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한 하천정비사업 부메랑으로 돌아왔다..화북천 폐천부지 복원해야”
상태바
“무분별한 하천정비사업 부메랑으로 돌아왔다..화북천 폐천부지 복원해야”
  • 김태홍
  • 승인 2021.08.29 10: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주환경운동연합, “주민들의 ‘화북천 하류부 폐천부지 옛 물길 복원 요청’ 청원 지지한다”밝혀
화북천은 원래 두 갈래 인데 직선인 원류를 막아버려 물길이 바다로 빠르게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다. (빨간원)
화북천은 원래 두 갈래 인데 직선인 원류를 막아버려 물길이 바다로 빠르게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다. (빨간원)

행정의 개념 없는 하천정비가 태풍 시 ‘인재’(人災)를 불러오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가운데 화북천 복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본보 23일자 “화북천 매립 후 화북중계펌프장 설치..개념 없는 행정이 하는 짓”보도)

제주환경운동연합은 29일 성명을 통해 “제주도의 하천은 화산활동에 의해 만들어진 지형으로서, 도외 지역과는 전혀 다른 지질·생태·경관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며 “한라산을 기점으로, 산간과 중산간지역에서 발원한 143개의 크고 작은 하천들은 바다를 향해 뻗은 제주의 혈맥과도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 143개의 혈관은 제주도의 핵심 녹지축으로서 해안 저지대의 도심과 마을뿐만 아니라 중산간-한라산에 있어서도 중요한 생태적 기능을 하고 있다”며 “또한 제주 하천에 분포하는 수많은 소(沼)는 수많은 생명을 품어 안고 있는 중요한 내륙습지”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제주 하천의 가치는 지난 수십 년간 하천정비 사업으로 만신창이가 됐다. 더 큰 문제는 하천의 파괴를 넘어서 제주도민에게도 무서운 재난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라며 “제주도는 태풍 내습 때마다 피해를 겪고 있다. 특히 병문천, 한천, 산지천, 독사천 등 복개 하천이 큰 문제가 되고 있다”고 말하고 “2007년 태풍 나리는 하천 복개의 문제점을 비로소 되돌아보게 했고 제주도 당국은 이제서야 하천 복개를 뜯어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화북천의 하류는 복개보다 더 심한, 하천의 기능을 완전히 상실시킨 폐천의 사례이다. 하천의 물길을 막고 점용하여 ‘폐천’으로 만든 것이 부메랑으로 되돌아오고 있다”며 “화북천은 한라산 기슭 흙붉은오름 일대에서 발원해 별도봉 동쪽을 휘돌아 바다로 들어가는 하천이다. 한라산에서 시작한 여정이 화북 곤을동 바닷가에 이르게 되는데 바닷가로 가기 직전 본류는 2개로 나뉘어 바다로 흘러간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두 개의 하천 중 동측 하천을 1992년에 제주도당국이 하천을 점용하고 매립한 뒤 폐천으로 만들고 중계펌프장을 건설한 것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지적한 성명은 “원래 흐르고 있던 물길을 막아버렸으니 물은 갈 길을 잃어 주변 마을이 침수되는 일이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삼척동자도 알 만한 일이다. 하수처리를 위한 시설이라 하더라도 굳이 하천을 매립하면서까지 할 필요는 없었다”며 맹비난을 가했다.

성명은 “행정당국에서는 폐천으로 지정했지만 정작 이곳은 하천 하류에서도 매우 드물게 서식하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 기수갈고둥(2급)이 서식하는 곳이다. 하천 하류의 용천수와 해수가 섞이는 기수지역이면서 여러 가지 까다로운 서식 조건이 충족되어야만 사는 기수갈고둥이 있다는 것은 이곳이 여전히 하천 생태계의 명맥을 끈질기게 이어가고 있음을 뜻한다. 즉, 이곳에 대한 폐천 지정 또한 옳은 결정이었는지 재검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펌프장 건설이 합법적인 절차를 밟지 않았다는 의혹도 불거진 상황이다. 우리단체는 지난해 6월부터 화북펌프장 건축허가 과정에서 하천점용 및 건축허가와 관련, 정보공개를 청구한 바가 있다”며 “이에 대해 제주시는 아직까지도 납득할 만한 행정절차의 자료를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화북펌프장 건설 이후 펌프장 바로 위 하천부지도 추가 매립한 정황이 확인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근 곤을마을대책위 등 주민들은‘화북천 하류부 폐천부지 옛물길 복원 요청’청원을 제주도의회에 제출한 상태”라며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주민들의 이 청원을 지지한다. 제주도의회와 제주도도 성의 있는 자세로 화북천의 옛 물길 복원을 주민들과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성명은 “하천을 토목건설의 대상으로 보던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에서도 최근 몇 년간 대통령 직속 국가물관리위원회를 통해 그동안에 무분별하게 행했던 하천정비사업을 반성하고 치수와 생태기능을 동시에 고려하는 새로운 하천관리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도 하천관리 패러다임의 전환을 시작했지만 제주도당국은 여전히 하천관리를 ‘방재하천’ 위주의 토목사업을 고수하고 있다”며 “최근 5년간의 하천정비사업만 3300억 원이 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전 사업을 모두 포함하면 수조원 단위의 공사비가 들어갔을 것이고 앞으로도 조단위의 하천 정비사업이 예정되어 있다”고 말하고 “이런 시점에서 이번 화북천의 복원은 제주도 하천관리 패러다임을 전환할 수 있느냐의 중요한 시금석이 될 것”이라며 복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화북천 복원을 기점으로 제주도당국은 장기적으로 하천관리 패러다임을 전환하기 위한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우선 제주형 하천관리 계획 수립을 위한 하천관련 조례와 지침의 개정이 필요하다”며 “제주도의 가장 상위법이라 할 수 있는 제주특별법 제413조를 통해 하천법의 환경부장관의 여러 권한이 도지사의 권한으로 이양됐다. 국비와 도비로 편성되던 하천정비 예산도 2025년부터는 전액 도비로 전환된다. 하지만 환경적 측면에서는 중앙부처의 권한 이양이 오히려 독이 됐다. 원칙 없이 무분별한 하천정비사업이 줄을 이었고 수많은 하천이 훼손된 것”이라며 원색적인 비난을 가했다.

성명은 “이제는 특별법에서 위임된 제주도지사의 권한을 하천정비를 중심으로 한 토목사업 위주의 개발보다는 치수와 생태기능을 동시에 고려하는 방향으로 진행하고, 하천 복원에 초점을 맞추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육지부 하천관리 지침을 그대로 따라하면서 제주 하천의 원형을 훼손한 것을 반성하고 제주형 하천관리 계획을 수립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서는 제주도의회 차원에서 하천관리 관련 조례를 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 조례를 토대로 제주하천의 특성에 맞는 하천관리 지침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