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군기지 건설에 대해 대법원이 해군에게만 유리한 모든 사항에 대해 적법 판정을 내림으로써 제주해군기지에 대한 법적인 하자를 모두 해결(?)하는 모양새를 갖추게 됐다.
강정마을 주민들은 마지막 수단으로 대법원 판결을 기다려왔으나 결국 정부의 손을 들어준 셈이 돼 버렸다.
그렇다면 제주해군기지가 법적인 문제 때문에 그동안 수년간 반대운동을 폈었던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법적인 문제는 당사자간 해결이 안될 때 법정에 이에 대한 해결점을 찾아달라고 국민이 요구하는 권리이다.
그렇다면 1심.2심을 거쳐 대법원에 가는 동안 마지막 희망으로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린다.
그래서 국민의 마지막 보루인 대법원이 판결을 내려버리면 그다음엔 호소할 곳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더욱이 '대법원의 판결은 법'이 돼 버리는 현실을 감안할 때 제주해군기지에 대한 판결은 언젠가는 문제의 소지를 내포한 뇌관을 갖고 있다는 사실도 현실적인 문제로 다가온다.
지금 되돌아 보아야 할 일은 과연 제주해군기지가 그동안 법적인 문제만으로 반대투쟁을 해 왔느냐는 것이다.
그렇다고 하여 판결이 난 지금 해군기지는 아무 문제없이 잘 건설될까 하는 점도 의문이다.
강정마을 주민들은 생존을 위해 투쟁해 왔고 환경문제와 함께 국민의 기본권인 행복추구권 등을 주장하며 생업도 포기하면서 반대해 왔다.
그러나 법원에서의 이들 주민들에 대한 판결은 늘 냉정했다.
그 어떤 판결에서도 이들에 대한 법적인 따뜻함이나 기본권 말살에 대해 아쉬움을 전하는 내용은 없었다.
이렇게 '국책사업이니 모든 국민은 입을 다물라는 식'으로 해군기지 건설은 추진돼 왔다.
더욱 웃기는 일은 국기기관이 용역을 동원하고 육지부 의경을 대거 투입하며 이들의 인권마저 마구 짓밟았다는 사실이다.
그러면서도 해군기지 건설은 미동도 하지 않고 진행돼 왔다.
해군은 이제 아무도 저항할 수 없는 대법원 판결까지 거머쥐었다.
어차피 제주도민을 무시하며 진행됐던 일이니 무슨 큰 변화가 있을 것도 없지만 대법원 판결로 모든 일이 끝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마을 주민도 제대로 설득하지 못하고 무리하게 진행되는 제주해군기지가 제주도민의 동의를 받기는 어렵다.
더욱이 대한민국 국민을 위해 제주도민 전체가 전쟁의 위협속에 살게 될 전망인데 누군들 이러한 해군기지를 탐탁하게 생각할 것인지도 의문이다.
예산을 빙자한 정부의 오만함과(?) 해군의 무차별적인 공사강행에 대한 반발은 결국 앞으로 제주도에 주둔하게 될 해군장병조차 환영받게 하지 않을 그 수모를 감수하게 한다면 미래를 위해서도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정부가 제주에 해군기지를 제대로 건설하려면 우선 강정마을의 반대주민들의 마음속을 읽고 그들의 요구를 수용하는 자세를 굳건히 가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제주해군기지가 왜 필요한 지에 대해 강정주민 외에 제주도민에게 정당한 설명을 해야 한다.
무조건 계획대로 밀고 가겠다고 고집한다면 그 피해는 앞으로 해군기지를 이용할 장병들이 감내해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제주해군기지는 법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반대해 온 것이 아니다.
아직은 나타나지 않아 예단하는 것이 무리지만 환경적 사회적 국제적 문제 등 많은 부분에서 닥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이런 문제에 대비는 있는지도 심히 걱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