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올레걷기) 신도리 녹남봉 분화구에 흐드러지게 핀 백일홍, 올레길의 놀라운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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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프올레걷기) 신도리 녹남봉 분화구에 흐드러지게 핀 백일홍, 올레길의 놀라운 반전..
  • 고현준
  • 승인 2021.07.11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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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올레12코스 무릉외갓집-산경도예,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명물이 돼 가는 명품의 길 등극

 

 

 

인생의 굴곡이 심할수록 삶의 크기가 달라지듯이, 올레길도 그 굴곡이 어떠냐에 따라 걷는 강도가 다르다.

바다를 따라 올레길을 걸을 때는 바다가 주는 다양한 모습이 걷는 마음을 압도한다.

짙푸른 바다색에 바람까지 더해지면 포효하듯 걷게 한다.

그러나 들길이 즐비한 올레길은 평화로움을 주고..

밭길이 이어지는 올레는 지루함과 피곤함을 주기도 한다.

인생길이 그러하듯, 그런 길에도 늘 반전은 숨어 있다.

 

 

 

제주올레12코스는 무릉외갓집에서 시작해서 용수포구까지 이어지는 길이지만, 지난 10일 하프올레걷기는 무릉2리에서 신도리 산경도예까지만 걸어가면 됐다.

약 7.5km.

이날 올레꾼 고광언과 안건세가 함께 한 하프올레걷기는 지루하기만 한 밭길을 걷는 코스였다.

몇 번이나 다녔던 길이지만, 날씨가 흐려 한라산도 보이지 않고 가도가도 황토색 밭이 이어지는 고단한 길이었다.

다행히 흐린 날씨로 구름이 많아 더위 고생은 덜 했지만 비오듯 쏟아지는 땀으로 옷은 흠뻑 젖어버렸다.

 

올레꾼 고광언(왼쪽)과 안건세 선생

 

 

무릉외갓집은 서울에서 살다가 내려온 강영식이 처음 이곳에 정착해 생태학교를 연 후 마을주민들과 육지에서 내려온 홍창욱이 지역농산물을 육지에 사는 사람들을 회원으로 모집, 계절에 나오는 지역농산물을 판매하던 곳이다.

오랜 기간 수많은 노력을 통해 전국에 많이 알려졌고 문재인 대통령도 처음 취임하자마자 제주를 찾았을 때 방문했던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은 강영식도 홍창욱도 업무를 모두 넘겨버리고 이 일에 관여하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레길 입구에 있는 무릉생태학교를 지나는데 운동장에는 풀이 가득 해 옛 명성을 다 잊은 것 같아 아쉬웠다.

무릉리로 들어서면 올레꾼을 반겼던 그늘집 쉼터 카페도 찾는 사람이 많지 않은 듯 썰렁하기만 했다.

하기야 더운 여름날에는 올레꾼을 만나기도 힘든 일이긴 하다.

이 카페 물통 아래 핀 수련과 그 밑에서 노니는 작은 금붕어들이 반가운 듯 헤엄쳐 다녔다.

이곳에는 또 접시꽃과 수련, 봉선화가 무심한 듯 피었다.

 

 

 

올레길에서는 또 다양한 색다른 풍경과도 만난다.

어느 집 앞은 자체 소각기를 운영하는 듯 돌로 만든 소각로(?)가 운영 중이었고, 곁에는 또 분리수거통을 자체적으로 만들어 깡통 유리병 페트병 등 모든 분리물건을 한꺼번에 모아두는 곳도 있었다.

다시 길을 걷다가 조금 커 보이는 머쿠실낭을 보니 바로 아래 돌로 자리를 만들어 올레꾼이 쉬어 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놓았다.

이 고마운 머쿠실낭은 따가운 햇살을 피하는 조그만 쉼터였다.

멀리서 보이는 그 모습이 웅장하고 자랑스러웠다.

사람이라면 마치 미래가 촉망되는 젊은이의 모습 같아 사진에 담았다.

 

 

 

밭길을 걷다가 이번에는 조그만 습지와 만났다.

태양광을 설치한 옆 도랑인 이 습지는 오래된 연못인 듯 어리연꽃이 자라고 있었다.

그러나 관리의 흔적은 전혀 없었다.

아마 이곳에 흙을 덮어버리면 그냥 땅으로 변해 버릴 듯 위태로웠다.

그리고 태양광 시설 아래에는 풀이 나오지 못하도록 비닐을 깔아놓았지만 벌써 어느 틈엔가 삐죽삐죽 풀들이 올라와 있었다.

지연의 힘을 어떻게 누가 막을 수 있다는 것인가.

이 지역은 물이 부족한 곳이라고 한다.

그래서 농사는 모두 지하수를 뽑아 올려 쓴다고 한다.

지하수가 없으면 농사를 지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돌아오는 길에 탔던 택시기사는 “혹시 논이 이곳에 있었느냐”는 질문에 “농사를 지을 물도 없는데 논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라며 “신도호수라는 곳도 지금은 물이 있지만 그 물도 얼마 전 비가 내려 모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살아있는 습지는 관리를 안하고 물이 없다며 지하수를 쓰는 이 이상한 논리를 무엇으로 설명할까.

한편 올레꾼들에게 익숙한 이름인 평지교회가 이 올레길 12코스에 있다.

예전에는 포도송이가 교회벽에 그려져 있었는데..

이번에 보니 리모델링을 했는지 산뜻한 교회로 바뀌어 있었다.

좋은 변화는 좋은 일이다.

녹남봉이 보이는 곳..

이 길을 지나는 곳에 도원연못이 있고..늘 흙탕물이 가득 한 것은 비가 오면 물이 가득 차기 때문이라는 것을 이번에 알았다.

전에 걸을 때는 이곳 팔각정에 앉아 호수와 함께 보는 한라산을 감상하기도 했는데..

이번에 보니 팔각정은 올레꾼을 위해 길 건너편에 소공원처럼 따로 만들어져 있었다.

하지만 의자가 없어 불편했다.

녹남봉을 바라보며 걷는 길..

녹남봉은 녹나무가 많아 붙여졌다는 얘기가 있지만..

 

 

 

아담하기만 한 이 오름은 올레를 걸으며 만나는 반전과 반전을 거듭하게 했다.

녹남봉 능선에 만든 올레길을 따라가니, 놀랍게도 그 사이에 높은 전망대가 하나 세워져 있었다.

세워진 지 오래지 않은 듯 나무색 색깔로 색칠도 되어 있었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니 멀리 가파도와 마라도가 보이고 산방산 군산, 모슬봉이 한 눈에 들어왔다.

요즘 들어 오랜 만에 만난 대단한 반전이었다.

그러나 그런 놀라움도 잠시..

조금 더 나아가니..

녹남봉 정상인 분화구에 다달았다.

진짜 반전은 그곳에 숨어 있었다.

무수한 백일홍과 작약꽃이 함께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기 때문이다.

 

 

 

밭길을 걸으며 쌓였던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나가는 광경이었다.

예전에는 매화꽃이 피어 놀라게 하더니 계절마다 옷을 바꿔 입듯 이번에는 이곳에 백일홍과 함께 도라지꽃이 가득 했다.

'녹남봉 아저씨라는 분이 정년퇴직하고 이곳에 정착한 후 아름다운 신도리의 명물을 만들기 위해 이곳을 가꾸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이곳은 이미 명물이 되고 있는 듯 하다.

반전에 반전을 가했던 이 길을 따라 감동과 함께 내려오니 오늘의 종점인 산경도예다.

걸었던 시간은 3시간 가량이었지만 덥고 습했다.

 

 

돌아오는 길에 신도2리 바닷가에 있는 식당에서 정식을 시켜 먹고..

밖으로 오니 동네 어르신 한분이 앉아 있었다.

신도2리는 본지에 백승주칼럼을 연재중인 백승주 선배의 고향이다.

백승주 선배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그는 “고등학교때 유명한 사격선수였다”고 기억하고 있었다.

“백 선배는 자신보다 6-7년 선배이며 집도 바로 뒤쪽에 있다”고 했다.

먼 길을 가서 아는 사람을 아는 사람을 만나는 일은 즐거운 일이다.

백승주 선배가 훌륭한 사격선수였다는 사실도 이번 올레길에서 새롭게 들었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했던 12코스 흐프올레걷기는 그렇게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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