 연구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아울러 현재까지 여러 기관에서 수행한 동물 흡입독성시험에서 비강, 후두 등 상기도 염증이 관찰된 결과는 있었지만 CMIT·MIT가 폐질환이나 천식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키는 것이 확인된 시험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가습기살균제 사건은 어마어마한 피해가 발생한 사회적 참사로, 바라보는 심정이 안타깝고 착잡하기 그지없다"면서도 "CMIT·MIT성분 가습기살균제는 지난번 유죄판결을 받았던 PHMG, PGH성분 가습기살균제와는 성분이나 위해성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에 따르면 1994년 출시돼 2011년 판매가 금지된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한 사람은 627만여명,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건강피해 경험자는 약 67만명, 관련 사망자는 1만4000여명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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