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올레걷기) 올레길에서 만나는 여러가지 단상들..
상태바
(하프올레걷기) 올레길에서 만나는 여러가지 단상들..
  • 고현준
  • 승인 2021.06.20 16: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주올레11코스 하모리 서부보건소-모슬봉, 방치행정과 전시행정이 공존하는 두려운 올레

 

 

올레길에는 사연이 참 많다.

바다와 하늘이, 산과 바다가 올레길이 주는 매력이라면, 곳곳에서 만나는 현실적인 일들은 우리들의 마음을 무겁게 하는 길이기도 하다.

지난 19일 하프올레걷기에 나선 후 드디어 제주올레 11코스에 진입했다.

하모리 서귀포시 서부보건소에서 시작하는 11코스는 이날은 중간스탬프가 있는 모슬봉 정상까지 가는 길이었다.

길에 핀 에쁜 꽃들과 나비와도 만나고 떡집에 이르러 떡을 하나 사서 먹는데..주인 아주머니가 커피까지 대접해 주셔서 정까지 듬뿍 나눈 행복한 발걸음이었다.

 

 

이런 인간적인 정을 느끼는 일은 올레길에서도 쉬운 경우는 아니다.

그만큼 드문 일이기에 마음에 남았다.

하지만 이런 좋은 일이 있은 후 모슬봉을 향해 걸어가는데 밭에 만든 돌담을 보고는 마음이 아팠다.

돌담을 쌓은 돌담 아래에, 또는 밭에는 버려진 폐비닐이 가득 했다.

아예 돌담을 폐비닐로 쌓아 만든 곳도 있었다.

 

 

그냥 방치되고 있는 폐비닐들

 

왜 이런 일이 생긴 것일까.

당초 농협에서 폐비닐을 수거해 가다가 요즘에는 이를 수거해 가지 않아 생긴 일이라고 한다.

더욱이 폐비닐은 재활용센터서도 받아주지 않아 농민들은 버릴 곳이 없어 그냥 쌓아놓는 것이라고 한다.

제주도가 괜히 쓰레기섬이 돼 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현실로 나타나는 현장을 직접 눈으로 확인한 어이가 없는 광경이었다.

문제가 생기면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내 일이 아니라고 방관해 버리기에 그런 일은 앞으로도 다반사가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걱정이다.

아무도 신경쓰려고 하지 않는 제주환경..

그저 망가져가는 환경을 바라만 보면서 우리는 함께 점점 사람이 살지 못할 쓰레기섬으로 만들어가는 중이다.

모슬봉을 오르는 동안 멀리 가파도와 마라도가 눈 앞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앞으로 더 나아가니 산방산과 용머리 해안, 듬직한 송악산과 형제섬이 눈앞에 나타났다.

모슬봉 정상에서는 그런 아름다움이 극에 달했다.

가파도와 마라도

 

형제섬

 

송악산

 

한라산을 중심으로 산방산은 물론 우리가 걸어왔던 족적을 보여주듯 멀리 박수기정과 서귀포 앞바다까지 조망됐다.

모슬봉을 올라가는 길과 내려오는 길에서는 야생딸기까지 빨갛게 달려있어 따 먹으니 피곤한 몸에 활력을 주었다.

산불감시초소에는 사람이 없었지만 내려오는 길에 만난 산불에 대비한 물백은 조소를 금치 못하게 했다.

이 물백은 중간중간에 있는 것도 아니고 딱 한 군데에 놓여 있었는데 그만한 물로 어떻게 산불을 잡겠다는 뜻인지 이해난이었다.

보여주기식 행정의 완결판이라고나 할까..

아마 벌초 때를 대비한 조그만 대비라고 만든 것이었겠지만 규모가 너무 작아 보였다.

최근 기후변화를 겪으면서 지구촌이 환경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미 전세계가 환경보전을 외치면서 정치 경제 사회 할 것 없이 환경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천혜의 환경을 자랑하는 제주도는 다르기만 하다.

당연히 환경을 최우선시 하는 정책을 펴는 것이 마땅한 일이지만 제주도는 여전이 개발을 외치며 개발에 돈이 있다고 세상의 문제와는 거꾸로 가는 곳이 돼 가고 있다.

진짜 올레길

 

전시행정의 극치를 보여주는 현장

 

정책의 방향이 잘못 돼도 한없이 잘못돼 있는 것이다.

지금처럼 돈을 따라 환경을 파괴하고 나면 남을 것이 무엇인가.

지금 이 시대의 우리는 선조들의 검소하고 겸손한 생활로 인해 최고의 자연을 물려 받았지만 이제 이렇게 마구 파괴하고 나면 우리 후손들은 우리에게 무엇이라 할 것인지 궁금하다.

과연 우리가 자행하는 아름다운 계곡 파괴를 잘한 일이라고 할 것인가.

언제 어디서나 마음껏 마시던 물을 못 마실 정도로 오염시킨 우리들은 우리 후손들에게 그땐 그럴 수 밖에 없었다고 변병을 할 것인가.

개발로, 현재의 우리는 돈을 얼마나 벌 지는 몰라도.. 정말로 소중한 진짜 보물을 버리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아마 후손들은 손가락질 하며 욕을 해댈 것이다.

그때의 도지사와, 그때의 공무원들 그리고 그 당시의 개발업자들을 싸잡아 비난할 것이다.

산방산

 

개발은 백년대계를 위해 세워져야 하는 일이다.

서울의 한강에 강을 따라 만들어진 한강시민공원은 큰 비가 오고 나면 모두가 물에 잠긴다,

그렇다고 서울시가 그 물을 막겠다고 때려 부수고 옹벽을 다시 쌓지는 않는다.

자연의 위력 앞에서, 다만 피해가 덜 나기를 기도할 뿐이다.

제주도처럼 백년에 한번 올까말까한 태풍으로 인한 피해를 예방한다는 명목으로 계곡을 밀고 일직선으로 만드는 악행은 아마 세계에서 유일한 일이 될 것이다.

언젠가는 도지사를 비롯한 이를 기획한 공무원과 업자까지 자연을 살리는 일에 책임을 지고 변상을 해야할 날이 올 수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자연은 말이 없지만, 그들의 만행을 지켜보고 있다.

하느님은 그가 만든 이 아름다운 세계를 파괴하는 인간들을 그냥 두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올레를 걷다보면 그런 영감과도 만난다.

자연이 사라진 제주는 존재이유가 없다.

이렇게 하나 둘, 세상을 파괴하고 나면..

그들에게 남은 일은 당연히 벌을 받는 일이다.

 

올레길도 영원한 길은 아니다.

다만, 이미 만들어 놓았기에 걸을 뿐이다.

하지만 제주올레가 없다면, 제주도를 속속들이 볼 수 있는 일도 없다.

제주올레를 걸으면 제주도가 보이고, 자꾸 변해가는 제주도를 보면서 한숨 지을 때가 많다.

어떤 길이 제주다운 길인지 제주올레는 보여주는 것이다.

세계자연유산인 제주도는 이미 병이 들어 버렸다.

병도 아주 깊이 들었다.

돈에 대한 환상을 버리지 않는 한 제주도는 더욱 중병이 들어 앓게 될 것이 뻔하다.

세계자연유산이라는 의미도 점차 퇴색해 갈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제주올레는 이제 우리에게 남은 마지막 희망일지도 모른다.

 

올레꾼 고광언 선생(왼쪽)과 안건세 선생
올레꾼 고광언 선생(왼쪽)과 안건세 선생
모슬봉

 

올레길 11코스에 있는 서산사

 

산방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