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멸종위기 씨눈난초, 자생지에서도 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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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멸종위기 씨눈난초, 자생지에서도 보기 어렵다.."
  • 김평일 명예기자
  • 승인 2021.07.13 23: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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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개의 연한 녹색의 꽃(씨눈)들이 마치 달랑 달랑 흔들리는 귀걸이처럼 달리는 난초과 식물

 

'씨눈난초'를 사진첩에서가 아닌 자생지에서 매해 볼 수 있기를....

 

국립산림과학원에서 펴낸 '제주의 숲과 난초'에는 현재 제주도에 자생하는 난과 식물이 모두 81종이라고 한다.

이 규모는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난과 식물의 72%를 차지하는 규모다.

제주도가 좁은 지역인데도 다양한 난초들이 자랄 수 있는 배경에는 제주의 독특한 자연 환경에 있다는 얘기;다.

제주도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해발을 갖는 한라산이 섬 중앙에 놓여있고 해발고도에 따라 기후 조건이 다르게 나타나서 이로 인해 아열대에서 한대성 식물까지 복합적인 생태계가 잘 형성되어 있다.

그런 이유로 난초과 식물들도 한라산의 해발고도와 식생에 따라 종 분포가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제주도의 식물은 1906년 서귀포 서흥리 성당에 신부(神父)로 온 프랑스인 타케(嚴宅基) 신부가 수 만 점의 제주도 식물 표본을 유럽의 대학과 박물관에 기증하고 일부는 매각함으로써 세계적으로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다.

 

그 후 1913년에는 일본인 나카이(中井)가 제주에서 채집 조사한 표본들과 타케 신부의 표본 등으로 식물의 속(屬)과 종(種)을 결정하고 1914년에 '제주도병완도식물조사보고서'를 조선총독부에 제출함으로써 제주도의 식물 상이 최초로 보고되었다.

제주도지(濟州道誌)에는 제주도의 자생 식물 및 귀화 식물은 115과 506속, 1,111속 4아종 387변종 88품종으로 총 2,256분류군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제주도에 자생하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滅種危機) 및 보호 야생식물(野生植物)은 종류가 다양하다.

Ⅰ급인 경우 만년콩, 암매(돌매화나무), 죽백란, 풍란, 한란 등 5종이고, Ⅱ급으로는 개가시나무, 갯대추, 대흥란, 무주나무, 물부추, 박달목서, 백운란, 삼백초, 솔잎란, 순채, 으름난초, 자주땅귀개, 제주고사리삼, 죽절초, 지네발란, 파초일엽, 황근 등 17종이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중에서 난초과에 속하는 식물에는 죽백란, 풍란, 한란, 대흥란, 으름난초, 지네발란 등이 있다.

 

그러나 비록 환경부에서 멸종위기(滅種危機)식물로 지정을 받지는 못했지만 멸종위기에 처한 식물들이 제주에는 수두룩하다.

그 원인은 여러 가지로 분석이 된다.

기후온난화에 의한 기후변화 때문인 경우가 있고 제주조릿대 등 번식력이 강한 식물들에 의해 삶의 터전을 잃은 식물들도 있다.

특히  수많은 탐방객들로 인해 사라지는 식물들도 있고 야생식물을 재화(財貨)의 수단이 되어 돈벌이에 전락되면서 자생지를 옮겨가서 사라지는 식물들도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에서 밝힌 제주에 자생하는 우리나라 자생난초의 72% 모두가 제주에서 사라져 가는 식물의 범주(範疇)에 속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제주의 자생난초들의 현주소는 바람 앞에 등불과 같은 존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매해 자생지에서 사라지고 있는 중이다.

사람들 중에는 난초과 식물이라고 하면 다른 식물보다 관심도가 높아서 가정이나 화원에서 기를 수 없는 난초과 부생식물(腐生植物)까지도 모두 뽑혀 가 수난을 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높은 절벽이나 고목에 붙어사는 지네발란, 탐라난, 거미난초, 금자란, 비자란, 혹난초, 차걸이란, 나도풍란, 풍란 등 닥치는 대로 뽑아가는 바람에 자생지까지 훼손되고 있는 상태다.

도채하기 힘든 곳에 있는 난초도 수난을 당하고 부생난초도 수난을 당하는데 멀쩡한 풀밭이나 숲 아래에서 자라는 난초들은 뽑아가기도 쉽고 가정이나 화원에서 재배하기도 쉬워 수난을 많이 당하는 편이다.

이러한 난초들 중에 씨눈난초도 포함이 된다.

씨눈난초라는 말을 처음 듣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씨눈난초는 이름에서 유추(類推)되듯이 난초의 꽃모양이 씨눈과 닮은데서 이름이 붙여진 난초다.

씨눈(Embryo)이란 식물의 씨앗 속에 있는 발생 초기의 어린 식물을 말한다.

씨눈은 물과 햇빛이 공급되면 싹이 트고 자란다.

씨눈(Embryo)은 어둡고 건조한 곳에 두면 수 십 년, 수 백 년이 지나도 씨앗 안에서 생명을 유지하며 오랜 세월이 지난 후의 씨앗이라도 일정한 조건이 되면 싹이 트는데 씨눈은 종자 발아에 도움이 되는 배유나 자엽에 축적된 양분을 이용하여 싹을 트게  한다.

 

씨눈으로 기름도 짜는데 이러한 기름을 배아유(胚芽油)라고 한다.

씨눈으로 만든 배아유(胚芽油)에는 천연 비타민 등이 많이 함유되고 있다고 한다.

씨눈에는 강력한 항산화 물질인 비타민 E가 들어 있다.

우리 몸에서는 활성산소(活性酸素)가 발생한다고 한다.

우리 몸은 박테리아나 바이러스로부터 지키기 위해서는 활성산소가 어느 정도 필요하지만 지나치게 많으면 세포에 손상을 주고 노화(老化)를 앞당기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고 한다.

사람들은 스트레스나 흡연, 염증, 자외선, 전자파 등 다양한 환경 요인들로 인해서 활성산소가 발생되는데 활성산소를 제거하고 세포 노화를 늦추는 역할을 하는 것이 항산화 물질이다.

우리 몸에 필요한 많은 영양성분 중에서 비타민 E는 강력한 항산화 물질이라고 한다.

지용성 비타민인 비타민 E는 세포막에 불포화지방산으로 존재하며 이 불포화지방산은 우리 몸에서 과산화 작용이 진전되는 것을 막는 항산화제로 작용한다고 한다.

비타민 E는 사람들의 건강에 유해한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유익한 H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여 심혈관 질환의 발병 위험을 낮춘다고 한다.

또 뇌세포 손상을 억제할 뿐만 아니라 신경계 기능에도 중요한 역할을 해 알츠하이머, 파킨슨, 암, 심장질환 등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고 한다.

비타민 E는 견과류, 곡식의 씨눈, 식물성 기름 등에 많이 들어있다고 한다.

씨눈이 들어 있는 밀가루가 건강에 이롭다고 하여 영국은 제2차 세계대전 후 제빵용에 사용하는 밀가루에서 씨눈을 제거하지 못하게 법률로 정하고 있으며 독일에서는 밀기울을 제거하지 않은 밀가루로 빵을 만들도록 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벼를 도정하여 백미를 만드는데 백미는 영양이 풍부한 씨눈과 쌀 겨 층을 완전히 제거한 것으로 건강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건강한 먹거리로 백미보다 씨눈이 남아 있는 현미를 선호하여 최근에는 도정을 거의 하지 않은 현미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증가되고 있다고 한다.

 

벼의 씨눈은 벼의 도정과정에서 외피와 함께 제거되는 부분으로 낟알의 2~3%를 차지한다고 한다.

벼의 씨눈에는 양질의 지방질과 단백질, 비타민류 및 무기질을 다량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활용하여 식용유나 그 밖의 식품원료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씨눈의 영양분을 이용하여 미백, 주름개선 등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화장품도 개발을 했다고 한다.

씨눈에는 씨앗보다 사포닌, 이소플라본 등 성분이 200% 이상 함유돼 있다고 한다.

사포닌과 이소플라본은 피부 미백과 탄력 개선에 도움을 줘 피부를 맑고 건강하게 해준다.

씨눈으로 만든 화장품은 친환경이므로 민감한 피부에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식물의 씨눈을 귀걸이 등으로 몸을 치장한 여인처럼 꽃에 매달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난초과 식물이 있다.

씨눈난초다.

씨눈난초는 장마철이 끝날 때쯤인 7월 말이 되면 한 개의 긴 꽃대를 높이 밀어 올리는데 긴 꽃대 둘레에는 꽃자루가 없는 여러 개의 연한 녹색의 꽃(씨눈)들이 마치 달랑 달랑 흔들리는 귀걸이처럼 달리는 난초과 식물이다.

한라산 중턱 이상의 기후조건의 온화한 곳에서 자라는 식물이다.

씨눈난초는 꽃이 씨눈처럼 생겨서 수많은 씨로 자손을 많이 퍼트릴 것 같지만 자생지에 가보면 많은 수의 씨눈난초를 보기가 어려운 걸 보면 번식력은 그리 높지가 않다는 생각이 드는 난초과 식물이다.

문헌에 의하면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씨눈난초는 자생지가 극히 한정되어 있고 개체수도 많지가 않아서 관계기관에서도 자생지 확인 및 유전자원의 보전을 위한 연구를 하고 있는 종이라고 한다.

 

올해도 씨눈난초 개화시기가 되기 전부터 씨눈난초 자생지 현장을 찾아 모니터링을 했다.

해마다 줄어들고 있는 씨눈난초의 개체수이지만 올해는 달랑 4촉의 씨눈난초가 남아서 꽃줄기를 올리고 있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씨눈난초가 자생하는 산비탈 숲속에는 사람이나 동물들만 다닐만한 소로 길이 있었는데 그곳에 임도가 생기면서 길이 넓혀지다 보니 자생지가 파괴되기 시작했다.

길이 넓혀진 후로는 씨눈난초 자생지가 알려 지면서 씨눈난초를 보러오는 사람들로 인해서 씨눈난초 숫자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10촉 정도는 본 걸로 기억이 되는데...

이러다가는 내년에는 씨눈난초를 사진첩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닐지 하는 생각에 올해 사진이 영정 사진이 되지 않길 바라면서 정성을 다해 앵글에 담았다.

외국에서는 특정 식물들이 자생하는 지역에는 그 지역 사람들이 그 식물에 대한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고 식물을 지키면서 그 식물을 보고 싶어 하는 다른 지방 사람들이 구경을 오게 하여 관광을 활성화 시키는 사례도 있다.

우리 실정은 어떤지 되짚어 보면 우선 나만 소유해야지 하는 생각과 이걸 돈벌이의 수단이라는 생각으로 자생지가 파괴되는 것은 염두에도 없는 것 같아 안타깝다.

관계기관의 보호도 중요하지만 도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제주의 자생식물들을 주인처럼 아끼고 보존하려는 정신이 앞서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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